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관심에서 한 번 멀어진 상품의 인기를 되살리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패키지와 용도로 무장한 신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의약품메이커 ‘에이자이’가 일본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콧구멍 확장 테이프’는 인기가 시들해진 상품이 되살아나 예전보다 훨씬 큰 판로를 만들어낸 사례로 주목받는 경우다.일본시장에 콧구멍 확장 테이프가 소개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들이 콧등에 붙이고 경기하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한 차례 붐이 일어났다. 스포츠 활동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몫을 보려는 업체들도 속출, 너도나도 수입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포츠용품이라는 인식의 한계가 있었던데다 사용인구도 미국보다 적은 탓에 한해 120만개까지 올라간 후 수요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상황대로라면 콧구멍 확장 테이프는 얼마 안가 반짝상품의 하나로 전락할 처지였다.에이자이는 이 같은 상태에서 시장에 새로 뛰어 들었다. ‘브리즈 라이트’ 브랜드의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던 미국 CNS가 일본측 파트너와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새 협력업체를 찾던 참이었다.에이자이가 브리즈 라이트의 수입, 판매권에 주목한 것은 의약품 이외에 다른 상품의 약국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콧구멍 확장 테이프라는 상품을 비염치료제들과 묶어 판매하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에이자이의 전략은 주도면밀했다. 이 회사는 브리즈 라이트의 용도에서 스포츠용의 흔적을 지워내려 애썼다. 대신 비염치료 목적 등 일반건강용품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힘을 쏟았다.판매 시작에 앞서 참고한 미국시장의 자료도 에이자이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브리즈 라이트의 본바닥인 미국에서도 스포츠용으로 판매되는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건강용으로 팔려나간다는 분석결과였다.브리즈 라이트를 콧등에 붙일 경우 콧구멍의 통기율이 약 30% 높아진다는 실험결과 역시 든든한 힘이 됐다. (테이프 속에 2줄의 스프링이 들어 있는 브리즈 라이트는 스프링의 반발력으로 콧구멍이 넓어지도록 돼 있어 잠시만 사용해도 곧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에이자이는 상품의 컨셉부터 바꿨다. 종전에는 ‘코가 막힐 때’ ‘코 고는 것이 신경에 거슬릴 때’ ‘스포츠 활동을 할 때’ 등 여러 용도의 목적을 나열했으나 이를 ‘코를 시원하게 해주고 싶을 때’의 한 가지로 통일했다. 상품의 컨셉을 통일해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TV광고에서도 ‘코가 막혀 기분이 답답할 때 사용하는 상품’의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지난해 240만개 팔려에이자이는 판매방식에서도 철저히 비염치료와의 연관성을 고집했다. 예전 수입판매상은 약국의 반창고, 붕대 코너에 브리즈 라이트를 진열해 놓고 파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에이자이는 이를 바꿨다.약국 주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한 후 비염치료제가 놓인 진열대로 위치를 이동시켰다. 자사의 비염치료제 ‘스카이나’의 곁에 두고 함께 얹어 파는 전략을 동원, 비염의 고통을 줄이는 데 좋은 상품이라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에이자이의 ‘꾀’는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구매고객 대상의 한 조사에서 브리즈 라이트는 막힌 코를 풀어주는 데 사용하기 위해 사간다는 응답이 30%에 달해 스포츠용의 14%를 크게 웃돌았다. 걸림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콧구멍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피부가 다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문제였다.에이자이는 이에 대해 ‘12시간 이상 계속 붙이고 있지 말라’든지, ‘붙인 테이프가 떨어지지 않으면 물을 조금 바르면 된다’는 설명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스포츠용품메이커가 아니라 의약품메이커라는 신뢰를 앞세워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한 조치였다.콧구멍 확장 테이프의 연간수요는 2002년의 경우 240만개로 급팽창했으며 시장은 에이자이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로 굳어졌다. 에이자이의 성공은 시장상황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소비자들의 잠재욕구를 정확히 읽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준 사례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