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수·한국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kschung@hankyung.com“좋은 데이터를 원한다면 정보시스템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많은 투자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말을 했다. 11월11~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월드’의 폐막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그의 말은 앞으로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적인 흐름을 집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청난 자금을 들여 ‘최상의 IT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타개할 수단으로 협력제품과 저비용의 리눅스 부상을 지적한 것이다.엘리슨 회장은 요트대회 참가를 위해 머물고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위성으로 중계된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컴퓨터업계는 너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고객들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사도록 했다”며 “컴퓨터업계는 고객을 ‘컴퓨터 애호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오히려 중복과 낭비가 생겨 비효율적인 정보기술(IT)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현재 IT산업은 세 가지 핵심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많은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해 데이터가 파편화돼 원하는 정보를 제때 찾기 어렵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이들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컴퓨터 도입을 통해 추진한 자동화가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엘리슨 회장은 “오라클의 경우 현재 400개가 넘는 고객 DB를 갖고 있는데 전형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그는 5억달러를 들여 만든 IT시스템이 신뢰성 면에서 소니 TV보다 못하다고 주장했다. 소니 TV는 통일된 틀에 맞춰 설계ㆍ생산돼 테스트를 거친 반면, 정보시스템은 그렇지 못해 각각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더욱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통합된 제품으로 만들어 함께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캘린더, 실시간회의, e메일, 파일시스템, 음성메일 등 기업의 업무용 시스템을 한데 엮어주는 통합(콜래버레이션)시스템이 부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오라클도 최근 ‘오라클 콜래버레이션 수트’를 내놓았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 시스템을 구입하지 않고 빌려 쓸 수 있는 ‘오라클 콜래버레이션 수트 아웃소싱’ 사업을 시작했다.엘리슨 회장은 신뢰성 제고란 면에서 리눅스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고장을 막으려고 할 게 아니라 고장이 나도 문제없이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 나도 다른 시스템이 작동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클러스트링’이 해답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리눅스시스템이 클러스트링에 적합하다고 말했다.특히 리눅스 시스템은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신뢰성이 있고 비용이 적게 들어 크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올해 말까지 중간급의 미들웨어 제품을 모두 리눅스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며, 내년 중반까지 현재 운용 중인 시스템을 전부 리눅스로 교체할 계획이다.한편 이 행사에는 2만5,000여명이 참가해 최근 열린 IT분야 행사 가운데 가장 성황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