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약품 시장, 제약업계 ‘기회의 땅’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하면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관심이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주식시장도 그렇다.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특정 이슈가 생기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정 재료에 집중돼 관련종목이 관심주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 ‘테마주’ 등장이 그것이다. 테마주는 계절이나 날씨, 선거ㆍ유행 등 다양한 현상에 의해 형성된다.이처럼 쏟아지는 테마주 중에서도 최근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혜주’다. 하루에도 몇 편씩 쏟아져 나오는 제약 관련 리포트들은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황상연 신영증권 연구위원(33)도 지난 4월29일 제약·바이오산업을 분석한 <두 개의 가능성, 한 개의 불확실성 designtimesp=23760>이라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그는 이 리포트에서 국내 제약업종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특히 국내 제약업체의 신약개발에 대해 전세계적인 개량형 신약의 유행을 이유로 들어 시장확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의약품 시장을 ‘두 개의 가능성’ 중 나머지 한 가지로 들었고 최근의 내수영업 위축을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한 가지 불확실성’으로 보았다.리포트를 쓰게 된 계기는 뭡니까.4월 초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잖아요. 기본적으로 국내 제약회사들이 과연 신약개발 기술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그렇지만 이번 일을 간과해서는 안되죠.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약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또 한 가지는 역시 사스 때문입니다. 사스는 의료시설이나 치료ㆍ예방법 등이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은 질병인 만큼 이와 관련한 제품의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죠. 더욱이 공교롭게도 사스의 발원지인 중국의 의약품 시장이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관세 인하 등의 시장개방과 제도개선 스케줄을 잇달아 계획하고 있습니다.제약업은 기본적으로 지적재산권에 기반한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가 어느 산업보다도 높은 부문입니다. 중국 의약품 시장이 국내 회사들에 ‘뜨거운 감자’인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그럼 국내 제약회사들의 중국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요.중국을 ‘죽의 장막’이라는 말로 표현하잖아요. 보건ㆍ의약 분야가 정부의 통제하에 놓여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입니다. 이 장막이 열린다면 브랜드네임이 있는 외국의 유수회사들도 가능성을 얻게 되는 셈이지만, 같은 스타트라인에 서 있다는 점에서 지금 국내 기업들이 나서기에 그다지 불리한 상황은 아닙니다.특히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1인 의약품 연간 구매금액이 400달러인 데 비해 중국은 연간 25달러에 불과합니다. 잠재수요가 크다는 뜻이죠. 그런데 중국시장의 이 같은 상황이 국내 업체들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습니다.바로 임상조건에 관한 것입니다. 임상시험에서 신체조건 등이 비슷한 우리나라가 우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약품개발에 있어 일종의 블록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의 진출상황은 어떻습니까.이미 일부 기업들은 진출한 지 7년이 될 정도로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업체의 진출은 대개 생산기지와 판매법인을 결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판매법인만으로는 현지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죠.WTO 가입 이후 해외 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해서인지 지난해부터 흑자기업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안정을 찾게 된 업체들이 해외판촉에 매진할 여력이 생긴 것도 도움이 됐고요.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그간 변화상을 돌이켜보면 90년대 중반까지도 항생제 비율이 높고 최초개발약품과 성분이 같은 카피약품(복제약품)이 많은 초기시장 형태였습니다. 지금 중국이 그래요. 우리나라 80~90년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러니 중국 의약품 시장에 국내 회사들이 도전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사스효과’는 실제로 크지 않다면서요. 소위 말하는 테마주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면 좋을까요.그러한 것들이 실질적인 이익효과로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현재 사스치료제는 없지만 항생제 투여가 예방차원의 한 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등한 제약주도 존재하는데요.이는 단지 ‘충격과 공포’를 일으키는 재료일 뿐입니다. 물론 이처럼 새로운 질병의 등장으로 증시가 술렁일 경우 업종 자체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이 같은 테마주를 해석할 때는 실제 분석가들이 내놓은 코멘트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개인투자자들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받아들이기가 쉬운데요. 원천 정보만을 가려서 봐야 할 겁니다. 이렇게 얻게 된 자료를 통해 추천종목들을 꾸준히 보고 있다가 책임 있는 의료기관의 자료가 나오거나 하는 경우에 매수하면 되겠죠.결국 테마주 정보는 종목을 가리는 ‘체’의 역할 정도로 생각하고 실질적인 종목과 테마에 대해서는 스스로 냉정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애널리스트 이전에 제약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해당업종에서 근무해 전문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애널리스트로 각광받던 때였죠.저는 제약회사에서 약 5년간 기획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업계 정보를 상당수준으로 축적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회사측의 설명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재무회계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로 출발한 분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겠지만요.결국 국내 제약업계의 성장성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듯한데요.그렇죠. 제약업계에서나 증시에서나 국내 제약업체들의 가능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뚜렷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리포트가 필요한 겁니다.보고서를 통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환경적인 변화상만이라도 짚어줄 수 있거든요.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애널리스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제약업종 애널리스트로서 꿈이 있다면.제약업계가 스스로의 성장엔진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향후 성장부분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애널리스트로서 시장상황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주가가치 평가모델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돋보기사스여파는 계속된다테마주로서 수혜주 분석에서 시작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관련 리포트는 각 업종에 사스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는 보고서로 이어졌다. 또 사스발생이 장기화되고 북핵문제가 국내 증시의 새로운 테마로 부각되면서 주 종반에는 오히려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시각의 리포트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