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환율하락 등은 '악재'...주가 상승탄력 받기 어려울 듯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매매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는 초기에는 증권사 직원이나 주위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결국 손실을 보게 되고 뒤늦게 공부하기 시작한다.경제지를 정독하며 단말기를 통해 주식차트나 각종 기술적 지표들도 열심히 익힌다. 그러다 보면 주식이 거래되는 장중에는 자주 단말기를 쳐다보게 되고 급기야 장중 내내 단말기를 보기에 이른다. 이후에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안목이 좁아져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게 된다. 그 나무도 밑동만 보기에 이른다. 차트의 분봉을 보다 보면 끊임없이 주가가 파동을 치는 것처럼 느껴져 ‘고점에 팔아서 저점에 사야지’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매매하는 데이트레이딩도 여기서 생겨난다.이렇듯 ‘나무’만 보게 되면 나중에 그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을 돌아보고는 충격을 받게 된다. ‘그때 왜 매매를 했을까?’ 하는 후회를 할 때가 반드시 오는 것이다.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98년과 2000년이다. 98년은 한 해 내내 기업 살생부 얘기가 돌았다. 몇 차로 나눠 퇴출대상 기업들을 발표했다. 현대종합목재 등 상장 대기업 계열사도 포함되었기에 주식시장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2000년에도 그랬다. 동아그룹 등 ‘대마불사’의 대기업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현대그룹은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기업들의 빅딜로 경제는 항상 어수선했다. 당연히 주식시장도 좋을 리 없었다. 세상이 흉흉하고 불안한데 주식을 사려고 안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하지만 매매중독에 빠지면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를 테면 지금 대기업까지 위태로운 시대적 상황에 있는지, 아니면 경제가 호전되며 회복하는 국면에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이를 안다 해도 끝없는 매매의 유혹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그결과 소모적인 매매 속에서 투자원금의 대부분을 날리게 된다.섣부른 매매보다 지금은 관망할 때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매중독임을 깨닫고 일단 매매를 멈춘 후 자신과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주변이 온통 어수선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끊임없는 줄다리기 속에서 벼랑을 걷고 있다. 미국의 병력 수십만명이 속속 이라크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다.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넘나들며 경제에 소리 없이 부담을 주고 있다. 환율의 하락 속에 수출채산성 우려감이 현대자동차 등 대표주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새 정부에 대한 기득권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재계와 새 정부는 미묘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자 선뜻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식에 대한 신규수요도 없고, 주식을 매수한 채 밤을 보내는 것이 불안하기에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할 이유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이 글을 읽는 주식투자자들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을 돌이켜봤으면 한다. 내가 과연 매매중독에 빠져 있는지, 또 지금 주식을 사서 마음이 편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