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이동평균선인 48~49선은 저항선, 악재 해소 없이는 지속적 상승 힘들어

지난해 코스닥시장은 2001년 연말보다 무려 39%나 하락한 채 마감됐다. 하락폭은 미국의 나스닥 지수보다 훨씬 컸다. 특히 IT경기 회복지연에 대한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코스닥 내의 소프트웨어, 컴퓨터서비스, 통신장비 업종지수는 5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가하락은 주식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12월 들어 증시에 떠돌았던 ‘산타랠리’ ‘1월 효과’ ‘대선 이후 주가상승’ 등 단편적이고 과거지향적이며 상승일변도인 시장접근 방식은 당면한 시장의 위험 앞에서는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악재’에 둔감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과거지향적 시장접근은 금물그렇다면 현재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북한 핵문제, 이라크전쟁, 유가상승, 금가격 상승, 1분기 기업실적의 둔화 가능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악재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의 강도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우선 북한 핵문제는 지정학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증시’의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더구나 이라크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거진 북한 핵문제는 중동지역에 국한됐던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범위를 아시아권으로 확산시켰으며, 이는 국제금융시장의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증시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대만증시가 급락한 것이 단순히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실망감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결국 지정학적 문제에서 파생된 유가상승과 국제상품시장의 강세는 투자자들을 안전자산으로 회귀시키는 요인이 되었으며,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을 회피하게 만들어 주식 수요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중순 이후 일중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증시 관련 자금(고객예탁금, 주식형 수익증권)이 유출되고 있는 것은 주식의 수요 기반이 둔화되고 있는 한편 현 주가의 가격메리트가 위험(Risk)에 의해 크게 잠식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다행히 2003년 첫 거래일 코스닥시장은 기분 좋은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메리트가 생겼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연말 일주일간 코스닥 지수의 하락률은 16%에 달할 정도였다.그러나 우리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전쟁과 같은 위험요인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고, 유가상승 등에 기인한 펀더멘털 면에서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고 있어 과연 연초의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서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게다가 미국증시가 연말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지정학적 위험을 이기지 못해 3년 연속 하락한 채 마감한 터라 코스닥시장 상승세의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지난 연말 주가급락으로 지수가 과매도권에 진입하면서 단기적인 반발매수에 의한 지수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살펴본 증시 제반 악재의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48~49선에서 반등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