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유진ㆍ월드콤 여행기자 /사진: 서경택 캠프/현지 취재협조ㆍ아시아나항공사, 에어인디아항공사인도여행의 핵심 코스는 골든트라이앵글로 명명된 삼각코스다. 행정수도인 델리와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그리고 힌두왕조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자이푸르가 그곳이다. 그중 자이푸르에는 인도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마하라자로 평가받는 자이싱 2세가 건립한 독특한 명소가 있다. 바로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다.델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66㎞ 떨어진 자이푸르는 광대한 타르사막을 끼고 있는 라자스탄주의 주도이다. 1728년에 이 지방에 세력을 떨쳤던 사와이 자이싱 2세(Sawai Jai Singh Ⅱㆍ1699~1744)에 의해 만들어졌다. 구시가지는 7개의 문을 지닌 성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자이푸르의 또 다른 이름은 핑크시티(Pink City).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당시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인 웨일스의 왕자가 이곳을 방문할 때 환대의 의미로 도시 전체를 핑크색으로 칠한 데에서 연유한다. 오래전부터 라지푸트족은 핑크색을 환대와 관련된 색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원래 힌두왕족의 수도는 외부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자이푸르에서 멀지 않은 암베르 요새에 지어졌다. 하지만 무굴왕조에 복속하게 되면서 정치적인 안정기를 맞자 당시 마하라자였던 자이싱 2세는 수도를 자이푸르로 옮기게 된 것이다.자이싱 2세는 지혜로운 마하라자로 묘사되곤 한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인 까닭에 안정된 기반에서 경제적인 발전을 꾀했다. 그는 힌두나 이슬람을 가리지 않고 양쪽의 고전과 언어, 종교사상, 전통의학을 공부했고, 특히 천문학과 수학에는 남다른 정열을 쏟았다. 또 선교사들을 통해 유럽의 문헌들을 받아들여 인도에서 가장 손꼽히는 천문학 도서관을 세웠다. 지금도 사용되는 천문대인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ㆍ기묘한 기구)가 그곳이다.잔타르 만타르는 종교를 뛰어넘어 동서양의 지식과 연구를 집대성한 곳으로 궁전부지 안에 세워져 왕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이 천문대는 비교적 널따란 공간에 자리하여 한때는 학생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치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놀랍게도 오차가 20초인 해시계. 별자리 계측기, 자오선의, 천체 경위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마하라자의 사치스러운 요새, 암베르성(Amber Palace)유럽대륙에 해당하는 넓이의 인도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준비물을 요구하는데, 바로 ‘인내심’이다. 정시에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교통편을 볼 수 없으며 주문한 물건이나 음식이 제 때에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런 분위기는 인도를 배경으로 쓴 포스터의 유명한 소설 <인도로 가는 길 designtimesp=23388>에도 잘 묘사돼 있다.자이푸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도 그런 공간이 있다. 바로 암베르성이다. 축성이 시작된 16세기에는 소왕국의 수도였던 이 성은 자이푸르에서 11㎞ 떨어진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카츠츠와하왕조의 만싱이 1592년에 짓기 시작해서 후대인 자이싱이 완성한 곳이다.관광객들은 원한다면 시내에서 이곳까지 코끼리를 타고 다가갈 수 있다. 코끼리 걸음은 상당히 느린 편이어서 언덕 아래에서 성까지 가는 짧은 거리(600m)도 20여분이 소요된다. 그러니 시내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통상 1시간30분 정도는 넉넉히 안배해야 한다. 또 올라가는 길에 집요하게 달라붙는 상인들의 동행까지 포함한다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하지만 일단 성에 도착하면 그만한 보람은 있다. 성 아래 잘 가꿔진 화단에는 오래전에 자스민을 비롯, 향기 나는 기화요초를 심었다고 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마하라자는 언덕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바람에 섞인 꽃향기를 즐겼다고 하니 그 사치스러운 발상과 정경이 예사롭지 않다.내부에 들어서면 일반 알현실인 디와니암(Diwan-i-Am)이 보이고, 그 오른쪽 문 안에 본관이 자리하고 있다. 옛날 마하라자들은 일정한 시간을 정해 알현실에 얼굴을 내밀고 국민을 대했는데 왕이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궁전에는 그런 알현실들이 존재하고 있다.암베르성에서는 척박한 땅과 요새 위에 세워진 궁전답지 않게 거울을 박아 기하학 무늬로 장식한 화려한 방들(Jai Mandirㆍ승리의 방)과 실내에 물이 흐르도록 과학적인 안배를 한 방(Sukh Niwasㆍ환영의 방) 등이 있어 당시 궁전의 생활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왕을 위한 하렘에는 수십명의 여자들이 거처하는 방을 마련해 놓고 있어 인상적이다.하지만 가장 완벽한 공간은 역시 마하라자의 거처. 사방이 막힌 데 없이 트여 있어 어디서든 시원하고 향기로운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이곳은 섭씨 40도가 넘는 인도의 여름을 아랑곳하지 않고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자이싱 2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문대 구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Travel Informations1. 찾아가는 길 : 우리나라에서 자이푸르로 가려면 델리까지 직항하는 아시아나항공(8시간 30분 소요ㆍ02-669-8000)을 이용하며 현지 도착 후 차량으로 이동(약 5시간 30분)하면 된다. 자이푸르에서 암베르성까지 자동차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에어인디아(02-752-6310)도 운항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제트에어웨이즈, 사하라인디안에어라인즈 등을 이용할 수 있다.2. 기후 : 인도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다. 이때는 건기에 해당해 맑은 날이 이어진다. 다만 일교차가 심해서 한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약간 서늘한 편이다. 차량이나 기차 안, 호텔도 냉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긴 옷을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3. 기타 :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30분까지 개장하고 입장료는 외국인에 한해 5달러다. 카메라 촬영시에는 50루피(약 1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암베르성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1달러로 언덕 아래에 코끼리 부킹 사무소가 마련돼 있다(코끼리 이용요금은 4인 1조로 가격은 1인당 10달러 정도).또 자이푸르를 안전하게 여행하려면 공인된 현지 여행사를 통하는 게 현명하다. 대표적인 곳으로 TCI여행사(www.tcindia.com) 등이 있다. 기타 인도여행에 관한 정보는 인도정부 관광국(www.tourimofindia.com)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