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악화 가속화...일부는 M&A 아니면 도산 불가피할 듯

중소형 증권사의 겨울나기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불안한 징후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우선 증시침체가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2조원을 넘지 못하고, 코스닥시장도 1조원을 밑돌고 있다.증권업계 추정에 따르면 하루 거래대금이 대형사는 3조~4조원, 중소형사는 5조~6조원에 달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게다가 증권사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위탁수수료율이 온라인 거래 활성화와 과당 경쟁여파로 외환위기 이전 0.5%에서 현재는 0.18~0.12%로 급감해 증권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지점수, 고객수, 시장점유율 등의 영업기반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충격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실제 이런 우려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자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002년 회계연도 상반기(9월)까지 집계한 증권회사의 영업부문별 시장점유율 면에서 대형사에 견줘 중소형 증권사들의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수탁수수료 면에서 대형사가 전년 동기에 비해 2.7% 감소한 데 비해 중소형사들은 5.9%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이후에도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돼 감소율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증시사상 처음으로 건설증권 ‘자진청산’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깊어지는 가운데 증권계 1세대 회사인 건설증권이 설립 43년 만에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나서,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1959년 3월에 설립된 건설증권은 서울 여의도 본점과 지점 2개, 종업원 60여명의 소형증권사이지만 동서증권, 고려증권이 쓰러졌던 IMF 때도 끄덕하지 않고 꿋꿋이 버틴 비교적 재무상태가 좋은 증권사였다. 2000년 회계연도(3월결산법인)만 해도 증시호황에 힘입어 224억원의 순매출에, 73억원의 순익을 내기도 했다.하지만 이후 증권업계에 몰아닥친 온라인화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돼 2001년 회계연도에는 1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실적이 다소 호전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대형 증권사와 온라인 증권사 사이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마침내 지난 1월27일부터 청산절차에 들어갔다.증권가 일부에서는 건설증권 자진 청산을 계기로 문닫는 증권사들이 이어질 거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왔다. 또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떠돌았다. 증권업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일부 경쟁력 있는 곳을 빼곤 앞으로 1~2년 안에 M&A 되거나 문닫을 것”이라고 말한다.결국 수수료경쟁에서 온라인 증권사에 밀리고 규모가 작아 다른 수익업무를 하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진퇴출이냐, 구조조정이냐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게다가 올해부터 통합 자산운용업법이 본격 시행되는데다 장외파생상품의 본격적인 도입, 일임형 자문업의 허용 등으로 증권업계 내부뿐만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의 영역구분이 급격히 허물어지기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중소형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전문성 강화보다 당장 지점과 직원을 줄이는 구조조정부터 하지 않겠냐”는 한 증권맨의 볼멘소리에 올 한해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회오리바람이 심상찮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