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개발 후 2년간 하루 1,000km 이상 전국 누벼… 최근에 스웨덴 등 해외서도 관심

에덴바이오벽지의 남윤석 사장(51)이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는 두 개의 벽지뭉치가 들어 있다.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천연벽지’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실크벽지’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벽지뭉치를 꺼내 불을 붙이고 두 벽지의 장단점을 보여준다. 물론 천연벽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그을음과 악취가 나는 실크벽지와 달리 천연벽지는 나무처럼 완전연소돼 재만 남습니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게 천연벽지의 특징입니다.”남사장의 돌출행동에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불에 탄 벽지를 보고난 후 남사장을 이해한다. 그는 천연벽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가방을 챙겨들고 나선다.에덴바이오벽지가 생산하는 천연벽지는 천연원료인 황토와 나무로 만든다. 따라서 실크벽지와 달리 발암성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또 탈취항균 기능이 있고 원적외선 방사 기능까지 있다.남사장은 “천역벽지를 사용하면 아토피성 피부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등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화재시에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질식위험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이유로 에덴바이오벽지가 생산하는 천연벽지는 국내 벽지업계 처음으로 전 품목 환경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남사장이 천연벽지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넉넉한 집안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시골에 남아 농사짓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뒤로하고 서울로 상경, 고학의 길을 걷는다.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새벽에는 신문배달을 하고 쉬는 날에는 공사현장을 다니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힘은 들었지만 배우겠다는 신념 하나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동양전문대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은 기아산업. 하지만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78년 오지로 불리는 아프리카 수단으로 갔다. 수단에서는 대우개발이 신축한 영빈관용 호텔의 건축설비 관리자로 있으면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맡았다.“수단에서 생활할 당시 살인적인 더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땅 위에 노출된 수도관을 만졌다가 손을 데기도 했습니다.”그는 “숨조차 쉬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던 수단에서의 경험이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수단에서 귀국한 그는 80년 8월 신영와코루에 들어가 98년 말 퇴사할 때까지 건축업무를 총괄했다. 그가 무독성 건축자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유독가스로 머리가 아파 긴 시간 작업하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처음에는 시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인 줄 알았어요.” 그는 시멘트의 유독가스를 제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황토와 왕겨를 섞어 시골집 벽에 발랐다.“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던 아들의 피부가 말끔히 낫는 것을 보고 황토와 왕겨의 이로움을 알게 됐습니다.”시멘트가 아닌 벽지에서 유독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허탈하기도 했지만 남 사장은 내친김에 천연벽지 개발에 들어갔다. 1년 남짓 연구 끝에 천연벽지 개발에 성공한 그는 2억원을 투입해 생산설비를 갖추고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빗발치는 항의와 반품으로 98년 초에 회사문을 닫았다. 회사설립 6개월 만이었다.“수분흡수력이 없는 왕겨를 넣어 접착력이 떨어졌고 표면이 거친데다 색상도 부분별로 달라 상품성이 형편없었습니다.” 건강만 생각했지 상품성을 생각하지 못한 게 실패의 주원인이었다.6월부터 체인점 모집 계획문을 닫은 그는 신영와코루에서 잠시 머물다 99년 7월 다시 도전했다. 어렵게 모은 자금으로 150평짜리 공장을 임대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수분흡수가 안돼 문제가 됐던 왕겨를 대체할 원재료를 찾은 것. 다름 아닌 톱밥이었다. 황토와 톱밥을 섞어 만든 천연벽지는 색상과 접착력이 좋았다. 게다가 국화꽃 등 다양한 꽃향기까지 나도록 만들었다.남사장은 만든 제품을 트럭에 싣고 전국을 누볐다. 2년 동안 하루에 1,000㎞ 이상을 달렸다. 전국을 누비면서도 돈을 아끼려고 차에서 생활했다. “차 안에서 잠깐씩 눈을 붙였습니다. 끼니도 김밥 한 줄로 때웠지요.”도배사들은 처음에 풀칠한 후 바로 벽에 붙여야 하는 불편이 있다며 천연벽지 사용을 꺼렸다. 그러나 남사장은 도배사에게 시공법을 가르치고 제품의 무해성을 끊임없이 알렸다. 오히려 요즘은 도배사들이 천연벽지를 소비자에게 권할 정도다.에덴바이오벽지의 천연벽지가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10월 SBS의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designtimesp=23920>에 건강주택 꾸미기 코너에서 우수벽지로 선정된 것. 또 MBC의 <러브하우스 designtimesp=23921>에도 소개됐다. 이후 회사에는 시청자들의 전화문의가 빗발쳤다. “우리아이 공부방에 도배하고 싶다”며 멀리 제주에서 찾아온 고객도 있었다. 대리점이 늘기 시작하면서 사세도 커졌다.에덴바이오벽지는 안양시가 운영하는 만안벤처센터에 환경산업 우수벤처기업으로 선정돼 입주했다. “심사 당시 ‘벽지도 환경산업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벽지를 태워 보이며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어요. 그 결과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입주했습니다.”천연벽지에 대한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해외에서의 관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대만, 일본, 독일, 미국 등지의 업체에서 견본품을 요청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견본품 수준을 넘어 샘플주택을 시공하는 정도의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최근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샤디 미국본부에서 3,000평(약 1만6,000달러)어치 물량을 가져갔다. 또 일본의 마쓰시타는 지난해 10월 자국에서 열린 생태건축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실내를 에덴의 천역벽지로 시공했다.6월부터는 일본으로 매월 12만달러어치씩 수출된다. 또 유가농단체에서도 회원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남사장은 실내목공인테리어업체인 위텍스와 공동으로 건강인테리어전문점 체인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6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체인점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인 환경사업을 시작합니다.”에덴바이오벽지는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수출 80만달러를 포함한 3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031-445-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