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 리들, 리더스 프라이스 등 지난해 프랑스 시장 성장률 17%

독일계 초저가 슈퍼마켓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이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알디, 리들, 리더스 프라이스 등 초저가 슈퍼마켓들의 지난해 프랑스 시장성장률은 17%로 2001년 9.4%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이다.오랫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상점으로 불리던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이 프랑스에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지난 2~3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불경기가 그 이유다. 최근 세코딥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국민 60%는 최소한 한 번 이상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초저가 디스카운트 매장이 프랑스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80년 후반. 당시 프랑스 유통업계는 독일 기업들의 국경 인접 동부지방 진출을 과소평가했다. 볼품없는 매장에 싼 물건만 팔아 ‘얼마 가지 못해 망할 것’으로 믿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가 슈퍼마켓의 판매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마침내 대형 유통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카르푸와 카지노 등 대형업체들은 일부 지역에 한해 이들 저가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하드 디스카운트 업체가 싼 물건을 판다고 해서 영세하거나 영업실적이 낮다고 믿으면 큰 오해다.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대형유통업체보다 훨씬 높다. 독일의 경우 일반 슈퍼마켓의 이익률이 0.9%에 불과한 데 비해 초저가 유통업체의 마진은 3% 수준이다.하드 디스카운트 업체의 패러독스는 가장 싼 제품을 제시하면서 이익은 더 많이 창출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초저가 슈퍼마켓 알디그룹 대주주 알브레케트는 268억유로에 달하는 재산으로 세계 5대 갑부에 든다.초저가 슈퍼마켓의 인기비결은 한마디로 가격이 무척 싸다는 것이다. 일반 유통업체와 비교해 비슷한 제품의 가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유리창 청소세제 아작스의 일반 유통점 가격은 2.90유로이지만 초저가 슈퍼마켓에서 0.98유로에 판매된다.하드 디스카운트 유통업체의 가격경쟁 우위는 최소한의 설비와 인력만을 투자하는 경비절감 정책에서 나온다. 이들 매장에는 특별세일품목 가격표 외에는 실내장식이 없다. 상품진열은 공급자에게서 받아온 상자를 그대로 열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꺼내 가도록 한다. 고객을 위한 매장 내 분위기 음악도 틀지 않는다.음악 저작권료 지불을 피하기 위해서다. 취급제품 종류는 1,000여개로 일반 유통업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잘나가는 제품만 다루다 보니 비인기 제품이 매장의 불필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고 제품관리도 간단하다. 판매제품은 중소기업 하청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한다.일반시장에서 어떤 신상품이 인기를 얻으면 즉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하청생산업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투(Me too)제품을 출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3주면 충분하다.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제품 퇴출에 걸리는 시간도 일반 대형유통업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개월 수준이다. 인건비가 전체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로 일반 유통업체의 10%보다 현저히 낮다.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드 디스카운트 유통업체가 가격우위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것은 효과적인 상품구매조달 방법이다. 하드 디스카운트 업체는 제품 판매가격을 최저가로 내리기 위해 생산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생산에 앞서 제품 컨셉에서 운송, 판매까지 공급자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 일반 유통업체들의 생산업체 목 조르기 식의 무조건 가격인하 요구와 큰 차이가 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프랑스의 티에리 샤생 사장은 “하드 디스카운트의 구매방식은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한 전략”이라며 “중소기업 공급업체는 자신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구매자와 오랫동안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주문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제의하기도 한다”고 말한다.현재 프랑스에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 수는 약 3,000여개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독일의 35%보다 낮은 12%선이지만 초저가 슈퍼마켓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얼마전부터는 중간 소득층의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이용도 크게 늘어 2~3년 내 시장점유율은 20%선을 넘을 것이란 게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이다.돋보기 / 유럽연합초콜릿 성분 문제로 ‘티격태격’최근 유럽연합(EU)은 오는 8월부터 초콜릿의 성분조정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초콜릿 제조시 카카오버터 대신 식물성지방(팜유, 망고씨 등)을 5%까지 첨가해도 된다.이런 방침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가격 상승 우려 때문이다. 카카오 생산 세계 1위국인 코트디부아르의 국내 사정이 불안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지난해까지는 카카오의 수급균형이 이뤄졌지만 올 들어 공급부족 조짐이 나타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이렇게 카카오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콜릿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것이 당연하다. 식물성지방으로 대체하면 원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이나 덴마크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성분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터라 나머지 유럽국가에서도 실행에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하지만 대형초콜릿제조회사들(네슬레, 크래프트 등)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카카오버터를 다른 식물성지방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들 회사는 소비자들이 카카오버터가 초콜릿 맛 결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초콜릿 소매판매업자들도 성분조정은 기업들의 이윤을 높이는 것일 뿐이라면서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식물성지방의 가격은 카카오버터에 비해 5~10배까지 낮다. 심지어 이들은 초콜릿에 식물성지방을 넣도록 허용하는 것은 ‘초콜릿 학살’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쓰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유럽인들이 이번 초콜릿 성분조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