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업무에 충실한 직장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좋은 잣대가 있다. ‘나는 내 업무와 관련한 모임에 나가고 있는가.’요즘 잘나가는 직장인들은 실무의 연장선에서 모임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지독한 경쟁관계인 동종업계 동일업무 담당자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인 회동을 하는 것. 같은 관심사를 놓고 회의를 하거나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사안이 없는지 머리를 맞댄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함께 모여 정보와 고충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구성원들은 ‘동지’가 된다.직장인 실무동아리가 활성화된 배경으로 인터넷의 힘을 빼 놓을 수 없다. 지난 99년 11월에 오픈한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의 ‘포럼’ 코너는 직장인이 즐겨찾는 대표적인 커뮤니티. 현재 980여개 포럼이 있으며 매달 30여개 포럼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포럼 관리자인 김미숙 대리는 “재미를 좇기 십상인 다른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와 달리 무게 있는 주제를 놓고 정보를 나누거나 경험지(經驗知)를 교환하려는 모임이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포럼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실무자급 직장인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상당수 모범적인 포럼은 온라인 모임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확대, 매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트렌드연구회, 귀족마케팅연구회, 모바일전문가모임, 엔터테인먼트 경영포럼 등은 수천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온ㆍ오프라인 모임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대표적인 포럼에 속한다.오프라인 모임이 온라인의 도움으로 더욱 활성화되는 예도 많다. 기업 인사관리담당자 모임인 ‘HR프로’는 인사관리 강좌를 함께 들었던 직장인 20여명이 의기투합해 프리챌에 홈페이지를 만든 후 회원수 500명이 넘는 모임으로 성장했다.인터넷 ‘동아리 활성화 주역’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실무자 모임 또한 적지 않다. 건설회사 자재담당 직원들의 모임인 ‘건자회’의 경우 지난 90년 자재파동을 겪으면서 각사 자재담당자간 정보교환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 올해로 11년째 매달 모이면서 의견을 교환하다 보니 업계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파워를 지니게 됐다.이밖에 건기회, 건주회, 건홍회 등 10여개의 건설업계 직종별 모임들은 IMF 위기를 겪으면서 세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1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임으로 꼽힌다. 또 제약업계의 약우회, 제신회 등도 연륜 있는 실무자 모임으로 유명하다.직장인 실무동아리는 여느 친목동아리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우선 모임의 목적이 실무의 연장 또는 실무 그 자체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모임에 가입한다.물론 같은 업무를 맡은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으로서도 쓰임새가 크다. 맡은 업무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실무동아리에 먼저 가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