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캐릭터송을 아십니까?’동식물 등의 먹거리를 소재로 만든 캐릭터에 흥겨운 노래를 결합시킨 ‘먹거리 캐릭터송’이 일본 음반 시장에서 소리 없이 인기몰이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이와 부모들이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곡들은 갈수록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일부 곡은 ‘국민가요’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빅히트를 기록, 음반 시장의 판도에 새 획을 긋고 있다.먹거리 캐릭터송이 노리고 있는 목표는 분명하다. 노래에 등장하는 먹거리를 소재로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당 먹거리의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의도다. 따라서 캐릭터도 최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주면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양을 띠고 있으며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는 듣고만 있어도 저절로 흥이 나도록 만들어졌다.이들 노래에 등장하는 먹거리는 우유, 생선에서 해초, 버섯, 토란, 매실, 크로켓에 이르기까지 현재 일본 시장에 깔린 것만 해도 10여종을 훨씬 넘고 있다.먹거리 캐릭터송 중 최대 히트작은 생선을 소재로 한 ‘오사카나(생선) 천국’.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며 생선의 장점을 노래로 늘어놓은 이 곡은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생선 진열대에만 가면 거의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국민가요로 뿌리를 내렸다.여자가수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소비자들의 생선 구매욕을 자극하는 이 곡은 먹거리 캐릭터송의 차원을 넘어 대중가요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토란을 소재로 만든 캐릭터송 ‘야마이모의 노래’는 대형 편의점업체 로손과 손잡고 일본의 8,000여개 로손 점포에서 소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토란의 맛과 영양을 선전, 단기간에 ‘오사카나 천국’ 못지않은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먹거리 캐릭터송 중 ‘샤부샤부노래’는 정육점업계의 후원을 등에 업고, 오키나와의 매실을 소재로 한 ‘습빠이 맨 노래’는 인기가수가 취입한 음반을 발판으로 역시 히트곡으로 대접받고 있다.비디오, 만화영화까지 잇달아 등장먹거리 캐릭터송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부모와 어린이가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노래라는 데 있다. 편식 경향이 심한 어린이들이 부모와 부르는 노래를 통해 먹거리와 자연적으로 가까워지도록 유도함으로써 거부감을 없애고 부모들의 반복 구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먹거리 캐릭터송이 높은 인기를 얻자 이를 아이디어로 비디오, 만화영화까지 서둘러 만들어지는 광경도 나타나고 있다. 해초의 일종인 ‘모스구’를 소재로 제작된 캐릭터송이 히트곡으로 떠오르자 ‘모스구’ 캐릭터를 등장시킨 비디오가 만들어져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먹거리 캐릭터송의 인기에 대해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부모와 어린이를 함께 겨냥한 마케팅으로 소비불황에서 벗어나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는 것을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심리를 감안, 일차적으로 어린이들이 먹거리에 흥미와 관심을 느끼도록 자극하려는 계산을 먹거리 캐릭터송은 깔고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특히 인간의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음식을 소재로 다루면서 이를 통해 부모와 어린이들에게 신바람을 불어넣어 주려는 것이 먹거리 캐릭터송의 공통적인 시도라고 덧붙이고 있다. 먹거리 캐릭터송의 음반 인기는 아직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도쿄 긴자의 야마노악기 본점 어린이 음반 코너에서는 먹거리 노래가 담긴 음반이 부모와 손잡고 온 어린이들의 단골 구매품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불황터널이 길어지고 소비부진이 심해질수록 먹거리 음반의 종류는 더 다양해질 것”이라며 “제2, 제3의 ‘오사카나 천국’ 같은 대히트곡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