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냉탕, 온탕을 들락거리기 시작하면 경제는 가속도로 망가진다. 흔들리는 조각배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꼴과 같다. 선장마저 뱃머리를 뛰어다니며 난리법석을 떤다면 사태의 결말은 뻔하다. 요즘 정부가 경제를 다루는 모양새가 이와 같다. 부동산시장이나 가계대출 문제를 처리하는 정부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이 정부의 국민 된 것이 미안할 정도다.경제정책은 냉난방감지기를 작동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실내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자동점화 온도조절기를 달았지만 만일 감지기의 반응속도가 너무 느리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감지기가 요구하는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가스를 태운다면 아마도 실내온도가 요구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뜨거워진 다음에야 밸브가 닫힐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과도한 것도 문제요, 미진한 것도 말썽이다.충분히 ‘제때에’ 작동하는 감지기와 ‘정확한’ 센서, 불을 때고 난 다음 실내공기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 ‘점화타이밍’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다음이라야 자동온도조절기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경제를 알기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하지만 경제현상이 실내공기를 다루는 것보다 간단할 리 있겠는가.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 다시 말해 자동반응하는 또 하나의 유기정밀기계를 상대로 한 상대적 게임이며, 변수도 상상 가능한 모든 범주를 포괄한다.물론 부동산가격이 이상 급등했고, 가계대출이 크게 불어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계대출잔액이 400조원에 육박했고,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70%에 도달해 있다. 미국이 76% 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과도한 것이 분명하다.더구나 최근의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이대로 두었다가는 미상불 미국조차 뛰어넘고, 나아가 80%, 90%에도 육박해 들어갈 기세다. 연체율이 1.63%로 미국의 2.7%보다 낮다고 하지만 연체증가율만은 가히 속도전이다. 그러니 “방치할 수 없다”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감지에서부터 작동에 걸리는 속도’, 그리고 ‘작동(대책)의 수준과 타이밍’이다.한국의 가계대출이 부동산가격 동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잇달아 쏟아져 나온 부동산 정책만으로도 가계대출은 이미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그러나 정부는 때늦게도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이틀이 멀다 하고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금감위에 ‘특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책반을 또 만들고,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창구지도까지 나서며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에 대해서는 행장 등 임원을 벌주겠다고 하는 터다.문제는 가계대출을 이토록 위험수준으로 늘려놓은 장본인이 바로 정부라는 점이다. 내수부양이며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부동산에 불을 지피고 은행 문이라는 문은 모두 활짝 열어젖힌 것이 바로 정부다.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미리 조절하겠다는 것을, 경기를 핑계로 번번이 틀어막은 것도 정부다. 그런 터에 갑작스럽게도 지금 와서 가계대출 때문에 경제위기가 닥칠 것처럼 앞장서 나팔을 불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그 모양이 호떡집 불난 것과 다를 것이 없다.물론 부동산과 가계대출은 당연히 잡히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고장 난 온도조절기가 그랬던 것처럼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경제는 온통 결딴날 것 같아 그것이 걱정이다. 클린턴의 옛 선거구호를 빌려 한마디 하고자 한다. “정책은 미세조정이란 말이다. 이 밥통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