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바 . 구슬아이스크림 . 숙취해소제 . 계란 . 운세 . 복권 등 다양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는다. 취향에 따라 ‘반숙과 완숙’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자판기에서 나온 것은 접시에 담긴 계란요리.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이 계란자판기는 전국 각지에 설치돼 있다.90년대 중반 이후 자판기 비즈니스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동시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이색 자판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김지완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과장은 “자판기시장은 연 1,500억~1,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전국 각지에 6만5,000~7만대의 자동판매기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지난 94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자판기업계는 98~99년에 급속히 팽창했다. IMF 환란 이후 무점포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면서 관리가 어렵지 않은 자판기사업이 부업아이템으로 인기를 끈 것이다.김과장은 “스티커사진 자판기가 유행했던 97~98년 이후 이를 응용한 이색 자판기가 봇물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스티커사진 자판기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와 연계가 되는 형태로 발전했고, 사진을 캐릭터로 만드는 자판기로 진화했다.자판기 전국에 7만대 깔려최근 등장한 이색 자판기로는 숙취해소제와 구슬아이스크림, 핫바, 소시지 등이 있다. 식품이 아닌 운세와 복권, 운동화 수거기, 발지압 자판기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자판기 마니아 최미경씨(26)의 하루 일과에는 이와 같은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아침에 출근하며 복권 자판기를 이용한다.‘오늘은 복권 대박이 터질까’ 궁금해 하며 모닝 원두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다. 점심도 회사 인근에 설치된 자판기로 해결할 때가 많다. 1,000원 상당의 핫바를 뽑아 먹으며 후식으로도 역시 자판기 구슬아이스크림을 즐긴다. 회식을 하러 호프집에 가서는 운세 자판기를 종종 이용한다. 100원 동전 1개만 넣으면 ‘오늘의 운세’를 알 수 있다. 외근이 많아 발이 언제나 아프다는 최씨는 퇴근 후 발지압 자판기로 피로를 푼다. 회식으로 술을 거하게 마신 다음날 아침에는 1,000원 가량의 숙취해소제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다.자판기개발 및 마케팅전문회사인 (주)고려인프라의 김성규 총괄사장은 도깨비운세 자판기를 대박상품으로 꼽았다. 김사장은 “전국에 4,000여개의 운세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며 “호프집과 커피숍 등지의 테이블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키스틱’ 소시지 자판기는 학원이나 문구점, 노래방, PC방 등에 7,000~8,000개 이상 설치돼 있고 숙취해소제 자판기는 전국각지에 400~500개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원이나 학교 앞이 적소인 핫바 자판기도 인기가 많아 한 달 평균 300개가 공장에 제조 의뢰된다”고 말했다. 고려인프라는 복권 자판기를 2003년 이색 아이템으로 보고 현재 종로와 영등포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내년부터 설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자판기 성공여부는 설치장소, 이른바 ‘목 좋은 곳’ 선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고려인프라측의 경험담이다. 위치가 좋지 않으면 한 달 20만원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을 수 있지만 B급 이상의 괜찮은 위치에서는 5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도 있다는 것. 키스틱 소시지 자판기의 경우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하면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 자판기 성격에 따라 ‘좋은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동학식품은 ‘미니멜츠’ 구슬아이스크림 자판기 사업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정준용 동학식품 주임은 “놀이동산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구슬아이스크림의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자판기를 활용한다”며 “대형음식점이나 극장, 학교 앞에 1,000여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정주임은 “구슬아이스크림 자판기의 수명은 3년 정도”라면서 “전기세 외에는 별도 운영비가 없는 것이 자판기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해외에도 이색 자판기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여름 미국 워싱턴에는 편의점을 옮겨놓은 듯한 초대형 자동판매기가 등장했다. ‘숍 2000’이라 불리는 이 자판기의 가로 길이는 5.5m, 높이도 2m가 넘는다. 취급 품목은 올리브유 우유 계란 치킨 샌드위치 종이타월 세제 기저귀 치약 DVD 등 다양하다. 이용 고객들이 구입한 물건을 담아갈 수 있도록 비닐봉투까지 마련해 놓은 것이 특징. 인건비가 비싼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기기들이 이미 선보인 바 있다.이색 자판기는 커피 등 전통 자판기와 달리 주기가 짧은 것이 단점이다.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가 아이디어 자판기의 수명이다.손톱을 장식해주는 ‘네일아트’ 자판기에 관심이 있던 주부 한영애씨(42)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한씨는 지난 여름 네일아트 자판기 가맹주모집 신문광고를 보고 부업으로 수익성이 높겠다고 평가, 최근 업체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한씨가 들은 말은 “네일아트사업을 접었다”는 것. 실제로 애경백화점에 설치돼 있던 네일아트 자판기는 철수됐다.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원장은 “투자비용은 적은 것이 자판기사업의 최대 장점”이라며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유행에 민감한 자판기사업을 펼치기 전 투자액 회수가 가능할지 분석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돋보기자판기 맹신은 금물이색 자판기에는 분명 허와 실이 존재한다. 과당광고에 현혹돼 자판기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면 안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이색 아이템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월 수익 몇 백만원 보장’이라는 신문광고는 유념해야 한다. 광고를 낸 회사가 사후관리나 수익을 책임질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 것.자판기업체의 신뢰도를 알아보는 방법을 안상근 코리아벤딩컨설팅 대표가 제시했다. 그는 “해당업체가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믿음직한 회사인지 검증하기 위해 사업연도 및 사업기간의 명시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순 유통업체인지 제조업체인지, 신문광고에 회사이름은 없고 전화번호만 있지는 않은지, 회사 홈페이지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자판기업체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막차를 타지 말아야 하며 업체의 말만 의지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의 아이템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가급적이면 중고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편이 낫다. 업체에서 상품공급과 업그레이드 등 사후관리를 해줄 때 직접 판매한 곳 위주로 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