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지난 1월27일 선보인 ‘KB실버플랜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은 ‘온고지신’ 상품의 전형이다. 더구나 출시 후 한 달이 지난 2월20일 현재까지 팔린 금액은 모두 83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몰이에도 성공했다.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적 배당형 상품이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은 보장된다는 것. 채권형 상품의 특성상 원금손실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상품종류는 즉시연금식과 자유적립식으로 나뉜다. 즉시연금식은 말 그대로 거치기간이 없다는 뜻이다. 대신 40세 이상의 사람만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다. 이 상품의 형태는 3,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일시에 납입한 다음, 이후 가입시 미리 정한 기간(단 5년 이상)에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반면 자유적립식은 신규 가입시 최초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자유롭게 적립하는 것이며 이후에는 만원 단위로 불입이 가능하다. 다만 수익자가 최소 40세가 될 때까지는 넣어야 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즉시연금식과 같다.만일 상품의 특징이 여기까지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신탁 투자자의 눈길을 끌지는 못할 터. 지난 2000년 7월 은행권에서 출시된 바 있는 ‘신노후생활연금신탁’에 비해 가입최저금액만 커졌을 뿐 기본 골격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더욱이 원금보장이라는 ‘당근’에도 확정된 금리를 선호하는 당시 은행 이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왜 지금 국민은행이 이 상품을 다시 들고 나왔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진다.이 상품을 개발한 임헌중 국민은행 신탁팀 과장(38)은 “신노후신탁이 출시됐을 때 1년이 지나면 중도해지수수료가 면제되는 탓에 1년짜리 상품으로 인식된 바 있다”며 “단기상품이 아니라 장기상품으로 인식되도록 힘썼다”고 말한다.3,000만원 이상은 무료보험 혜택지난 연말, 한창 ‘노령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돌 때 임과장은 ‘이를 어떻게 상품개발에 이용하면 될까’를 고민했다. ‘노령화사회’가 되면 투자도 자연스레 단기가 아닌 장기로 변할 테고, 이런 고객들의 수요를 미리 선점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이를 거듭 궁리하던 그의 머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보험상품’을 이용하는 것. 쉽게 말해 상품에 가입하는 보답으로 무료보험가입이란 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연스레 장기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상품을 해약하는 즉시 보험서비스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후 임과장은 보험사 관계자를 지겹도록 만났다. 이렇게 선택된 보험상품이 바로 현대해상의 ‘여성 3대 특정 암보험’과 ‘24시간 일반상해보험’이었다. 3,000만원 이상의 가입자는 이 두 가지 보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6,000만원이 넘으면 둘다 무료가입이 가능하다.흥미로운 점은 바로 현대해상에서는 이 상품을 단독으로는 팔지 않는다는 것. 국민은행의 ‘KB실버플랜’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복’이기 때문이다. 임과장이 밝히는 두 상품의 보험료는 대략 연 10만원과 7만원 수준. 신탁보수가 평균잔액의 1.5%임을 감안해 볼 때 적잖은 부담이다. 임과장은 “같은 연금상품이지만 보험사보다는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