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용품 . 패션액세서리 . 주방용품 50여 가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뉴욕 맨해튼 32번가를 따라 서쪽으로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상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잭스99센트스토어. 제대로 쓰지도 못할 싸구려 물건만 모아서 파는 곳이겠지 하는 생각은 잠시. 엄청난 규모, 다양한 상품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강당 크기의 매장 1, 2층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꽤 괜찮아 보이는 장난감을 하나 들고 미심쩍은 눈으로 본 가격표에는 ‘99센트’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달러 스토어’(Dollar Store)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달러 스토어는 일종의 저가 편의점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1달러에 판매하는 곳이다. 맨해튼에 있는 잭스99센트스토어 같은 99센트 스토어도 달러 스토어로 분류된다.달러 스토어에서 잘 팔리는 상품종류는 대략 50가지. 파티용품, 패션 액세서리, 주방용품, 가정용품, 식품 등이다. 보통 달러 스토어 한 곳에서 2,000~3,000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웬만한 생활용품은 대부분 구비하고 있을 정도다. 일부 달러 스토어는 1달러가 넘는 상품도 팔고 있다. 물론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달러 스토어의 최대 강점은 역시 가격.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달러 스토어 창업지원회사인 ASI의 댄 마글즈 부사장(사진)은 달러 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다양한 상품을 꼽았다. 그는 “달러 스토어는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특히 매달 전체 상품의 30%를 새로운 품목으로 채운다. 고객들은 1달러에 살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보려고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의 세인트조셉대 존 스탠턴 교수는 이런 현상을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그는 “고객들은 달러 스토어에 숨어 있는 질 좋고 값싼 물건을 발견하는 재미로 자주 방문한다”고 분석했다.달러 스토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들의 방문 횟수가 중요하다. 고객들의 방문 횟수가 매출로 이어지는 확률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달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가격이 싸 일단 방문한 고객은 당초 계획보다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달러 스토어의 성공 열쇠는 고객들의 발걸음을 얼마나 자주 유혹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이 자주 오게 하기 위해 잭스99센트스토어는 기발한 방법을 쓰고 있다.매일 ‘오늘의 상품’을 정해 실제 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것. 대신 무엇을 팔지 광고를 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직접 방문해야만 ‘오늘의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고객들은 값싸고 품질 좋은 ‘오늘의 상품’을 사기 위해 수시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달러 스토어는 최근 고소득층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기에는 저소득층이 주고객이었으나 상품의 질이 높아지면서 고소득층도 달러 스토어를 많이 찾고 있다. 댄 마글즈 부사장은 “달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 백화점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빈부에 관계없이 싼 물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잭스99센트스토어는 초기에 부유층이 살고 있는 맨해튼에 상점을 열어 성공을 거뒀다. 그후 32번가로 확장했다.1달러의 비밀달러 스토어가 1달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량 구매에 있다. 달러 스토어 납품회사들은 생산자로부터 한꺼번에 상품을 구입해 단가를 낮춘다. 개별 달러 스토어는 납품회사들로부터 원하는 상품을 주문한다.달러 스토어 창업지원 및 상품공급을 하는 벅스스토어의 홍보담당자 마이클 월셔씨는 “전국에 있는 달러 스토어에서 주문을 받아 대량으로 구매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공급자들간 경쟁이 치열해 가격은 더욱 내려가고 품질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체인은 자체적으로 구매한다.1달러를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철 지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유행이 지난 상품을 값싸게 구매해 판매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하기 쉬운 식품도 동일한 방식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잭스99센트스토어의 마케팅담당자 아이라 스타인버그씨는 “달러 스토어는 상품이 판매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임박한 식품을 저가에 구매,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실 일반 슈퍼마켓은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사려하지 않아 생산자들에게 식품재고는 큰 골칫거리다. 폐기하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달러 스토어가 해결해주었다.달러 스토어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유통기간 내에 충분히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 좋고, 달러 스토어는 싸게 물건을 들여올 수 있어 좋다. 완벽한 윈-윈 전략인 셈이다.달러 스토어 급성장달러 스토어는 미국경기가 몇 년째 침체를 보이면서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싼 곳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댄 마글즈 부사장은 “달러 스토어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번창하는 몇 안되는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고객층이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달러 스토어는 수익도 짭짤한 편이다. 댄 콜리 ASI 마케팅담당부장은 “달러 스토어는 마진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평균 마진이 전체판매액의 20% 정도”라고 말했다.달러 스토어 숫자도 급속하게 불어나고 있다.정확한 수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현재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달러 스토어는 수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문을 여는 달러 스토어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달러 스토어 체인인 달러트리의 경우 극심한 불경기였던 지난해에만 318개의 상점을 새로 열었다. 달러트리는 현재 전국에 2,263개의 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스닥에 등록돼 있다.달러 스토어의 매출도 가파르다. 경기침체가 오히려 달러 스토어의 성장을 가져다준 것이다. 달러 스토어 시장규모 역시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은 까닭에 달러트리를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달러트리는 지난해 무려 23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달러짜리 상품을 무려 23억개나 판 것이다. 초당 72개꼴로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01년 달러트리 매출은 19억9,000만달러. 1년 사이에 17.1%나 성장했다. 지난해 순익은 15만5,000달러를 기록해 전년(12만3,000달러)보다 6.6%나 향상됐다.대부분의 기업들이 극심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달러트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트리 매콘 브록 사장은 “달러 스토어 비즈니스는 경기에 상관없이 향후 5~10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