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 99년부터 시행…이산가족 위한 웹사이트 운영

한국컴퓨터어소시에이츠 (이하 한국CA)는 ‘소수정예부대’를 연상시킨다. 전직원이 80여명 정도로 글로벌 IT기업의 현지법인치고 다소 작은 규모다. 하지만 1인당 매출액이 6억원에 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이 회사의 지일상 사장은 “1인당 생산성으로는 동종업계 최대”이지만 “규모보다 내실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은 연매출 50% 이상씩 고속성장해 눈길을 끌었다.지난 8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함께 세계 3대 소프트웨어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의 한국법인이다.CA라는 기업브랜드는 다소 낯설지만 이 회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시스템관리, 보안, 스토리지, 기업정보포털(EIP) 등 거의 모든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제품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대부분의 제품들이 시장점유율 수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 designtimesp=23529>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99%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지난 89년 설립된 한국CA는 본사 CA의 아시아진출 전략에 맞춰 국내에서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IT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 전략은 특정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현지기업과 CA의 세계적인 기술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지난 99년 6월에는 나래이동통신(현 나래앤컴퍼니)과 소프트웨어 마케팅 전문회사인 NCA, 같은해 10월에는 코오롱정보통신과 SI업체인 라이거시스템즈를 설립했다. 또 2000년 3월에는 한국통신하이텔 및 콤텍시스템과 ASP 합작사인 온라인패스를 세운 바 있다. 지금까지 CA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억달러에 이른다.한국CA는 외국계 기업답게 다양한 사내 복지제도를 자랑한다. 최근 대기업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는 이미 9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운동, 여행, 외국어 강습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서비스와 저이자 대출, 자녀교육비, 병원비 등 기혼층이 선호하는 서비스 중 200만원 한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또 1년 동안 개인 매출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는 연 1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이는 전세계 CA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케냐, 남아공 등 ‘자기 돈’으로는 가기 힘든 곳을 택하는 것이 특징이다.지난해에는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아프리카의 케냐로 여행을 보내주었으며 사파리, 칵테일파티, 리조트 휴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한국CA에서는 4명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또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11년째 되는 해에 로렉스 시계를 지급하는 전통이 있다.특히 ‘사내 주식 구매계획’(ESPP)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부여한다. 이 제도는 6개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급여공제로 그동안 CA 주식이 가장 낮았던 시점에서 15% 할인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구매할 수 있다.자사주를 취득한 직원은 주식거래 사이트인 옵션링크(Optionlink)를 통해 즉시 주식을 팔 수 있다. 또 회사를 그만두거나 옮기게 되더라도 자신이 구매한 주식에 대한 권리는 지속된다.전직원 일주일치 점심 식대 자선단체 기부“컴퓨터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좀더 가깝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찰스 왕 전 CA 회장)CA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찰스 왕 전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복지활동이다. 찰스 왕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특히 전세계 언청이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무료수술 기회를 주는 ‘스마일 트레인’으로 유명하다. 이 단체는 찰스 왕 전 회장이 설립한 국제아동구호 및 의료재단으로 1999년에 설립됐다.이밖에도 미국 미아 찾기 사이트를 구축하는가 하면, 미국 9ㆍ11테러로 인해 부모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NY KIN’(Kids in Need)펀드를 운영하고 있다.한국CA 역시 본사 못지않은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복지재단의 미아 찾기 웹사이트를 5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고 국내 현실의 특수성에 착안해 이산가족을 위한 ‘그리운 가족찾기 웹사이트’(www.reunion.or.kr)를 운영하고 있다.가족 찾기 사이트의 경우 미국 미아 찾기 재단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핑 기법(Age Progression Technologyㆍ연령변화에 따른 재현기법)을 적용해 분단 50년 이상 된 이산가족들의 현재 모습을 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이 기술은 이미 미국에서도 상봉률을 66%에서 93%까지 끌어올리는 등 큰 효과를 봤다. 최근에는 남북이산가족 외에도 미아나 입양아와 국내 및 해외 이산가족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가족 찾기 사이트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까지 헤어진 가족을 찾은 사례가 250건에 달하고 있다.사내 직원들도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 연말 사내 사회봉사동호회에서는 바자회를 개최했다. 바자회는 직원들의 물품기증으로 진행됐고, 수익금은 전액 성 마리아집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얼마전에는 한국CA 전직원이 일주일 동안 점심을 굶어서 모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또 직원이 일정금액을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단체에 두 배를 기부해야 하는 사내 기부 프로그램과 연동해 적립금의 세배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하게 됐다. 지사장은 “지난 88년 한국CA가 설립된 이후 전직원이 일주일간 점심을 굶는 ‘채러티 위크’(Charity Week)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는 CA 직원이라면 누구나 실천하는 사회봉사활동”이라고 설명했다.CA는 찰스 왕 전 회장이 지난 76년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설립했다. 중국 상하이 출신의 찰스 왕 전 회장은 ‘중국계 미국인의 성공스토리’로 널리 알려진 인물. 중국 공산화 직후 판사 출신인 부친을 따라 1952년 8살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일을 하다가 세 명의 친구와 함께 CA를 차렸다.그후 수많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불려나갔다. 지난해 11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지금은 사회복지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는 산제이 쿠마가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인터뷰 / 지일상 사장아시아 대표 꿈꾸는 젊은 CEO“지난 1년 동안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한국CA가 너무 본사에만 종속된 운영을 해 왔던 거죠.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기존 채널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지일상 사장(38)이 한국CA의 ‘현지화 프로젝트’를 자신 있게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임할 당시만 해도 마케팅, 가격, 심지어 종업원수까지 본사에서 요구한 ‘숫자’에 따라 그대로 시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국내 실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회사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재량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지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찰스 왕 회장에게 ‘숫자에 연연한다면 내가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본사에서 현지법인에 좀더 많은 자치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더니 선뜻 알겠다고 하던데요. 그때까지 본사에 무엇을 요구하기보다 수동적으로 받기만 한거죠.”비록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올해 20% 이상의 성장목표를 세우고 있다.지사장은 마케팅 과장으로 입사해 만 4년여 만에 사장으로 발탁된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은 후 제일기획에 다닌 그가 IT 분야로 옮긴 이유도 궁금했다. “광고는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대행해주는 거잖아요.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젊은 만큼 포부도 크다. “지금은 한국CA 대표이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지역을 대표하고 싶습니다. 한국CA가 아시아 지역본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