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폭풍처럼 물류망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처음부터 불법이었고 끝까지 불법이었던 파업이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깨끗하게 항복하고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말았다.화물차에 대한 유류보조금을 확대하고 근로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며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하하는 등의 12개 요구조건이 모두 받아들여졌다. 지입제 철폐, 다단계 알선 금지 등도 모두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고 고속도로 과적 단속도 수사관행을 바꾸기로 했다.과적 단속 문제가 파업의 이슈가 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마는 정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는’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파업 만세다. 두산중공업의 재판이며 철도청 파업의 복사판이 됐다.더욱 재미있는 것은 정부가 협상타결을 목전에 두고, 다시 말해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 직전에 굳이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거나 “법집행을 엄정하게 하겠다”거나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등의 큰소리를 친다는 점이다.그냥 들어주기가 미안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속사정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막판에 꼭 “법대로”를 한 번 외친 다음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버릇이다. 철도청 파업 때는 협상타결 하루 전에 “이번에야말로 법대로 합니다”를 연발했고 화물연대 파업에서는 국무총리가 관계장관들이 모두 입시한 가운데 “공권력 투입”을 거듭 공언하기도 했지만 불법파업으로 붙들려간 사람이 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아니 ‘지입제’부터가 불법이었다. 범법자가 불법조직을 구성하고 나아가 불법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부는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게 됐다. 사실을 말하자면 화물연대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다. 화물영업방해 혹은 물류방해죄가 성립될 수는 있으되 법으로 보장된 또는 허용된 ‘파업’일 수 없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엄연히 국법이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 국법을 무시하고 동네 호떡집처럼 국가를 경영하고 있으니 정부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화물운송 지입차주들의 사정이 딱한 것과 정당한 법질서는 엄연히 다르다.화물연대는 지입차주들의 모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입차주란 무엇인가. 굳이 분류하자면 엄연한 자영업자들이다. 자신의 차로 ‘포워드’라고 불리는 알선업자들의 안내를 받아 물건을 운송해주고 용역비를 받는 사람들이지 결코 노동자가 아니다. 화물연대에 속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입 용역으로 장사가 안되면 장사를 그만두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물량은 일정한데 차량이 급증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수지악화를 집단행동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반시장적 행동이요,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전자입찰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이르면 사정은 분명해진다.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자영업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일이 경쟁가격체제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입문제를 해결하고 개별사업자로 등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아니다. 화주들이 돈을 퍼붓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말해 억지로 운임료를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만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다.포철이 개별사업자와 건별로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렇다고 지입차주들로 독점조합을 만드는 일은 더더욱 불가하다. 운송업자들이 독점조합을 만들지 않는 동안 문제의 본질은 달라질 것이 없다.그러나 이 모든 논리가 부정됐다. “요구하니까 들어준다, 집단이 되어 힘을 행사한 결과 얻어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근로자연대를 만들어 세금을 아니 내겠다면 정부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노조편향도 아니고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제멋대로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