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일본의 음료 시장을 읽는 키워드는 미니, 건강, 그리고 미용이다. 500㎖들이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음료 시장에서 200㎖, 120㎖로 몸집을 대폭 줄인 꼬마 제품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단순한 갈증해소보다 건강과 피부미용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시장의 인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일본 언론은 이에 앞서 올 한해 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제품으로 당분을 첨가하지 않은 차음료와 아미노산 보충 음료를 꼽고 이중 아미노산 보충 음료의 성장 가능성에 힘을 부쩍 실어주고 있다.기린음료, 아지노모토, 메이지유업 등이 주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아미노산 보충 음료가 일본 언론의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연말부터였다. 민영방송인 후지TV가 체력을 향상시켜 주고 체내 지방을 연소해 준다며 아미노산의 효능을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제품으로서 아미노산 보충 음료가 인기몰이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기린음료가 ‘아미노서플리’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관심에 불을 댕긴 것이 출발점이 됐다.아미노산과 서플리먼트(보충)라는 영어 단어를 합성시켜 만든 아미노서플리는 한 해 판매목표인 300만 상자를 발매 후 4개월 만에 돌파할 만큼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10월1일에는 1,000만 상자를 넘어 섰으며 이에 따라 기린음료는 연말까지 1,300만 상자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연간 500만 상자만 팔려도 대박으로 평가받는 일본 음료시장에서 불황 한파에 아랑곳없이 목표의 네 배 이상이 팔리자 업계 관계자들은 아미노서플리의 괴력에 놀라워하고 있다.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아미노서플리는 아미노산 보충 음료 시장에서 63%대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승리의 비결에 경쟁업체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아미노산이 음료시장 견인할 듯전문가들은 100㎖당 200㎎의 아미노산을 함유한 아미노서플리의 성공요인으로 요란한 선전을 자제하면서 핵심을 찌른 마케팅 전략에서 찾고 있다. 다른 음료들이 스포츠, 레저 활동 등 특정목적과 연관지어 상품 컨셉을 선전한 데 반해 기린음료는 일상적으로 마시는 ‘몸에 좋은 음료’라고 강조한 것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을 위해 자연스럽게 마시는 음료라고 선전하다 보니 출근길의 중년 샐러리맨들도 전철 안에서 너도나도 애용하는 ‘생활 속의 제품’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브랜드네임 효과도 만만치 않았다.아미노서플리는 기린음료가 지난 98년 한 차례 히트시킨 바 있는 다른 기능성음료 ‘서플리’의 브랜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서플리’ 브랜드 앞에 아미노를 붙임으로써 브랜드 인지도 제고라는 장벽을 어렵지 않게 뛰어 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독특한 광고전략도 한몫 했다. 기린음료는 TV 광고 모델로 스모(일본씨름)선수 중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올해 초 몸값을 크게 높인 ‘도치 아즈마’를 기용, 체력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깊숙이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일본 음료업계는 아미노산 보충 음료의 인기에 불이 붙은 지 1년도 안된 점을 지목, 2003년에도 아미노산이 음료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계속하면서 제품군을 크게 늘려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기린음료는 아미노산 음료의 후속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제품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인공 영양소보다 매일 섭취하면 자연적으로 몸에 좋은 효과를 내는 소재를 사용해 피부미용과 스트레스해소 기능을 고루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음료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대형 편의점체인인 훼미리마트는 “몸에 좋다는 컨셉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고 밝혀 건강, 미용 추구형 소비패턴이 한동안 시장을 리드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