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컨벤션센터 등장 . 국제회의 급증 등 도약기반 마련...우수 인재 몰리고 전문자격증도 생겨
“컨벤션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컨벤션은 사실 우리들 일상 속에 있어요. 학창시절의 학급회의나 기업의 업무미팅 등이 사실은 모두 컨벤션이죠.”다음(Daum) 내에서 카페 ‘컨벤션산업연구회’를 운영하는 김연옥씨(25)는 컨벤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컨벤션은 ‘국제회의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전세계 회원이 공통된 주제에 관해 만나서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일컫는 말.경제적인 효과가 비단 회의시설뿐만 아니라 호텔, 운송, 관광업체 등 사회 각 분야에 미치기 때문에 ‘관광산업의 꽃’이라 불린다. 지난해 만든 김씨의 카페도 바로 이 컨벤션을 공부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컨벤션 공부하는 동아리도 생겨이 동아리 운영자인 김씨는 몇 달 전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온 일이 있다. 거기서 열리는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둘러본 소감을 카페에 게시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간혹 카페 회원들에게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현지 박람회 등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김씨는 캐나다 밴쿠버는 ‘외형보다 실속’을 차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참가하는 외국업체비율도 낮고 전문바이어도 보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이곳은 정반대예요. 외국업체비율이 절반을 훨씬 넘죠. 게다가 일반 참관객보다 전문바이어가 눈에 더 많이 띄어요.”캐나다인들은 어릴 적부터 소박하게나마 ‘파티’를 자주 가졌고, 이로 인해 컨벤션이란 개념에 익숙해졌다는 게 그녀가 찾은 이유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노인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커뮤니티센터에서 함께 배우며 어울린 것도 컨벤션산업이 일찍부터 활성화된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카페 설립 이래 김씨처럼 해외견학을 다녀온 회원들은 모두 10여명. 여기에 드는 비용은 모두 동아리를 후원하는 전시기획업체인 ‘한국캐롯’ 등에서 부담한다. 이 회사 송성배 부사장은 “목적은 우수한 인력풀을 미리 확보하자는 데 있다”며 “회원들을 해외에 보내면 카페 선전도 간접적으로 되기 때문에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요즘 컨벤션에 관심을 쏟는 이들이 일반인으로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조덕현 한국관광공사 컨벤션뷰로 과장은 “컨벤션 참관객은 일반 여행자보다 체류기간이 두 배나 길뿐더러 소비액도 30~40%는 더 많다”며 “참관객 1인당 쓰는 비용도 평균 2,600달러에 달할 정도로 일부에서는 ‘자동차 1대 파는 것과 참관객 2명 끌어들이는 게 같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컨벤션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컨벤션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황무지’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우선 국제회의를 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가 전국에 속속 건립되고 있어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옛날얘기’가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서울 삼성동에 코엑스가 건립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대구, 부산 등지에 컨벤션센터가 잇달아 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컨벤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파악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속속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의 수도 증가추세를 보인다. 지난 98년만 해도 국내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58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134건으로 불과 3년새 두 배 이상 늘었다.이 기간에 전세계 국제회의의 개최건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셈이다. 국제회의유치란 개최국이 결정되지 않은 회의를 여러 국가와 경쟁해 한국으로 유치해 오는 것을 일컫는다. 2009년에 열릴 예정인 ‘로타리 100차 총회’ 유치를 놓고 우리나라와 홍콩이 경쟁하는 것이 좋은 예다.취업희망자 크게 증가국제회의 개최건수 증가에는 국가차원의 지원활동도 한몫을 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유치지원 원스톱서비스’의 경우 국제회의를 유치할 때 드는 비용 중 최고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유치제안서를 대신 작성해주기도 한다. 지원은 이뿐만 아니다. 회의를 어디에서 개최할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단체장 등에게는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한다.조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왜 국제회의를 유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수익이 발생될지를 따져보는 등 인식이 많이 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한국 내 컨벤션업계의 상황이 호전되다 보니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상태. 다음의 경우 컨벤션을 주제로 한 카페의 수만도 10여개를 넘으며 일부 카페는 5,000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한다. 일반인의 관심이 증대된 것은 사설기관뿐만 아니라 컨벤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의 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서승진 한림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은 “지난해 대치동에서 열린 오픈스쿨(대학원 입시 상담 및 업종 소개)에는 15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며 “컨벤션 열기와 맞물려 11월9일에 열리는 오픈스쿨을 앞두고 벌써부터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한다.일반인의 관심 증대에는 내년 상반기 시행 예정인 ‘컨벤션기획사’란 이름의 자격증시험도 큰 몫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회의 전문인력을 양성해 회의를 더욱 많이 유치하자는 취지의 이 시험에 대비, 관련 학원도 속속 생기고 있으며 시험시행처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는 ‘정확한 날짜가 언제냐’는 문의전화도 끊이지 않고 있다.컨벤션정책을 담당하는 이진식 문화관광부 사무관은 “관련 법령공포가 불과 몇 달 전에 이뤄져 시험시행을 준비할 기간이 짧았고, 이 때문에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컨벤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점은 자격증 취득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격증이 곧 취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며, 컨벤션산업이 워낙 실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자격증을 딴 이후라도 스스로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취재과정에서 만난 업계의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고객이 저절로 찾아오는 업무가 아니다”며 “부단히 발로 뛰고 기초부터 열심히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결국 컨벤션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컨벤션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제회의 유치 등 ‘고급인력’ 수요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