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일본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최고의 키워드는 ‘로봇’이다.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 designtimesp=23725>에 등장하는 주인공 로봇의 작품 속 생일이 2003년 4월7일로 그려진 덕에 일본인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기 때문이다.4월 초에 연례행사의 하나로 열린 로봇전시회는 인파로 넘쳐났고, 언론은 각종 이벤트와 아톰 특수를 노린 기업들의 한몫 잡기를 보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로봇 열기로 짭짤한 재미를 누리는 업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제작사, 광고, 식품, 문구 등 어린이, 청소년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업종이라면 아톰 인기와 로봇 열기에 편승해 불황 속에서 모처럼 한숨을 돌리고 있다.그러나 특수를 실감나게 느끼는 곳은 단연 완구업계다. 완구업계에서도 특히 초미니 사이즈의 페트(애완동물) 로봇을 만드는 업체들은 내놓는 제품마다 대박을 터뜨리고 있어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초미니 페트 로봇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토미의 ‘유비노리 삐삐’와 ‘마이크로 페트’ 및 메가하우스의 ‘하코통’이다. 갓 태어난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유비노리 삐삐는 몸체가 약 6㎝에 불과한 초미니 페트 로봇이다.로봇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따라다니지만 겉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귀여운 병아리 모습을 하고 있다. 모두 13가지가 나와 있고 몸체의 색깔에 따라 고유이름이 붙어 있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삐악 삐악” 하는 소리를 내며 주위의 시선을 잡아끈다.유비노리 삐삐의 밑에 들어 있는 플러스, 마이너스의 전극이 사람의 몸에서 발산되는 전기와 반응해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병아리 우는 소리 외에 간단한 동요 멜로디도 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일선 판매점에서의 가격은 개당 680엔. 부담 없는 낮은 가격과 귀여운 병아리 모습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 3월 말에 내놓은 첫 회 판매분 15만개가 단숨에 모두 팔려나갔다.회사측은 유치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유비노리 삐삐가 의외로 20대 전후의 젊은 여성들로부터도 각광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핸드백 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제품을 구입한 여성 소비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이 회사는 색상을 다양화하고 병아리 외의 다른 동물 시리즈도 후속 제품으로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초미니 페트 로봇 시장에서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또 하나의 파이어니어업체는 반다이그룹의 계열사 ‘메가하우스’다. 이 회사가 지난 4월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하코통’은 가격이 980엔으로 토미의 유비노리 삐삐보다 다소 비싸다. 하지만 곰, 원숭이, 강아지의 3가지 동물로 형상을 다양화한데다 로봇 자체가 리듬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능을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예를 들면 하코통의 앞에서 책상을 톡톡 두들기면 그 음을 기억해 같은 동작으로 반응한다. 팔과 다리가 몸체에 붙어 있어서 가능한 동작이다.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 리듬을 외우는 것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소리도 낸다.회사측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주어진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장난감으로 컨셉을 설정, 소비자들의 만족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하코통은 기획, 개발단계에서부터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메인 타깃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여성들의 심리는 여성이 누구보다 잘안다’는 전제하에 여직원만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에 일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곰, 강아지, 원숭이의 3가지 동물도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이들 두 회사 외에 세가토이즈는 지난해 말 ‘푸치베이비’라는 이름의 페트 로봇 시리즈를 내놓고 판로개척에 가세해 업체간 시장 선점 경쟁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다. 완구업계 전문가들은 “메이커마다 젊은 여성을 겨냥한 제품개발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 “초미니 페트 로봇이 완구점 매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