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종목 적은 이유는 유망한 업종 . 종목 부재 탓...상장 문턱 낮추기 등 노력 필요

지난해 ‘마켓뷰’를 통해 거래소시장의 방심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2000년만 하더라도 코스닥시장은 급성장한 반면, 거래소시장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급기야 상장요건을 낮추며 기업들을 유인하는 일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거래소시장의 태도는 다시 정반대로 달라졌다. 99년 이전의 오만함으로 돌아간 것이다.세상의 여러 일들이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특히 그렇다.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깡통은 항상 화려한 상승장에서 출발한다. 또한 손실은 항상 방심에서 출발한다. 이익이 났다고 쉽게 주식을 사고 나태하게 관찰할 때 손실의 가능성은 잉태되는 것이다.새해 들어 거래소시장의 방심과 오만함이 잉태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옵션만기일인 1월9일에 이런 거래소시장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1월9일의 경우 종합지수는 무려 21포인트나 폭락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0.1포인트 하락에 그치며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한쪽에는 싸늘한 겨울바람이 불지만 다른 쪽은 봄날 따사로운 햇살이 빛나고 있는 상황이다.내용을 보면 차이가 더욱 명확하다. 거래소시장은 상한가 종목이 8개에 불과했지만 코스닥시장은 상한가 종목이 무려 39개로 약보합 장세라고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화려했다. 더군다나 무선인터넷, 게임, 네트워크장비 등 테마들이 다시 활개를 치며 관련주들을 대거 상한가로 이끌었기에 충분히 ‘의미 있는’ 장세였다.거래소시장은 좀더 유연해질 필요거래소시장이 정신을 차리려면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는 시기적 특성상, 올해 유망한 업종과 종목얘기가 경제신문, 경제주간지마다 빠지지 않는다. 공통점을 골라보면 인터넷, VDSL장비, 게임, 무선모바일, 휴대전화 관련주들이다. 그런데 과연 거래소시장에 이 범주에 속하는 종목이 있을까? 매일 업종의 구분 없이 기업을 분석하는 필자의 눈에는 한 종목도 보이지 않는다.우기자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난번 모 증권방송에서 92년 상장기업분석 책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있는데 ‘가’ 항목의 첫 종목부터 열 종목을 보니 한 종목 빼곤 모두 회사가 망했거나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려니 했지만 실제로 보니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이 지나니 하나만 남고 다 망하는구나….’이렇듯 산업은 항상 변하고 기업도 변한다. 따라서 이러한 역동적 기업을 담는 그릇인 증권시장은 항상 ‘새로운 것’에 관대해야 한다. 그런데 거래소시장은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본금 등 구태의연한 틀을 유지하며 여전히 폐쇄적이다.말이 많기는 해도 코스닥시장은 랩이 흘러나오고 힙합과 댄스, 발라드가 요동치는 화려한 무대다. 꿈이 있는 신인가수의 다양한 노래와 창법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시장은 아직도 ‘그 시절 그 노래’만 흘러나오고 있다. ‘불효자는 웁니다’ 식의 60~70년대 무대나 재현하고 있다. 골동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거래소시장에는 곰팡이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