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적 가리지 않고 영입...아시아권 반도체회사들, 국내 인력에 '군침'
반도체 인력을 둘러싼 스카우트전이 불을 뿜고 있다. 삼성전자나 동부전자 등 국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업체들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특히 싱가포르나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반도체업체들의 경우 국내 인력에 눈독을 들이는 등 국경을 초월한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국내 반도체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이미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인재 영입을 강력히 주장한 데서 알 수 있듯 그야말로 세계를 무대로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 하는 등 반도체 분야의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미 미국과 중국 등지의 인력을 대상으로 개별접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능력이나 업적이 탁월한 인재에 대해서는 최고대우를 약속하는 등 초우량인재에 관심이 많다.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비메모리 분야의 인재영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향후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국내 인력 외에 일본이나 미국의 인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이 가운데서도 최근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해 우수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3~4명의 비메모리전문가를 영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외국에서 30~40명의 최고인재를 수혈한다는 방침이다.삼성·동부전자 해외인력 유치 적극적반도체시장에 새로 뛰어든 동부전자 역시 우수인재 영입에 대단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우수한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 핵심조직의 하나로 키우고 있는 미국 현지법인(새너제이 소재)의 인력구성에 심혈을 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런 노력 덕분인지 성과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명으로 출발한 미국 현지법인의 인력을 이미 20명 선으로 늘렸다. 새로 합류한 직원들도 대부분 반도체전문가들로 미국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핵심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러스로직과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세계적인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력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시아권 업체들의 국내 인력에 대한 구애 역시 만만치 않다. 상당수 업체들이 국내 인력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대거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것이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여기서 이탈한 인력들의 경우 아시아권 반도체업체가 제시하는 조건을 뿌리칠 명분이 없어 합류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후문이다.실제로 얼마 전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반도체업체인 차터드세미컨덕터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국내 반도체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본사에서 인사담당 임직원이 내한해 이미 입사희망원서를 제출한 사람들을 1대1로 만나 입사와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5명 정도의 국내 고급인력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차터드세미컨덕터에 합류했다.국내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 우려아시아권의 다른 반도체업체들의 인사담당자들도 최근 들어 자주 국내를 찾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유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것으로 몇몇 업체에서는 이미 10여명이 넘는 국내 인력의 채용을 확정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국내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헤드헌터를 통한 반도체 인력 스카우트도 여전하다. 특히 국내 사정에 밝지 않는 아시아권 업체들의 경우 국내 굴지의 헤드헌팅업체에 5~1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중견 반도체전문가를 구해달라는 주문을 자주 내고 있다.헤드헌팅 전문 H사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계나 일본계 반도체회사들이 사람을 구해달라며 주문을 냈지만 요즘 들어서는 동남아권 업체들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며 “다행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국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연결시켜 주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한국 인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국가라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 등 모든 면에서 최고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다.또 하나 오랜 기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면서 쌓아온 노하우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자연 외국업체들이 한국 인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 출신 반도체엔지니어의 경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이에 비해 국내 인력의 경우 대우는 시원치 않는 편이다. 예컨대 미국과 비교해 보면 같은 근무연수라면 연봉 면에서 절반도 채 안된다. 외국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외국업체들도 이를 적절히 파고들어 최고 두배까지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10년차일 경우 대략 1억원 안팎의 연봉을 제시한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교육비와 가족생활비 등도 별도로 주고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회사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종사자들로서는 미련을 떨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셈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해외유출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인력이 자꾸 해외로 나갈 경우 당장은 피해가 없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큰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것. 문제는 현실적으로 반도체 인력의 해외진출을 막을 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급여를 대폭 올려주기도 어렵다.일부 회사에서 최근 외국회사들의 무차별적 스카우트 공세에 대비해 성과급을 도입하는 등 인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다니는 한 엔지니어는 “전체적으로 국내 반도체업계의 임금수준이 높지 않아 외국회사들로부터 파격적인 제의가 들어올 경우 이를 외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