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ㆍ강철규 등 현정부 실세 포진…시민운동가·기업인도 다수 포함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들은 현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은 ‘파워인맥’에 속한다. 이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빠지지 않는 대목이 바로 진보학계의 산실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사장 변형윤) 출신이라는 것. 사정이 이쯤 되자 올 초부터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뭐하는 곳이냐’를 묻는 재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1993년 설립된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40여명의 ‘짱짱한’ 회원들이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에 중심세력으로 포진하면서 경제계에 알게 모르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어쩌면 ‘이 정도의 영향력 행사’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직 수면위에 떠오르지 않은 연구소 회원들이 향후에는 현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학계에 핵심포스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지난 3월 중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구소 주최로 열린 ‘신정부의 경제개혁 과제’라는 심포지엄에 학자들 이외에 기업인들과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 것은 이런 생각에 힘을 싣게 한다.재벌개혁론 파이프라인 역할사실 연구소는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정권 초기에 회원인 김태동씨(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는 보수진영의 반발에 부딪치면서도 정책기획수석에 발탁됐었다.아울러 전철환 한국은행 고문(전 한국은행 총재), 이진순 숭실대 교수(전 한국개발연구원장),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전 금감위 부위원장) 등이 요직을 지냈다. 이들은 연구소를 통해 오랫동안 친분을 쌓은 지인들로 알려져 있다.현정부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구정권 때보다 연구소의 힘이 더욱 커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경제1, 2분과 간사에 이정우씨(현 청와대 정책실장)와 김대환씨(현 인하대 교수)를 발탁하면서 급부상했다.3월에는 연구소 창립멤버이자 이사인 강철규 전 시립대 교수가 ‘기업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다시 한 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발탁으로 청와대, 공정위, 금감원 등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주요라인에 연구소 인맥이 진출하게 됐다. 금감원에는 회원인 오갑수씨가 지난해 초부터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따라서 변형윤 이사장과 연구소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경제개혁, 재벌개혁의 밑그림이 이들을 통해 현실에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 재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더군다나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벌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제4의 권력인 시민단체에도 연구소가 미치는 영향력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SK와 JP모건의 이면계약 문제를 비롯해 삼성, LG, 한화, 두산 등의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사령탑인 김상조 소장. 연구소 초창기 멤버이기도 한 김소장의 말 한 마디에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 마른침을 삼킬 정도다.참여연대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경실련의 경제정의연구소 이근식 이사장(시립대 경상대학장)도 역시 연구소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재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양대 시민단체의 재계관련 사령탑이 모두 연구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이밖에 연구소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는 진보학파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정권 교체기 때마다 입각설이 나도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창립멤버다. 이밖에 김수행 서울대 교수, 정일용 한국 외국어대 교수, 장세진 인하대 교수, 박진도 충남대 교수, 신상기 경원대 교수, 윤진호 인하대 교수 등이 가입돼 있다.또 한국개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쟁쟁한 연구소의 기관장과 핵심연구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박순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회원명부에 이름이 올라있다.연구소는 현재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나뉘어 있다. 정회원은 초창기 회원으로 대다수가 학계출신이다. 이에 반해 준회원은 기업인, 법률인 등 직업이 다양하다.이중 기업인은 초창기부터 참가한 박주탁 수산중공업 회장, 이종태 수국 회장 등과 함께 올 초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정수용 빙그레 사장, 홍용찬 우성해운 사장 등이 눈에 띈다. 이중 박회장은 연구소 창립 초기에 물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계에서는 김근태 민주당 의원과 심재권 한나라당 의원 등이 있다.이밖에도 관계와 재계에 진출한 서울대 상대 출신 가운데는 변이사장과의 인연으로 연구소에 유무형의 도움을 주는 이들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작 회원들은 연구소 활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현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상기 경원대 교수는 “재벌팀, 산업팀, 금융팀 등 팀별로 나눠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분배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특정 이념에 쏠려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돋보기 /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변형윤 교수 서울대 제자군단이 주류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뿌리는 ‘학현(변형윤 이사장의 아호·사진) 연구실’이다. 변교수가 전두환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80년 해직되자 제자들이 나서 ‘학현 연구실’을 설립한 것. 그러다가 93년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다시 태어났다.연구소는 1년에 각각 한 번 심포지엄과 워크숍을 개최해 왔다. 더불어 매달 둘째 토요일에 월례 토론회를 열고 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해외로 등산을 다녀온다. 회원들은 주로 서울대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특별히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올해 20여명의 비서울대 출신들이 가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원가입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1년에 한 차례 운영위원회를 열어 가입신청자를 심사, 가입여부를 결정한다. 회원가입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연구소 운영은 10여명의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1대), 정일용 교수(2대), 윤진호 교수(3대), 신상기 교수(4대) 등이 맡아왔다.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는 결속력을 강조하기보다 논의의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현정부 들어 가입문의가 늘어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말했다.주요 멤버들구분 이름 현직관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김태동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전철환 한국은행 고문 (전 한국은행 총재)오갑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정계 김근태 민주당 국회의원심재권 한나라당 국회의원시민단체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근식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학계 정운찬 서울대 총장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진순 숭실대 교수(전 한국개발연구원장)김대환 인하대 교수(전 인수위 1분과 간사)박진도 충남대 교수(전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정일용 한국외국어대 교수신상기 경원대 교수윤진호 인하대 교수박순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재계 박주탁 수산중공업 회장이종태 (주)수국 회장정수용 빙그레 사장홍용찬 우성해운 사장김대식 코리아정보컨설팅 사장기타 신정석 법무법인 세종 고문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