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L씨는 어느날 생소한 업체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한 대금결제 내역이었다. 물건을 산 것은 분명했지만 메일 발송자는 물건을 구매한 쇼핑몰이 아니어서 L씨는 다소 혼란스러웠다.자세히 살펴보니 이 낯선 업체가 보낸 대금결제 내역서의 승인번호와 쇼핑몰에서 보낸 내역서의 승인번호가 동일했다. L씨는 이중 결제라는 생각이 들어 쇼핑몰에 문의를 했다. 대답은 중복결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생소한 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를 대행하는 전자결제(PG)대행업체였다.상위 4개사가 시장 80% 장악오프라인 상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구매자의 신용카드정보는 곧바로 카드사로 보내질까? 그렇지 않다. 신용카드 정보는 일단 부가가치정보망(VAN)업체를 거쳐 카드사로 보내져 사용승인이 난다. 온라인 상점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경로를 거친다. 내 신용정보는 VAN업체가 아니라 PG대행업체를 통해 카드사로 들어가는 것이다.인터넷 거래는 상대를 확인하지 않은 거래여서 불법 부정 거래의 위험이 높다. PG대행업체는 비대면 거래라는 인터넷 거래의 불안전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판매를 하는 쇼핑몰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인지, 구매를 하는 소비자의 결제 능력에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한 후 거래를 성사시켜 거래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카드사들도 부정거래 위험과 인터넷 쇼핑몰과 직접 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PG대행업은 온라인 거래만 담당하므로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전경련은 2002년 11월 <2002년 국내 전자지불산업의 동향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전자지불 시장이 매년 30%씩 증가해 2007년에는 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인터넷 쇼핑몰의 수와 거래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의 거래규모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2조5,800억원이던 인터넷 쇼핑몰 거래규모는 지난해 5조1,425억원으로 늘었다.PG대행업체를 통한 거래도 지난해 4조원에서 2004년에는 8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PG업체들의 평균 수수료를 5%로 잡을 경우 지난해 전체시장규모는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시장이 커지면서 PG대행업체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98년 벤처기업인 이니시스에 의해 처음 국내에 소개된 후 현재 120여개의 PG대행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형업체에 머물러 있고 이니시스, 티지코프, 케이에스넷, 데이콤 등 상위 4개사가 거래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B2B 메카 포털로 해외진출 가속화전자상거래가 증가하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일반화되는 등 PG대행업의 시장여건은 갈수록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좀더 수준 높은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PG업계의 기술수준이 이미 평준화돼 서비스의 질이 생사의 관건이라는 것.결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을 모두 수용하는 통합지불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통합지불서비스 브랜드로는 이니시스의 이니페이, 케이에스넷의 케이에스페이, 티지코프의 앤블루페이가 있다.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전자결제 수단은 신용카드다. 업체에 따라 전체의 60~80% 정도가 신용카드로 결제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휴대전화, 전자화폐, PDA, ARS, 실시간 계좌이체 등 새로운 결제수단의 이용이 늘고 있다.특히 신용카드를 소유하지 못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소액결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구입하는 것은 게임, 캐릭터 등 디지털 콘텐츠로, 이니시스의 경우 전체의 45%가 디지털 콘텐츠 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이니시스의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자화폐 등을 이용한 소액결제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물건값을 지불하고도 제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안전한 거래를 위한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니시스, 티지코프, 케이에스넷 등 7개 PG대행업체가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한 ‘에스크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에스크로 서비스는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후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물건값을 지불하고도 제품을 받지 못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BC카드,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주요 PG대행업체들과 손잡고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에스크로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정해 놓은 상태다.보안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킹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이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공개키기반(PKI)의 인증제도가 그것이다.웹기반의 SSL방식과 달리 PKI 인증은 웹상에 결제정보가 남지 않아 신용정보 유출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PKI 인증제를 채택하면 물건구입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번거롭게 여기는 고객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이유다.PG대행업체들의 주고객은 중소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이다. 따라서 중소 쇼핑몰업체의 고객감소는 곧바로 PG대행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프프라자 사건 이후 중소형 쇼핑몰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더욱 안전한 거래확보가 장기적으로 PG대행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고 말했다.PG대행업계는 최근 강화된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B2C 중심의 사업영역을 B2B, B2G로 넓혀가고 있는 것. 강남구청은 인터넷을 통해 교통범칙금을 거두고 있다.은행지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미납률이 훨씬 줄어 이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법원도 온라인을 통해 등기비용을 결제하고 있고 혈액은행들도 제대혈 보관료를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거래규모가 큰 국제간 B2B거래를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주요 PG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산재해 있는 B2B라인을 메가포털로 묶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의 바이어들이 국내의 기업과 일일이 접촉하지 않고도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내년 상반기에 구축된 이 포털이 가동되면 마땅한 해외진출 판로가 없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좀더 용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