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시대 성장 신화는 끝났다유경찬 지음/씨앗을 뿌리는 사람/247쪽/9,000원학교 다닐 때 역사과목이 참 싫었다. 병자호란이 1636년에 일어났는지 어쨌는지, 대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이런 ‘쓸데없는’ 걸 다 외워야 한다는 말인가.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의구심이었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지난 역사를 꿰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멋진 말로 하면 ‘역사를 알아야 관점이 있다’ 정도가 될 텐데, 아무튼 이 굉장한 깨달음이란게 사실 초중고 교과과목에 역사를 집어넣었던 그 누군가를 포함해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에 지나지 않았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상식을 잘 모르는 ‘정상적인 사회인’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역사를 통해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하고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자꾸 발견된다. <제로시대 성장 신화는 끝났다 designtimesp=23904>의 저자는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경제와 그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들에 대해 격앙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이 책은 현재 한국사회에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을 ‘제로시대’라고 명명한다. 금리가 제로(0)나 다름없는 시대를 맞이했으며 이는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장기불황의 시대라 단언하는 것이다. 성장의 신화는 이미 오래전에 끝장났다.시대가 달라진 만큼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나 기업 경영자, 소비자 등이 옛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IMF 위기를 초래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저자의 안타까움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또한 저자는 도발적으로 주장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보다 더 큰 규모의 금융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IMF 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된 경기를 부양한다며 근시안적으로 밀어붙인 정부 정책이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IMF 위기 무렵의 대우 사태와 현재 진행 중인 카드채 사태는 하나 다를 것이 없다.저자는 IMF 위기를 거치며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던 종금사 임원으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이후에는 그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경제평론서를 출간하고 있다.이 책은 때로 지나친 비관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흥분해 어조가 높아진 나머지 곁가지로 내용이 빠져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은 등 적잖은 단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속담을 떠올리며 읽으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미국의 변명대니얼 플린 지음/오영진 옮김/한국경제신문/264쪽/1만1,000원노엄 촘스키 등 미국 내 좌파 진영의 의견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반면, 우파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미국 보수세력그룹인 애큐러시 인 아카데미아의 총장이 좌파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 놓은 이 책을 통해 미국사회 주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이식ㆍ전원경 지음/리수/319쪽/1만900원유학생 부부가 3년간의 영국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영국이야기.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사람이 ‘느려터진’ 영국생활에 적응하면서 느낀 영국식 합리성 시스템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제 한국에 돌아와 다시 바쁘게 살고 있는 저자들은 전통의 힘과 문화의 향기 가득한 영국에 향수를 느낀다고.레퀴엠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176쪽/8,000원당대의 독설가 진중권이 낸 새로운 개념의 ‘테마 북’. 문명시대의 야만인 전쟁을 미학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과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사법체계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평화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벌이게 됐다고.선물 옵션 제대로 알아야 진짜 돈 된다김헌지음/거름/292쪽/1만2,000원주식이든 선물 옵션 같은 파생상품이든 기본이 없으면 투자를 할 수 없다. 이 책은 초보 중의 초보 파생상품 투자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선물ㆍ옵션 매매 제도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와 실전에서 필요한 기초 투자 전략을 알려주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매매 기법보다 파생상품시장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