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핵개발 시인 이후 북한의 핵문제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는 소식은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이번 사태가 경제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는가. 남북한 대치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입장으로서는 이번과 같은 북한의 NPT 탈퇴 소식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을 중심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과거의 모습이다.다행스러운 것은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우려하는 시각과 달리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는 아직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보통 이런 사건에 따라 가장 빨리 영향을 미치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북한의 NPT 탈퇴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불과 1~3 베이시스 포인트 하락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도 물론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보면 1% 이내의 하락하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 북한과 관련된 악재가 터질 경우 평균적으로 2% 이상 급락한 것과는 분명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금리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국내 금융시장도 국제금융시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NPT 탈퇴소식이 전해진 지난 1월12일에 주가가 한때 30포인트 정도 급락하기도 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곧바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이후 주가는 NPT 탈퇴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외국인투자가들도 일련의 북한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오히려 NPT 탈퇴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식을 순매입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도 NPT 탈퇴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는 증시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커졌으나 이제는 정상을 찾고 있다.결국 지금까지 나타난 대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만을 감안한다면 심리적인 충격 이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번의 NPT 탈퇴소식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한국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할 만큼 커다란 악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분명히 종전의 북한문제에 따른 대내외 금융시장의 반응과는 다른 것이다.물론 지금까지 나타난 금융시장의 반응만을 가지고서는 NPT 탈퇴에 따른 영향을 전부 파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첫날을 포함해 지금까지 안정된 흐름을 보인 데는 우리 경제가 종전과 다른 점도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거시경지 측면에서 건전함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6%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둔화된다 하더라도 잠재성장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보유고도 1,200억달러에 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완충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또 다른 요인으로는 시장 특유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들 수 있다.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은 동일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후에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남북한 대치 이후 북한사태는 국제사회에서 수도 없이 문제가 되어 왔고, 이번에도 지난해 10월 핵개발 시인을 계기로 미사일 수출 적재 사건, 핵봉인 제거, NPT 탈퇴, 미시일 발사 재개 등이 잇달았다.동일한 맥락일지 모르더라도 2001년 9ㆍ11테러 이후 전쟁과 테러 등이 계속되면서 시장참여자들이 전시경제(War Economy)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웬만한 지정학적인 위험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시장참여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모습이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지정학적 위험에 봉착한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반면에 북한은 ‘핵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시각이다. 가뜩이나 북한경제는 국민소득(GDP·국내총생산) 기여도가 높은 농산물 작황이 안 좋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이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핵개발 시인 이후 약 3개월 이상 ‘핵 비즈니스’를 지속함에 따라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속돼 온 국제적인 지원과 남한으로부터 식량지원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 북한을 다녀온 사람에 의하면 벌써부터 북한주민의 30%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더욱 문제인 것은 북한의 에너지난이다. 대부분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핵 비즈니스’를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경유공급을 중단한 것을 꼽고 있다. 최근 들어 부시 행정부도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할 경우 에너지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는 협상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문제는 북한의 핵문제가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이 북한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북핵문제로 올해 주가와 경제성장률을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또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사와 유럽의 피치사는 최근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우리나라를 방문해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 발생 이후 우리 경제의 해외시각을 보면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적으나 충분히 대비해 놓아야 한다.일반적으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국가위험, 영업위험, 재무위험, 산업위험 등 4가지 기준에 의해 평가한다.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 모든 남북 관련 사안들은 국가위험에 속하는 항목들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조정에 있어서는 남북대치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국가위험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적도 있었다.따라서 우리 경제 앞날을 위해서는 북한문제의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 물론 북한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으나 미국 등 국제적인 공조체제하에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대내적으로는 정책당국은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구상을 자제해야 한다. 중요한 경제 현안을 놓고 정부부처건 혹은 정부와 민간이 갈등을 보이는 것은 지금과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화합분위기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