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도바시카메라 지난해 5,156억엔 매출 올려...빅쿠카메라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전자제품상가는?‘도쿄의 아키하바라.’일본에서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도쿄의 아키하바라.’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전자제품과 관련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질 경우 돌아올 답은 십중팔구 아키하바라다. 아키하바라가 전자제품 유통의 ‘메카’로 한국에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데다 쇼핑의 명소로 탄탄한 유명세를 누려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전자제품상가=아키하바라’의 등식은 이제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완전히 틀리다고는 할 수 없어도 100점짜리 모범답안이 될 수 없어서다.아키하바라가 으뜸이라는 답이 모범답안으로써의 가치를 잃어버린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아키하바라의 주축을 이뤄온 가전ㆍ전자 유통전문점들의 경쟁력 후퇴와 이에 따른 상권침체가 첫번째 이유다.멀티미디어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아키하바라 상가의 지난 2002년 상반기 컴퓨터 판매대수는 약 20만500대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6.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전국의 컴퓨터 유통에서 차지하는 셰어도 10% 밑으로 떨어졌다.유통전문가들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와 도심공동화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그리고 도쿄 부도심의 확대로 인한 오피스타운 대이동이 아키하바라의 영광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보고 있다.지나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지역상가가 공동브랜드(루트 A)를 도입하고 취급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안간힘을 다했지만 켜켜이 쌓인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아키하바라가 전자제품 유통의 주역에서 밀려나고 있는 더 큰 이유로 카메라계열 전자양판점의 급부상을 들고 있다. ‘요도바시카메라’ ‘빅쿠카메라’ 등 카메라전문점에서 출발해 종합전자양판점으로 우뚝 솟은 대형업체들의 기세가 아키하바라에 둥지를 튼 중ㆍ소형 전문점들을 압도하며 전자제품 유통의 판도를 뿌리 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일본 전문가들의 지적이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은 ‘카메라’라는 이름을 상호에 붙인 전문점들 중 요도바시카메라와 빅쿠카메라 2개 업체의 맹활약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된다.가격 및 서비스 전략에서 우위1960년에 후지사와 아키카즈 현 사장이 첫 간판을 올린 요도바시카메라는 지난 1월 말 결산에서 5,156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의 전체 전자양판점업체 중 당당히 2위에 해당되는 실적이다.외형도 외형이지만 생산성과 실속에서 요도바시카메라는 동종업계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종업원 1인당 연간매출액은 2억엔으로 업계 1위인 야마다의 1.1억엔을 거의 더블스코어로 앞지르고 있다.빅쿠카메라의 1.4억엔도 요도바시에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연간재고회전수는 24회로 업계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재무상태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약 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야마다의 3.3%를 역시 먼발치로 밀어내는 숫자다.아라이 다카시 현 사장이 지난 1978년 소규모 카메라전문점으로 창업한 빅쿠카메라는 외형에서 요도바시에 뒤지지만 초스피드의 뜀박질 성장으로 업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창업 후 20여년 만에 북쪽으로는 삿포로, 남쪽으로는 후쿠오카에 이르기까지 일본 열도에 모두 16개의 점포를 깔아놓으며 지난해 3,451억엔의 매출을 올렸다.특히 빅쿠카메라는 영업부진으로 문닫은 유명 백화점의 점포를 잇달아 손에 넣은 후 이를 재단장해 오픈하는 장사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백화점 점포의 경우 매장 재구성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다 위치 등의 인지도도 높아 고객흡인력에서 뛰어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판다,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고객이 없어 셔터를 내렸던 백화점 점포들 중 빅쿠카메라가 전자제품전문점으로 업태를 바꿔 대성공을 거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소고백화점의 도쿄진출 거점이었던 유락초점은 과거 150억엔 전후에 그쳤던 연간매출이 빅쿠카메라점으로 간판을 바꿔단 후 700억엔대로 급점프하는 신화를 낳았다.썰렁하기까지 했던 매장 내부는 고객과 종업원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빈틈없이 쌓인 각양각색의 상품들로 현기증마저 느낄 정도다. 낡은 백화점 점포의 수술은 오사카, 삿포로, 다치가와 등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끊임없이 히트작을 터뜨리며 빅쿠카메라를 해당지역 전자제품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이들 카메라계열 전자양판점의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승리의 방정식을 취급 아이템과 재고관리, 그리고 가격ㆍ서비스 전략에서 찾고 있다. 아키하바라를 비롯한 각 도시의 전자상가를 이끌어온 중ㆍ소형 전자양판점들이 2만여점의 상품으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백화점 못지않은 상품력과 할인점을 능가하는 초염가로 무장한 것이 급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철저한 재고관리로 대약진 일궈요도바시카메라가 1,500억엔을 투입해 오사카 우메다지역에 지난 2001년 오픈한 점포는 무려 53만점의 상품을 갖춰놓고 있다. 전자제품이 중심이지만 생활용품과 잡화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것은 다 들어가 있다.최고 염가를 자신할 만큼 초저가에 판매하니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질 리 없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평일 8만명, 휴일 13만명으로 오사카시의 자랑인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3만명을 까마득히 앞지른다.지난 83년 단품관리를 도입한 요도바시카메라에 불필요한 재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적’이다. 점포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한편 1개월과 3개월 단위로 입고된 상품의 리스트를 작성한다.메이커들이 기말을 앞두고 밀어내기를 하려 해도 통할 리 없다. 납품받을 때 걸리는 시간과 수고를 덜기 위해 검품도 하지 않는다. 메이커가 철저히 검사한 후 내보내는데 번거롭게 똑같은 일로 인력을 낭비하느냐는 게의 주장이다.메이커와 신뢰만 잘 구축돼 있으면 검품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하나라도 상품을 더 파는 데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이다. 빅쿠카메라는 상품진열에서 ‘밭을 가꾼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매장에 들어서는 고객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시선을 뺏기지 않고 “이 앞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며 호기심을 가지도록 진열에도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다. 고객의 관심을 자극할수록 고객은 매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며 이에 따라 자연 지갑을 열어젖힐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속셈이다.카메라계열 전자양판점의 대약진은 일본 전국의 상권지도를 다시 그리며 가전전문으로 출발한 양판점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오사카의 최대 전자제품상가로 명성을 날렸던 니혼바시에서는 빅쿠와 요도바시의 진출 이후 거의 20개 점포가 간판을 내렸다. 후쿠오카에서는 이 지역 최대업체로 군림해 온 베스트전기가 요도바시의 공세에 밀려 곤경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중ㆍ소형업체들의 한숨과 비명이 높아져도 카메라계열 전자양판점의 고속질주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들의 기세를 꺾을 라이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과 역 주변에 점포를 집중적으로 늘린다. 그리고 집안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갖다놓고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