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금감위원장 발언으로 불 댕겨...올 하반기쯤 구체화될 듯
생명보험사 상장문제가 다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논쟁이 불거진 것은 최근 이정재 신임금융감독위원장이 생보사 상장문제를 거론, 올 상반기 중 생보사 상장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지난 4월24일 이위원장은 “지난 89년과 90년에 실시된 삼성과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에 따른 법인세 면제기간이 오는 12월 말로 종료된다”며 “취임 이후 국회 업무현황보고 등 일정이 많아 상장방안을 자세히 보지 못했으나 조세특례법 시한 등의 일정에 맞춰 상장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위원장은 이어 “생보사 상장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 아니면 기존에 마련한 방안을 재추진할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필요하다면 공청회 등을 다시 개최해 올해 안에 생보사 상장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생보사 상장문제는 80년대 중반 이후 생보사들이 이익을 시현, 공개요건을 갖추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삼성과 교보가 기업공개를 전제로 내걸고 지난 89년과 90년에 각각 자산재평가를 실시했으나 증시침체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결국 10년 넘게 해결을 보지 못한 채 논쟁만 되풀이되고 있다.특히 3년 반째 표류하고 있는 삼성자동차 부채문제를 현 정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생보사 상장이기 때문이다.이후 정부는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생보사 상장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마련했지만 계약자 및 시민단체와 생보사의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생보사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지난 99년 생보사상장자문위원회와 삼성 및 교보가 자체 전망한 상장 후 주가에 따르면 두 생보사의 주요대주주는 적게는 5,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당시 삼성과 교보의 상장 후 주가는 각각 70만원과 65만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현재는 증시침체와 상장 지연으로 삼성의 주식평가액은 20만원대(장외거래가격 기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사실 99년 당시의 주가예상치로 오른다면 1,000억원(액면가기준) 수준의 삼성생명 주가총액은 상장 이후 17조~20조원으로 100배 이상 늘어나고, 교보생명도 686억원(액면가 기준)의 주가총액이 단번에 11조원 규모로 ‘뻥튀기’ 된다.이 경우 삼성생명 지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는 약 2조7,0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현재 주가로 치더라도 8,0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교보생명 지분의 약 45%를 확보하고 있어 현 시세(장외거래 6만~7만원)로 친다하더라도 1조2,000억~1조4,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쟁점은 계약자 배당문제생보사 상장문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난제는 상장시 자본이득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문제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국내 생보사가 상호회사적으로 운영돼 온 만큼 계약자도 상호회사의 사원에 준해 주식을 배당받아 상장시 자본이득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가 상장하게 된다면 법적으로 엄연히 주식회사이며 주주가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유배당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형태로 주식을 배당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또한 “주식회사를 공개할 때 자본이득은 전부 주주의 몫이므로 계약자에 대한 주식분배안은 상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트로이브릿지 딜로이트 노동욱 시니어매니저는 “정부당국이 지금껏 안이한 자세로 상장작업을 추진한 것도 문제며 원칙과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정부가 끼어들면서 사실상 시장경제질서가 무너진 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미국에서도 메트라이프나 푸르덴셜 같은 거대한 상호 생보사들이 상장 주식회사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공정한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별로 수십명의 전문가가 매달려 관련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리적인 계산의 정확성보다 주주와 계약자들이 회사의 현 시장가치 창출에 상대방의 공헌과 기여를 인정하는 데 문제해결의 열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같은 해묵은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보업계에서는 기업공개 공모청약시 계약자에게 우선청약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재경부 등 정부부처 일각에서는 생보사 상장이익 배분방식으로 공익재단설립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상장이익을 기부 형식으로 출연하는 방안은 직접적인 이익 현금배분 방안보다 현실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그런 정부의 방안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공익재단 설립은 특혜의혹으로 말 많은 생보사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는 안된다며 10년 넘게 끌어온 문제를 종식시키기에는 절충안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다.해결 묘안 있나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 상장되면 자본확충을 통해 경영 리스크를 흡수하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의 상장원칙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여러 쟁점들이 남아 있어 올해 안으로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들도 10년 넘게 끌어온 생보사 상장문제가 단순히 금감원의 검토로 올해 안에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나올 만한 모든 방안은 지난 10년 동안 다 나왔다는 것.정부의 공익재단설립안에 대해서도 생보사와 시민단체 모두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또한 이위원장이 얼마만큼 계약자와 생보사 양자간의 적절한 절충안을 찾아내느냐가 해결의 관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계약자의 몫을 챙겨주고 주주의 동의도 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이 지금까지 제시된 모든 다양한 방안들을 이른 시일 내에 검토해 확정해줄 것을 기대한다. 미루면 미룰수록 실타래 꼬이듯 더욱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