은행도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시대다. 조흥은행 프라이빗뱅킹(고액자산관리서비스ㆍPB)사업본부 김영진 부본부장(42)은 지난 6월 초, 행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영입돼 화제를 뿌렸다. 많은 돈을 가진 고객의 자산을 대신 관리해준다는 프라이빗뱅킹. 시장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다 해서 많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까지 한창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대체 뭘 어떻게 하는 게 PB인지’ 잘 아는 전문가는 국내에 별로 없다는 게 중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흥은행 경영진은 이미 올해 초부터 PB시장에서 한 번 승부를 내보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은행 밖에서 인재를 찾았기에 누가 총괄자가 될 것인가는 금융계의 적잖은 관심사였다.“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무거운 임무를 지고 총괄자로 발탁돼 9월9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영진 부본부장은 이런 말로 사업계획을 압축했다. 그는 씨티은행에서 마케팅, 지점총괄 등을 두루 담당하며 13년간 일했다. “씨티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사업을 하면 이렇게 해볼 텐데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조흥은행 PB본부에서 이런 구상들을 실현해볼 기회가 생겼죠.”그가 말하는 ‘제대로 된 PB’는 무엇일까. 그는 “인력구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업은 프라이빗뱅커라는 자산관리자의 역할이 핵심이다. 하지만 조흥은행 PB본부는 프라이빗뱅커 혼자서 고객 자산도 유치하고, 포트폴리오도 짜고, 관리까지 도맡는 등 1인 다역을 해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라 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들로 운용팀을 구성, 프라이빗뱅커를 지원하게 했다. 이들로 하여금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상품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내고, 프라이빗뱅커를 교육하고, 직접 운용도 하게 할 계획이다. ‘헬스 코디네이터팀’이라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위한 조직도 있는데, 여기에는 간호사 출신 인력을 특채했다. 세무상담서비스를 위해서는 국세청 직원을 데려왔다.옷을 고를 때는 명품을 선호하고, 와인 애호가라며 ‘보보스’ 내지 ‘여피’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김부본부장은 금융서비스에도 명품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CHB 프라이빗뱅킹을 설명할 때도 스위스에서 시작된 프라이빗뱅킹을 인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쓴다. ‘프라이빗뱅킹이란 1741년 스위스에서 처음 나왔는데…’ 이렇게 설명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위스 은행들의 이미지와 조흥은행을 연결시키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비밀을 철통처럼 지켜주고, 가진 사람은 확실히 대접해주는 그 이미지 말이다.‘그들만을 위한 CHB 프라이빗뱅킹, 당신께는 죄송합니다’ 브랜드 런칭 광고도 파격적이다. 조흥은행의 신규사업이기는 하지만 프라이빗뱅킹사업본부는 매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부본부장이 이끄는 실험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