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매매보다 투자 및 재료해석에 신중해야

새해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었던 2002년이 가고 2003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 늘 그렇듯 희망 속에서 간절한 기원을 하게 된다. 새해는 모든 일이 잘됐으면 하고 말이다.새해 증시에도 소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02년이 너무 힘들었기에 주식투자자들의 기원은 더욱 간절하다. 수많은 기원 중에서 본인은 개인투자자와 당국에 꼭 한 가지씩만 고쳐달라고 말하고 싶다.2002년 증시를 지켜보며 느낀 점은 개인투자자들이 매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투자자인 템플턴은 투자(Investment)할 것을 강조하며, 절대 매매(Trading)하지 말라고 했다. 즉 철저히 기업내용을 따져 투자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그런데 우리 현실은 템플턴의 말과 전혀 딴판이다. 증권사는 물론 언론까지 나서서 마치 데이트레이딩이나 초단타 매매가 돈을 버는 지름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서점에 가면 증권 관련 서적 대부분이 기술적 분석 책자이며, 하나같이 단기에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식이다.최근 주가 급등락은 과민반응 탓이런 분위기에서 거미줄처럼 깔린 초고속통신망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루 거래량의 70% 이상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거래되며, 수많은 메신저들은 작은 소식도 놓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단기매매를 목적으로 HTS와 메신저를 주시하는 사이에 출현하는 각종 정보는 당연히 즉시 주가에 반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이를 여과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즉 재료에 대한 해석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것이다.지난 크리스마스 직전의 시장이 그렇다. 12월23일 월요일부터 국민연금이 S투신에 맡긴 1,000억원을 환매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기관들이 대규모 환매를 한다’는 루머로 급속히 확대됐다. 기관의 연말 환매는 통상적인 것이고, 이미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이뤄진다. 따라서 이는 전혀 새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가들의 지식 부족으로 인해 마치 기관이 연말에 주식을 모두 던지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개인투자자 비중이 너무 높고, 인터넷이 절대적인 우리 시장의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둘째, 연기금의 과학적 운용이다. 새정부는 연기금의 효율적 운용방안을 반드시 고민했으면 한다. 어느 미국 펀드매너저의 충고처럼 아예 외국전문가를 수입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일부에서 1년 단위의 펀드평가를 3년으로 늘리는 등 개선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 연기금들의 자금운용은 아직도 미개한 수준이다. 장기적 운용계획에 따라 합리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을 확립하고, 그후 주식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가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과학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한 것이다.이러한 두 가지 기원은 결국 우리 시장의 수급과도 연결된다. 안전판인 기관투자가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반면, 개인과 외국인 비중이 매우 높아 등락폭이 매우 큰 것이다.새해에는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이 봉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인들의 기침에 우리 시장이 독감을 앓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우리 증시의 주권을 찾는 한해가 되고, 그런 노력이 쌓이면 우리 증시는 놀라운 상승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