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디지털시대의 ‘안방’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이는 연초(1월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3년 세계소비자전자전시회(CES 2003)의 핵심 테마인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의 주도권 다툼이기도 하다.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란 가정의 모든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영화, 음악, 사진, 전자메일, 웹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및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집안의 어떤 기기에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메신저를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스크린에서 확인하고 서재의 PC에 있는 DVD를 침실 TV에서 보는 일은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로 나타났다.가정용 엔터테인먼트시장 부상이번 CES에서도 관련 기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인터넷은 물론 가정의 TV, PC, 오디오 등을 연결할 수 있는 DVD와 홈네트워크장비 셋톱박스 등을 파이오니아, HP, 소니, MS, 소닉블루, 삼성전자 등이 선보였다.이들의 대결은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라는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다 공략전략이 달라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TV로 대표되는 가전시장에서 왕좌를 지켜온 소니는 TV를 그 중심에 두겠다는 생각이지만 MS는 컴퓨터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안도 구니타케 소니 사장은 1월9일 CES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PC가 아니라 TV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기기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TV가 홈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것이란 얘기다.안도 구니타케 사장은 “TV는 PC 없이도 콘텐츠를 내려받아 집안의 다른 기기로 보내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소니의 셋톱박스 신제품 ‘코쿤’을 예로 들었다. 코쿤은 리눅스를 채용한 인터넷 접속용 셋톱박스로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홈네트워크에 연결될 어떤 장비에도 영화 같은 콘텐츠를 전송하고 재생할 수 있다.이는 소니가 리눅스를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도 구니타케 사장은 “우리는 전세계적 개방형 표준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는 MS(윈도)가 정답이지만 가정용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것과 같은 보다 단순한 일에는 리눅스로 충분하다는 것이다.이에 반해 MS는 윈도와 이를 사용한 PC를 모든 기기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그 꿈을 실현할 수단으로 ‘지능형 개인용 개체 기술’(Smart Personal Objects TechnologyㆍSPOT)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TV, PC는 물론 시계, 열쇠고리까지도 인터넷이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일정, 뉴스, 날씨 등 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빌 게이츠 MS 회장은 CES 개막전야 기조연설에서 이 제품을 소개했으며 실제 착용하고 있다. MS는 이미 윈도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내놓고 홈엔터테인먼트 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이번 CES에서는 휴대형 미디어플레이어(코드명 미디어2고)를 선보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빌 게이츠 회장은 소니를 MS진영에 끌어들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경쟁회사와도 “협력할 때가 되면 함께 일한다”면서 소니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홈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PC냐, TV냐”의 논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면서 “PC와 TV가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C가 TV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서로 연계돼 작동돼야만 홈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