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먹는 당뇨병치료제 출시 대기...내년 1,000억원 매출 목표

우울증, 골다공증, 발기부전, 당뇨병…. 최근 들어 국내 중장년층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질병들이다. 일반인들의 의학 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성인병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퍼지면서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게 된 것. 한국릴리는 바로 이런 전문질환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다. 이 회사가 ‘실버들을 위한 제약회사’ ‘여성질환 전문제약회사’ 등 이색적인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잇단 신약 출시로 국내 시장 공략 가속화회사에 들어서면 ‘TOP 5 in 2005’라고 쓰여 있는 큼직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짐작케 하는 대목. 오는 2010년까지 국내 톱클래스 제약사로 발돋움 한다는 게 목표다. 강태영 영업총괄 이사는 “향후 2010년까지 매년 한 가지 이상의 신약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당면 목표는 내년에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지금까지 선보인 제품들 역시 국내 제약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골다공증 예방치료제 ‘에비스타’의 경우 출시된 지 9개월 만에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에서 14.2%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강이사는 “기존 치료제의 경우 치료나 예방 중 어느 한 쪽만 강조됐지만 이 제품의 경우 양쪽 다 효능을 보인 게 주효했다”며 “릴리의 전세계 160여개 지사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런칭을 했다는 평판을 들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릴리는 2년 연속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내 현지법인 중에서 영업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선정됐다.이 회사가 국내 시장에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국내 전문질환치료제 시장에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 신약에 있다. 제약산업의 경우 기존 수익성 있는 제품도 중요하지만 신제품 출시 여부도 핵심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대표제품은 우울증치료제 ‘푸로작’, 정신분열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골다공증 예방치료제 ‘에비스타’ 등. 각각의 영역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제품들이다.특히 미국인들이 비타민처럼 복용하고 있는 ‘푸로작’은 릴리의 간판스타다. 89년 제품으로 나온 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약 4,000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복용했다. 지난 98년에 특허가 만료돼 여러 카피약이 나왔지만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비만환자들의 식욕억제와 월경 전 불쾌장애 등 적용범위가 넓은 것도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의료진 사이에 항우울증제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다.매머드급 신약들도 잇달아 대기시키고 있다. 내년 1월1일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당뇨병치료제 ‘액토스’가 대표적인 예. 이 제품은 기존 약품과 달리 먹는 혈당강화제다. 단독요법과 인슐린 병용요법으로 국내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유일한 당뇨병치료제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또 하나 주목받고 있는 신약은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지난 1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았고, 내년 7월께 국내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복용 후 16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서 최대 36시간 지속된다. 이때 효과가 지속된다는 의미는 발기의 지속이 아니라 복용 후 36시간 이내에 성적 자극만 있으며 자유롭게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즉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유프리마’와 함께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이사는 “릴리의 경우 영업방침이 국내 제약회사들과 판이하고 전문의학품이 대부분이어서 신제품 출시 때 독자적으로 영업을 해 왔다”면서 “그러나 내년 액토스와 시알리스 출시 때는 국내 제약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대부분의 약품들이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영업인력의 맨파워를 기르는 데 무엇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들어가자마자 4주간의 연수기간을 거친다. 이때는 제품 정보교육과 더불어 전반적인 제약 트렌드를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둔다. 연수를 마친 신입사원들은 내분비, 클리닉, 정신과, 항암제 등 4가지 사업부문에 나뉘어 배치된다. 입사 후에도 6개월, 12개월, 24개월이 지날 때마다 리프레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릴리에서는 영업맨이 의학정보전문인으로 불린다.또 다른 특징은 여느 제약회사와 달리 여성파워가 드세다. 전직원의 31%가 여성. 김경숙 차장은 “연말 선정하는 최우수사원 포상을 여직원이 대부분 휩쓸 정도”라며 “기혼여성들도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밝혔다.전체 매출액 19% 연구개발에 투자한국릴리는 다국적 제약회사 얼라이릴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발안공장 인원을 포함해 31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2002년 매출(11월 말 현재)은 814억원이다. 2002년 9월에 IMF 때 한국릴리에서 마케팅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아서 카사노스 사장이 부임했다. 카사노스 사장은 사우스차이나, 호주, 뉴질랜드,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에서만 활동한 아시아전문가이며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미국 인디애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라이릴리는 126년 전 약사였던 콜로넬 일라이 릴리에 의해 설립됐다. 미국 유수 매체가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미국기업’, ‘수익구조가 우수한 세계 30대 기업’, ‘일하는 엄마를 위한 가장 좋은 기업’ 등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전세계 4만1,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글로벌 제약회사 중 매출 12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인수나 합병 없이 전문질환치료제 영역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릴리는 1~2년 후에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앞으로 나올 신약의 가치와 현재 있는 제품의 특허만료 등을 자산가치로 고려했을 때 제약회사 중 릴리가 1위를 차지한 것. 바이오벤처회사를 포함한 전체순위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이런 장밋빛 전망의 배경에는 릴리의 꾸준한 R&D 투자가 숨어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약 800만달러의 비용과 10~1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릴리는 전체 매출액의 약 19%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 동종업계 평균 14%에 비해 월등한 수치. 또 전직원수의 18%인 7,600여명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세계 9개국에 주요 연구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고 65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온라인 R&D벤처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를 운영해 전세계 과학자들을 초청하고 있다.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전세계 과학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성과에 따라 최고 10만달러의 포상금을 수여하는 새로운 온라인 연구개발 프로그램. 지난해 7월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8,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200만달러 가치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10여건의 연구과제에 대해 포상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