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조5,800억원 시장규모…2007년 15조원까지 성장 기대
지난 80년대 말 보험사를 중심으로 전화를 이용한 판매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텔레마케팅은 90년대 초반 한국통신의 ‘080서비스’를 시작으로 기업의 대고객서비스 차원으로 발전했다. 이후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588’과 같은 대표번호서비스가 도입돼 기업의 마케팅 수단 가운데 하나로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2000년대 들어 텔레마케팅은 IT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관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조직적인 기업의 마케팅 핵심전략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텔레마케팅시장은 약 3조5,8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해 전년 대비 150%의 성장세를 보였다.텔레마케팅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주역인 생명보험사는 최근에는 아예 텔레마케팅(TM) 전용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TM 전용상품은 직접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 전화상으로 가입하도록 해 일반상품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이 같은 보험사의 통신판매는 최근 1년새에 약 두 배의 증가폭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중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의 지난해 경영효율을 분석한 결과 텔레마케팅ㆍ인터넷마케팅 등 통신판매 실적은 총 8,557억원에 달해 2000년의 4,182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신한생명은 지난 8월 말 ‘eG라이프종합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넷과 전화상으로만 가입할 수 있게 해 같은 내용의 일반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10% 정도 저렴하다.외국계 생명보험사인 알리안츠생명도 지난해 11월에 콜센터를 런칭하면서 ‘트리플A보험’이라는 TM상품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상품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국계 보험사인 AIG는 서울에 4군데의 콜센터를 두고 있다. 총 200명 정도의 텔레마케터들이 활동하고 있다.은행권에서도 텔레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콜센터를 통해 8,187억원의 예금을 유치했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이미 3,800억원의 예금을 유치했다. 이 은행의 콜센터는 지난 96년 처음 도입된 이후 콜센터 운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홈쇼핑의 호황도 텔레마케팅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요소 중 하나. LG홈쇼핑의 경우 1,400명 규모의 대규모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CJ39쇼핑도 1,000여명의 텔레마케터들이 활동하고 있다.텔레마케팅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이처럼 늘어나다 보니 대행업체도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9월 중순에 코스닥에 등록된 콤텔시스템은 텔레마케팅 아웃소싱업체다. 이 회사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컨설팅까지 연결짓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수익모델이 다각화돼 있다. 또 다른 업체인 TG유베이스는 아예 글로벌시장을 내다보고 움직이고 있다.이 회사는 세계적인 텔레마케팅회사인 미국계 텔레테크와 최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텔레테크의 한국진출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자사의 미국진출까지 감안한 특단의 전략이다.텔레마케팅산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종사자들을 살펴봐도 20대 초반에서 40대까지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그러나 텔레마케팅산업이 기업의 고객관리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아직은 그다지 높지 않은 직업에 대한 인지도와 텔레마케터들의 전문성 부족 등이 바로 그것.지난 98년 텔레마케팅산업의 올바른 육성을 위해 출범한 텔레마케팅협회가 최근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것도 이런 문제점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 지난 9월 말 이 협회에서는 텔레마케팅산업의 인지도 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제6회 텔레마케팅 전시회 ‘CTM 엑스포 2002’를 열기도 했다.텔레마케터의 전문성을 고취시키기 위한 국가 자격증도 곧 탄생한다. 지난 6월 신설된 ‘텔레마케팅관리사’ 자격증은 오는 12월8일에 첫 시험을 치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텔레마케터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돋보기 / 텔레마케터 되기대행업체·기업콜센터 공채 거쳐야“처음 10일간 교육을 받으면서 단 하루도 고민과 걱정을 안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화가 난 고객의 마음을 나누는 여유도 생겼습니다.”텔레마케터 교육기관인 비즈코리아의 신입상담원 교육과정을 마친 한 교육생이 교육 후에 밝힌 소감이다.텔레마케터가 되려면 대행업체나 기업 콜센터의 공채를 거쳐야 한다. 이때 비즈코리아 같은 각종 교육기관의 신입마케터 교육과정이나 기업의 사내교육을 거쳐 자질을 갖추게 된다.비즈코리아는 현재 15개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신입상담원 과정에서부터 자격증 대비 과정, 관리자 과정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이 같은 교육기관은 KTC, 삼성CS아카데미 등 10여개가 메이저업체로 손꼽히며 교육비용은 무료에서부터 수십만원을 넘는 것까지 프로그램별로 천차만별이다.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텔레마케터 교육과정에서 그 수준과 상관없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역할극(Role Playing)이라는 점이다. 실제 상담원 역할과 고객의 역할을 해봄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역할극을 직접 녹음해 자신의 어투나 멘트를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상황을 설정해 직접 자신의 멘트를 녹음해 보는 것도 텔레마케터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올해 처음 실시되는 텔레마케팅관리사 자격시험은 텔레마케터 입문을 위한 시험이라기보다 전문마케터들의 승진도구로 활용될 만하다. 시험은 ‘판매관리’ ‘시장관리’ ‘텔레마케팅 관리’ ‘고객응대’의 총 4과목으로 구성된다. 각각 25문제 객관식으로 짜인 필기시험과 주관식으로 이뤄진 실기시험에서 모두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통과된다. 접수와 응시안내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www.hrd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