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앞으로 중국은 내부사정을 고려해 그동안 유지해 왔던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해 위안화 문제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대외경제 현안 중에서 이 문제가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IMF의 권고배경은 이렇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자유무역을 지향한 이상 위안화 가치는 시장여건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이다. 만약 고정환율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WTO 가입 이후 수시로 변하는 외환수급을 환율로 흡수하지 못함에 따라 통화량과 인플레 등을 통한 내부적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중국은 경상수지흑자가 매년 200억달러 이상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을 환율로 흡수하지 못할 경우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 부담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포트폴리오 면에서도 외국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고정환율제 유지에 따른 기회비용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IMF의 시각이다.더욱이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국제금융기관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4,800억달러(약 5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초기 국내 금융기관들의 300조원, 현재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372조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다.대규모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에 따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대규모 실업문제도 현 중국정부에는 갈수록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실업률은 10%가 넘는다.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약 9억명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한다 하더라도 실업자수는 9,000만명으로 남한과 북한의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어떻게 보면 이번에 IMF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중국 내부적으로 고정환율제가 포기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올 들어 중국의 외환정책 당국자들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의사를 수시로 내비쳤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다시 말해 현재처럼 위안화 가치를 고정시키기보다 최소한 교역상대국의 통화 가치 움직임을 반영할 수 있는 복스바스켓시스템으로 변경한다든가, 차제에 아예 위안화 가치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 놓는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자는 발언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 일종의 시장참여자들에게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수 있다는 고지효과(Announcement Effect)인 셈이다.앞으로 중국이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시각과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우선 대규모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증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시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대부분 중국의 수출상품은 품질, 디자인, 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이 갖추지 못함에 따라 가격(환율)경쟁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해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수출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뒤따라 주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과도기적인 단계인 복스바스켓시스템보다 IMF의 권고대로 곧바로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위안화 가치가 중국의 외환사정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평가절하시 헤지펀드들 집중공격할 수도현재 중국은 외환보유고만 하더라도 2,4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외환사정이 풍부하다. 중국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2선 자금인 홍콩의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3,500억달러에 달한다. 경상거래 면에서도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가 유지되고 있고 포트폴리오 자금도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이 같은 외환사정이라면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정부가 이런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금융기관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 해결과 같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인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헤지펀드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일부에서는 중국이 풍부한 외환사정을 이용해 헤지펀드들의 환투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환투기 규모가 얼마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 헤지펀드들의 자금력과 레버리지 투자(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를 감안하면 중국이 외환시장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환투기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정부는 실제로 위안화절하를 원하는 것일까. 중국은 지난 79년 이후 중국은 수출지향정책을 통한 고도성장으로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에 달해 어느 정도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일본에 앞서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이런 점을 의식해 중국은 99년 하반기 이후 내수시장을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문제는 성장전략 수정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내부적인 재원동원 능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위안화절상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환차익을 제공해야 가능하다. 인민은행 관계자들도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만약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경우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홍콩과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곤란하다. 현재 홍콩은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으로 한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화폐통합의 관건인 위안화ㆍ홍콩달러화 간의 중심환율(Pivot Rate)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결국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위안화는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기업들에는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많을수록, 중국에 진출한 비중이 높을수록 의외로 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