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임파서블’, ‘맞혀보세요’등 다양한 행사 개최… 업무 통해 재미 추구

최근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늘어난 휴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직장인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일반적으로 평일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휴일에 쉬면서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평일에 직장에서, 그것도 업무시간 자체를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꿈같은 얘기일까.일하기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으로 손꼽히는 기업들은 대개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로 안전하고 즐거운 근무환경(Safe and pleasant work environment)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여기서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물리적인 환경을 말하며 즐겁다는 것은 동료들간의 관계적인 환경을 의미한다.사실 사무실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써 품격 있게 보이도록 하려는 노력은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기 위해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제도나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흔치 않았다. 이는 아마도 벽창호처럼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미덕으로 삼아 개발연대를 갓 넘어온 짧은 연륜에서 비롯됐을 것이다.그나마 최근 들어 일 자체를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자 하는 구체적인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 대표주자 격이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다.LG전자(대표이사 회장 구자홍)는 최근 ‘펀(Fun)경영’을 주창하면서 이를 LG전자의 조직문화로 가꾸어 가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다운 LG문화의 창조를 위해서 구자홍 회장은 ‘재미’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진정한 생산성은 재미(Fun)에서 나온다’는 구회장의 말처럼, 일을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할 수 있는 조직문화라면, 정말로 자발적인 근로의욕으로 인해 높은 생산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발상이다.구회장 자신도 젊은층의 재미있는 문화를 직접 접하고자 DDR를 즐기고, ‘콜라텍’에 가보는 보는 등 N세대의 즐길 줄 아는 문화를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최고경영자의 이 같은 행동은 상징적인 액션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며 그것이 조직 전반에 스며들어가 문화로써 뿌리내리는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현재 LG전자의 여러 사업장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미션: O월 O일, 눈에 띄는 복장을 입고 음료를 준비한 뒤 자재그룹 직원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관심사 ‘베스트3’를 알아오시오!” 이 메일을 받은 부장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마침내 D-day, 부장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사원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미션도 완벽히 수행한다.LG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연출되는 이 같은 장면은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활동이다. 주관 팀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임직원에게 e메일로 미션이 부여되고 ‘지령’을 받은 임직원은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OOO대리 득녀 축하 이벤트 개최’, ‘OOO과장 세 번 웃기기’ 등 미션의 내용은 재미있고 기발한 것들이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상호 친밀감이 높이고 자칫 무료하게 느낄 수 있는 일상의 반복적인 업무에서 일탈해 활력과 생기를 찾는다.LG필립스LCD 공장에서는 ‘맞혀보세요’(Guess Who)라는 행사를 열었다. 임원이 사원의 이름을 외우면서 이름을 맞힌 사원 1명당 1만원의 상금을 적립하는 행사였다. 평소 사원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던 임원들도 즉석에서 각 50여명의 사원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맞춰 가면서 상금액수와 함께 환호성도 높아갔다.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출발점이다. 이 행사는 상하간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자 기획된 것이었다. 그외에도 부서별 ‘알까기 최강전’, ‘골든벨 퀴즈대회’ 등 각 사업장별로 다양한 행사들이 개발 진행되고 있다.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오히려 회사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관리능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펀경영이 단순히 ‘노는 재미’가 아니라 업무를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 행사에만 치중한다면 펀경영을 향한 출발점에서 영원히 맴돌고 마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일터를, 직장을 재미있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날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재미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는 한다.하나는 재미있어야 하는 대상이 업무 그 자체가 아닌 각종 동호회 등의 업무 외에 활동에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재미’라는 것의 의미를 이벤트성의 조직활성화 활동으로 축소해 버리는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오해 때문에 지금까지의 많은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기업문화로 정착되지 못했다.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는 펀경영에 대한 좋은 벤치마크가 된다. 이 회사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사례연구로도 자주 등장한다. 창업자이자 경영자였던 허버트 켈러(Herber Kelleher)는 엉뚱하기로 유명하다.점잖은 만찬장에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 광고카피 표절시비가 붙자 상대방 회사에 “사장끼리 팔씨름으로 잘잘못을 가리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종업원들도 회장 못지않게 장난을 좋아하고 때로는 짓궂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스튜어드가 생일을 맞은 고객좌석 위의 짐칸에 숨어 있다가 고객이 짐을 넣으려고 짐칸을 열 때 놀라게 하며 생일축하를 해주기도 한다.그 겉모습만으로는 재미있는 이벤트성 활동들을 전개하는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독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는 이러한 ‘펀(Fun)경영’이 그 철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구성원 상호간의 사랑과 배려다. 회사는 이 같은 사랑과 배려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뽑을 때 면접관으로 함께 일할 부서원들을 활용한다. 즉 동료(Peer)가 동료를 뽑는 방법을 쓴다.조종사는 조종사가 뽑고, 사무직원은 동료 사무직원이 뽑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켈러 회장은 “우리는 무엇보다도 태도(Attitude)를 중시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태도가 잘못돼 있으면 우리는 뽑지 않는다. 실력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지만 태도는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다.‘펀(Fun)경영’은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가 지향하는 신뢰경영이라는 이론적 틀의 한 축인 재미(Fun)라는 범주와 연관된다. 특히 서로에 대한 배려 및 친밀감이라는 측면과 밀접하다.회사 입장에서 조직 내에 상호간의 배려와 사랑을 키우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행동과 이벤트를 통해 활성화시켜 나갈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크고 작은 행동과 이벤트의 밑받침에는 구성원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이러한 밑받침이 없는 이벤트성 활동들은 경기나 실적의 변화에 따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