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업체 집중 투자 움직임, 정통부 . 산자부 등도 집중 육성 방안 발표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라틴어가 세간에 화제다. 언론은 물론 재계, 경제연구소, 증권가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서 “유비쿼터스가 세상을 바꾼다”고 외쳐대고 있다. 발음하기조차 힘든 이 단어가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유비쿼터스는 원래 ‘언제, 어디서나 있는’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하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어떤 사물에도 컴퓨터시스템이 되는 세상을 일컫는다.가정 내에서 모든 전자제품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각 제품들을 사용자가 어디서라도 제어할 수 있게 되는 ‘홈네트워크’ 역시 유비쿼터스의 한 단면이다. 유비쿼터스는 단순히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용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재료가 떨어지면 스스로 알려주는 냉장고,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온도를 올려주는 난방장치, 외부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처럼 첨단전자제품 속에 내장돼 있는 센서나 컴퓨팅 기능이 시계, 변기, 안경, 신발 등 일상 생활용품 속으로 들어온다.이런 컴퓨팅 제품들은 근거리 통신이나 무선랜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PC나 휴대전화가 없어도 이런 사물들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된다면 상상하기 힘든 갖가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건강진단 프로그램이 내장된 시계가 사용자의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시계는 직접 냉장고에 알려 주인에게 음식물 섭취에 대한 경고장을 보여주도록 한다. 마치 물건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이승용 경희대 교수는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 환경에 들어가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계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진화되는 디지털 패러다임을 말한다”고 설명했다.유비쿼터스 테마주 선보여이미 사회 각계에서는 유비쿼터스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정통부는 ‘e코리아’를 ‘u코리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47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는 설명이다.산업자원부 역시 산하 학술단체인 ‘포스트 PC산업 포럼’을 통해 산업 전반에 유비쿼터스 육성방안을 세워 2005년까지 8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IT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던 두 정부 부처가 이제는 차세대 디지털 패러다임인 유비쿼터스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국내 최초로 유비쿼터스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선경 서울시립대 선임연구원은 “서울시 공무원 중 27명의 CIO들과 심층면접을 한 결과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유비쿼터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며 “특히 환경과 대민 서비스 부문에 있는 공무원의 경우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IT업계를 중심으로 유비쿼터스를 향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최근 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처로 삼고 있는 무선랜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무선랜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사용자는 서비스 지역에서는 케이블이 없어도 ‘언제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KT의 경우 무선랜 사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보고 올해 말까지 전국에 1만6,000여곳에 무선랜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KT의 주원용 유무선통합마케팅 부장은 “휴대폰의 기지국과 달리 무선랜의 경우 대역이 짧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유로랜드처럼 CDMA 서비스와 무선랜 서비스가 결합된다면 국내 어디서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동통신업체들과 무선모바일서비스업체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텔레매틱스(차량위치정보)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휴대전화나 위성신호 수신단말기를 통해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고 길을 가르쳐 주는 이 서비스는 결국 사용자가 거대한 네트워크에 끊임없이 연결돼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2010년 전세계 840조원 시장 창출 예상무선랜 서비스나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의 첫걸음이라면 최근 가전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똑똑한’ 디지털제품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만든 홈미디어PC와 홈AV센터, 무선 홈AV센터 등으로 홈미어센터 제품군을 선보였다.특히 홈AV센터는 TV로 HD급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DVD와 MP3도 즐길 수 있다. 40기가의 하드디스크를 내장해 콘텐츠를 내려받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유비쿼터스 예찬론자라는 제갈정웅 대림I&S 부회장은 “유비쿼터스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가정에서부터 확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결국 이런 ‘U 열풍’은 증권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신탁은 얼마전 ‘유비쿼터스 테마주’를 내놓았다. 윤태성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무선통합 등 IT기술의 고도화로 차세대 통신 환경인 ‘유비쿼터스 시대’로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며 “올해 IT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3A’, 즉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기기(Any device)로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이와 관련된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유비쿼터스 개념은 지난 98년 미국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소장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국내의 경우 올해를 유비쿼터스 원년으로 삼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 이미 유비쿼터스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일본총무성 산하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 전망에 대한 조사연구소’가 있다.이 연구소는 2010년에는 유비쿼터스가 전세계 840조원 가량의 경제적인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세계 굴지의 IT업체는 이 유비쿼터스 환경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추세다.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일상생활용품에 컴퓨터 기능을 입힌다는 ‘스마트 오브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소니는 하나의 저장장치로 영상, 음성, 문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밸류’(Ubiquitous Value NetworkㆍUBN)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계업체로 유명한 포실(Fossil)은 지난해 MS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해 메시지 송수신, 날씨정보 수신 등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손목시계를 내놓았다.인터넷에도 명암이 있듯이 유비쿼터스도 단점은 있다. 개인이 사용하는 각종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 역시 네트워크에 그대로 노출된다.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네트워크에 노출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고질적인 이슈를 낳는다. 특히 특정 권력자나 권력집단이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이승용 교수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편리함과 개인정보침해가 상충된다”며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이슈를 가지고 법을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90년대 초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발전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유비쿼터스 역시 예상보다 빨리 세상을 이끌어갈 것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