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유난히 불확실성이 많은 한해가 될 것 같다. 연초부터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아시아 국가간의 통화마찰,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여부, 중남미 경제위기 지속 등 세계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많이 예상되기 때문이다.따라서 2003년 세계경기는 이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 들어서야 본격적인 회복세가 기대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2003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 내외로 예상해 2002년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나라별로 살펴보면 미국경제는 최소한 이중침체(Double-Dip) 우려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가가 2002년 10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경기도 여전히 활황세가 유지되고 있다.더욱이 2003년 1월에는 부시 정부가 대대적인 증시와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경제 구조상 이런 부양책의 효과가 3~6개월 후에 나타나는 점을 감안할 때 2003년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대규모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 추가적인 테러 위협 등이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아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02년 2.2%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가 2003년에는 2.6% 내외로 소폭 높아지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일본경제는 2003년에도 침체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는 ‘좀비경제’(zombi economy)라 불릴 만큼 일본정부가 어떤 신호(Signal)를 준다 해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정책적으로 이제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 모든 면에서 무력화된 상태다. 2002년 말 이후 엔저 정책을 추진해 마지막 경기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나 중국 등 인접국들의 반발과 일본 내 자금이탈로 부양효과가 의문시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도 2003년 일본경제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03년 세계경제는 유로랜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시각은 2003년 하반기에 영국, 스웨덴, 덴마크가 유로랜드에 가입할 경우 유로존 확대에 따른 자체적인 성장동인으로 2002년부터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비관적인 시각은 유로랜드의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유로랜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주요 예측기관들은 유로랜드의 자체적인 성장동인을 중시해 2002년 0.9%보다 높은 2% 내외의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개도국 경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7.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년차를 맞아 개방효과(Open Effect)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최소한 2002년 수준의 성장률은 무난하다는 것이 예측기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러시아의 성장세도 눈에 띌 가능성이 높다. 2003년에 계획대로 WTO에 가입할 경우 2000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유럽연합 확대 노력인 니스협약에 따라 오는 2004년 EU에 가입하기 위해서 경제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상대적으로 2002년에 높은 성장세를 구가한 아시아 개도국들은 경제주체들의 자산-부채(Cash-Flow)가 악화돼 내수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 수준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남미 경제도 자체적인 위기극복 노력이 결여된데다 미국과 IMF 등의 보수적인 자금지원 성향을 감안할 때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국제외환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2003년 미 달러화 가치는 모든 통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세 혹은 약세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 대신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달라지는 차별화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일단 엔화에 대해서는 미 달러화 가치는 강세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기초 여건 면에서 미국과 일본간의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엔화 약세가 양국의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기관들은 2003년에 엔/달러 환율은 120~125엔대의 중심환율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반면 유로화 가치는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유로화로 사용되는 유로존이 확대됨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기관들은 2003년 말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1.2~1.4달러로 지난해 말 수준보다 20~40%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2003년 국제외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최대 현안은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이후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는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시각과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먼저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시각은 이렇다. 현재 중국정부는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로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더욱이 19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 추진해 온 경제대국형 모델도 아직까지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단계다.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각도에서 보면 위안화 가치는 평가절하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재 중국의 수출상품은 품질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이 갖추지 못함에 따라 환율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문제는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뒤따라 주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곧바로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외환보유고만 하더라도 2,4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외환사정이 풍부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경우 풍부한 달러화 가치는 절하되고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만약 중국정부가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목적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헤지펀드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헤지펀드의 자금력과 레버리지 투자성향을 감안하면 중국의 외환사정이 아무리 풍부하다 하더라도 환투기를 방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논의돼 왔던 중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사 기준으로 중국이 이미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을 받았다.이미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상당히 큰 규모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국제금융기관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4,800억달러(약 5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초기 국내 금융기관들의 300조원, 현재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372조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다.일단 부실채권 규모로 본다면 충분히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관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발생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줄어들지 않으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이다.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로 진단해 본다.골드스타인은 한 나라의 위기 가능성을 단기적인 채무이행능력을 보는 단기통화방어능력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능력과 국내저축능력, 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그리고 경제의 거품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볼 때 단기적인 통화방어능력은 충분하다. 매년 경상수지흑자가 200억달러를 넘으며, 외국자본 유입이 순조로운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자본유출이나 자산 인플레 문제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문제는 시계열로 놓고 보면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WTO 가입과 자본ㆍ외환자유화 일정, 중국 내 외국인의 경제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정부도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의 심각성을 인식해 한국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실채권 처리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자산유동화법을 도입해 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국제금리도 변화가능성이 많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경제여건과 비교해서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나 피구방식(Pigou Equation)을 통해서 볼 때 현재 세계 각국의 금리는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만약 2003년에 경기와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회복한다면 경제여건에 금리를맞게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정책금리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국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재원확보를 위해 국채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발행 증가 → 국채값 하락 → 국채수익률 상승)한편 국제유가는 2003년 1/4분기까지는 북반구 지역의 동절기 수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 등으로 현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후 시장의 수급사정이 반영되면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국제유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