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지영 과장(가명ㆍ32)은 최근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김씨는 이제 입사 7년차.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연봉이 불만족스럽고 자신의 분야에서 좀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작 김씨가 이직을 위해 기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자신에게 맞는 모집공고를 찾아보기가 힘들뿐더러 전문헤드헌팅업체들 역시 대부분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온라인 채용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최근 김씨와 같이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에서 헤드헌팅하는 ‘온라인 헤드헌팅’이 활개를 치고 있다.지난해 말 국내의 한 채용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중 26%만이 이직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신입사원들은 일반 채용 공고를 통해, 경영자급은 전문 헤드헌터들의 ‘은밀한’ 접근에 의해 채용이 이뤄지지만 중간관리자는 그 어디에도 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중간관리자급을 겨냥한 온라인 채용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 서비스들의 특징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헤드헌팅 과정이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는 것. 온라인 사업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보안을 강화하고, 온라인의 강점인 시의성을 적절히 활용한다. 또 기존 무료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용사이트들과 달리 대부분 유료회원제를 실시하고 있다.대표적인 업체로 온오프서치(www. onoffsearch. com)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IBK, 아데코, 탑경영컨설팅, 드림서치 등 국내 6개 헤드헌팅업체가 공동으로 투자해 만든 온라인 헤드헌팅사이트다. 최소 경력 3년에서 15년,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중간관리자급의 이직과 전직을 겨냥한다.김한석 온오프서치 사장은 “온오프서치는 2001년 6개 헤드헌팅업체 대표들이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만나 의논한 결과”라며 “무엇보다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써 구직자들은 자신의 이력이나 정보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철저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린 구직자는 구인기업이 이력서를 보려고 할 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를 통고받는다. 구직자가 허락을 해야만 구인기업이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어볼 수 있다.온오프서치의 또 다른 장점은 구직자가 하나의 사이트에 이력서를 제출하더라도 동시에 6개의 헤드헌팅회사에 등록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것. 이력서가 등록된 후에는 구인기업이 자신을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지에 대한 수치를 제공받아 자신의 ‘인기’를 직접 파악할 수 있다.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개인회원수는 4만여명으로 늘었다. 김사장은 “올해부터 기업회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중간관리자급 헤드헌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말했다.헤드헌팅업체 코에스(www.koess. com)에서 선보이고 있는 사이버 헤드헌팅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기존 헤드헌터 외에도 사이버 헤드헌터들을 헤드헌팅에 활용한다. 사이버 헤드헌터란 기존 헤드헌터들이 아닌 일정의 자격심사를 거친 일반 직장인들로 자신의 주변 사람 중 적합한 인재를 추천한다. 구인에 성공할 경우 사이버 헤드헌터들은 총수수료에서 30% 정도의 수익을 가지게 된다.인재추천 과정에서 비밀보장은 물론 나머지 과정 모두 회사측에서 담당한다. 황선길 코에스 사장은 “실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는 여전히 중간관리자급 적임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아직까지 국내 헤드헌팅업체들이 열악하고 전문성을 갖춘 헤드헌터들이 부족해 현업에 종사하는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며 의도를 밝혔다.국내 최대 헤드헌팅업체 중 하나인 HR코리아 역시 구직자들의 헤드헌팅에 관련한 서류전형을 온라인에서 해결한다. 온라인상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사내 채용담당 컨설턴트 30여명이 공유하는 것. 개인회원은 경력 2~3년차부터 CEO까지 다양하다. 한 관계자는 “현재 경력직 회원들만 7만~8만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라며 “회원 중 70~80%가 온라인으로 구직활동을 한다”고 밝혔다.미디어윌, 잡코리아 등 잇달아 진출전문 헤드헌팅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온라인 채용사이트들도 헤드헌팅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채용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 co.kr)는 휴먼피아를 인수한 후 지난 1월 ‘타이거서치’라는 사업부를 신설해 본격적인 헤드헌팅사업에 나섰다.이번에 설립된 타이거서치(www.tigersearch.co. kr)는 기존 소비재 업종의 CEO 및 임원급 헤드헌팅을 주력으로 했던 HR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해 단기간에 헤드헌팅 조직을 갖췄다. 향후 2~3년 내에 업계 최대의 서치펌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오프라인 생활정보지 <벼룩시장 designtimesp=23504>을 발행하고 있는 미디어윌도 온라인 헤드헌팅 사업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취업정보 사이트 ‘파인드잡’(www.findjob.co.kr)과 비정규직 대상의 ‘파인드알바’(www.findalva.co.kr)를 오픈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헤드헌팅 사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인크루트의 경우 헤드헌터들이 온라인에 비중을 높인 데 착안해 헤드헌팅몰(chief.incruit.com)을 열었다. 이곳은 국내 헤드헌팅업체들을 한데 모아놓은 사이트. 오프라인 네트워크만으로 인재를 찾는데 한계가 있었던 헤드헌팅업체들이 경력직 고급인재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현재 국내 채용 시장은 크게 오프라인 헤드헌팅업체와 온라인 채용업체로 나뉜다. 지난해 이들 회사의 매출은 약 2,000억원 규모. 그중 국내 헤드헌팅 시장은 연간 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상위업체의 경우 연간 20억~3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사장은 “외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돋보기 / 헤드헌터가 본 10년 후 유망직종건강ㆍ레저ㆍ미용 등 전문컨설턴트 ‘뜬다’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온오프서치가 국내 대형 헤드헌팅 6개사(드림서치, 아데코, 탑경영컨설팅, IBK, ITP, LFR)의 헤드헌터 60명을 대상으로 10년 후 유망 직종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대부분의 헤드헌터들은 10년 후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전문컨설턴트 및 상담가’를 뽑았다. 전문컨설턴트의 분야로는 건강, 레저, 여행, 미용 등 다양하게 언급됐으며 대부분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가의 경험과 정보를 더욱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또 10년 후에 대비하는 직장인들의 경력관리를 위해 중점을 둬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꼽았고, 이어 ‘어학’ ‘건강관리’ ‘기술적 능력’ 등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10년 후에 사회에 진출하게 될 중고생들이 지금부터 갖춰야 할 사항으로는 ‘인성교육’과 ‘어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설문조사를 주관한 김한석 사장은 “미래를 위해 가장 큰 대비책은 자신만의 ‘희소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교육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기술개발이 현저하게 빨라지는 시대에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희소가치’를 개발해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준비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