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약보합, 하반기 회복을 염두에 둔 투자 필요

새해가 밝았다. 증시도 어김없이 단잠을 깨고 시세판을 반짝인다. 새해의 첫날은 7포인트 상승하며 지난 연말의 우울한 속락을 마감했다. 하지만 일봉상 모양새가 꼭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꼴이다. 5일간 82포인트 폭락 후 7포인트 상승했으니 매미의 위치도 고목나무의 밑동이다.하지만 한발 더 물러서서 보면 모양이 꼭 투자자들 마음 같다. 너무나 큰 손실에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이 밀려내려 오지만 그래도 살아남고자 한가닥 희망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새해를 여는 증시는 이렇게 출발했다. 아직도 지난 연말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작아지기만 하는 새가슴을 안고 조심조심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주식시장을 예측한답시고 글을 쓰는 필자가 가엽게 느껴진다. 지금의 주식시장은 기존의 경험과 상식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과거에 듣지도 못했던 말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주한미군 철수, 북한 핵문제, 대규모 촛불시위로 인한 한ㆍ미관계 악화….그러고 보면 지난해 12월23일부터 속락하며 폭락으로 이어진 흐름의 원인은 북한 핵문제도 아니고 기관의 환매 우려도 아닌 듯싶다. 오히려 전례 없는 한ㆍ미관계 악화가 직접적 악재 역할을 하고 있다.결국 현재 시장은 주식시장의 안목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외교전문가가 예측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그리고 이런 정치외교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1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 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 그리고 유가상승 우려가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현 주식시장은 예측 불가능의 상황새해 첫 주식시장은 이런 우려를 가득 반영해 새해 증시 기상도를 어렴풋이 그려냈다. 그 대략의 그림은 ‘약보합 흐름 속에서 중소형주, 재료주 강세’로 요약된다. 개장 초부터 대형주의 움직임은 무거웠다. 외국인의 관망 속에 프로그램매물은 끊임없이 대형주를 괴롭혔고, 허약한 수요 또한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반면 휴대전화, 게임, 인터넷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들은 상한가를 속출하며 오랜만에 기염을 토했다.결국 시장이 제한된 수급과 무거운 외교문제를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핵문제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수선하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시장접근은 쉽지 않고, 따라서 제한된 수급 속에서 가벼운 종목 위주로 장세가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해 첫날의 증시흐름이 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따라서 새해 증시는 ‘상반기 약보합, 하반기 회복’이라는 큰 구도 속에서 중소형주 중심의 접근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형주가 움직이기에는 기관으로의 자금 유입이 힘들고, 국제정세 또한 외국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목표수익률에 있어서도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타를 노린 큰 스윙의 결과는 쓰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증시 전망이 참 무겁다. 하지만 한 가닥 가능성도 간절하다. 즉 최저의 금리수준과 풍부한 유동성이 잉태하고 있는 폭발성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기간의 하락도 호재다. 비록 북핵문제, 이라크전쟁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터널 끝에 보이는 희미한 빛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한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