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성장 위해 인프라 . 기술개발 투자확대...재벌 적대시하지 않는 대기업 정책 필요

나성린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차기정부의 경제정책은 현재 거론되는 대선후보들 중 누가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누가 집권을 하든지 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하고,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적 경제여건하에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물론 집권당의 성향에 따라 이 기본방향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우리 경제는 현재 대내외적으로는 지난 4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부실을 제거하고경제체질이 개선됐지만 아직 구조조정이 미진하고 시장경제체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으로 인해 막대한 국가부채가 발생해 정부재정이 건전하지 못한 상태다.그리고 노조에 지나치게 관대한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안정적 노사관계가 정착되지 못하고, 업적주의에 사로잡힌 조급한 사회복지정책의 도입으로 사회보험재정이 취약해졌다. 또한 정부 주도로 주5일 근무제를 강제적으로 전 업종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기업의 경쟁력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대외적으로는 WTO 체제하에서 국제화, 금융ㆍ무역자유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시장이 개방압력에 직면해 있고, 급속히 변하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해 선두주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경제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이러한 대내외적 여건하에 차기정부가 취해야 할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란 다름 아닌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표1 참조). 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크게 네 가지다.첫째,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기준의 경제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미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시장경제를 정착시켜야만 한다.둘째, 지식정보화시대의 지속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와 기술개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셋째, 이러한 경제성장의 성과가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에 연결되면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복지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넷째,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는 어느 국가가 홀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에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먼저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란 자율과 효율이 강조되는 시장경제를 의미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완화는 현 정부에서 하듯이 형식적이어서는 안되고 네가티브시스템에 근거를 둔 혁명적인 조치여야만 한다.그리고 모든 구조조정은 명시적이고 투명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하고 부실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제때에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빅딜과 같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경우에도 법에 정해진 노조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파업이나 노조원의 복지향상과 무관한 정치적 행태는 철저히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노동시장에서도 가능한 한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시장기능 확립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들을 신속히 민영화해야 하고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한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할 것이다.재벌정책도 재벌을 지나치게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집단지정제도ㆍ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규제는 완화하는 동시에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들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지배구조는 가능하면 국제기준을 따르면서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기업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둘째, 지식정보화시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전통산업 위주에서 좀더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산업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결코 정부가 그러한 산업구조조정을 주도해서는 안되고 기업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는 필요한 공공정보의 제공, 기초 인프라 구축 및 외부경제가 있는 기초 기술의 연구개발투자, 인적자원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그리고 저비용ㆍ고효율의 교통물류체계와 같은 전통적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대한 투자도 지속돼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 한정된 자원을 가진 정부가 모든 투자를 담당할 수 없기에 민간자본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셋째, 효과적인 사회복지제도의 확립은 무한경쟁시대의 소외계층을 배려하며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근로의욕이나 저축의욕을 저해함으로써 성장동력을 훼손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모든 사회복지제도를 자신들의 임기 내에 완성시키겠다는 업적주의에 사로잡혀 사회보험재정을 파탄내고 상당기간 재정부담을 초래한 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및 민간연금보험과 같은 민간보험제도를 도입해 공적보험과의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무엇보다 차기정부는 재정파탄의 위기에 놓인 연금보험, 의료보험, 실업보험의 재정을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세계의 모든 국가가 경제블록을 형성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대에 우리만 홀로 떨어져 경쟁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국경제의 급부상과 더불어 동북아시아 경제권이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에 자유무역지대의 적극적 추진을 포함하여 한ㆍ중ㆍ일 세 나라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표2 참조).그리고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유인정책을 도입하고, 제주도의 자유도시화와 여타 지역의 자유무역지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동북아 물류ㆍ비즈니스 중심지화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