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를 1개 회사로 통합하고 통합회사의 본사는 부산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딱하게 됐다는 말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선물시장 관할 논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파생상품은 비교적 가장 최근에 발명된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카테고리로는 관할영역을 구분하기 어렵고 그래서 나라마다 적잖은 논란이 있다.미국은 100년이 넘는 파생상품시장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70년대가 오기까지는 쌀, 쇠고기 등 농산물을 거래하는 데 그쳤다.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금융파생상품이 거래되기 시작했다.미국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양대 시장을 비롯해 뉴욕에도 각종 파생상품거래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선물거래소를 누가 관할할 것이냐는 논란은 미국에서도 열띤 토론의 대상이어서 선물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가 심심하면 서로의 관할을 우기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또 하나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코스닥시장의 관할 내지는 위치논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거래소를 능가하는 거래실적을 보여 거래소의 멀쩡한 전통 기업들이 회사이름을 갈아달고 너도나도 코스닥시장으로 옮아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벤처붐이 죽으면서 지금은 예전만 못한 거래상황을 보여주고 있다.한국의 선물시장 역사는 기구하다. 오랫동안 경제기획원(현 기획예산처)과 재무부(현 재경부)가 서로의 관할권을 우기면서 선물거래소 설립 자체가 무한정 표류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이고 보면 한국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소관이 되지 못한다면 아예 없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기획예산처는 미국에서도 농산물 파생상품으로부터 선물시장이 발달해 왔으니 조달청을 끼고 있는 자신들이 맡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었고 재무부는 어차피 금융파생상품이 선물시장의 주류가 될 터인데 금융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자신들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맞선 결과 시장설립 자체가 번번이 무산되곤 했던 것이다.이런 상태에서 지난 96년 증권거래소와 재무부가 기습적으로 지수선물을 개발해 거래를 시작함으로써 먼저 침을 발랐다. 또 99년에는 선물거래소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결국 2개의 시장이 경쟁 아닌 경쟁구도가 되고 말았던 것이 지금까지 통합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정치까지 개입해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선물거래소는 서울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겠으나 엉뚱하게도 부산에서 문을 열었고 날짜를 정해 거래소의 지수선물을 내년까지 인수받도록 선물거래법으로 못박고 말았다.그런데 증권거래소가 지수선물을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묘안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 시장을 아예 통합해버리자는 것이었고, 당국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선물과 현물, 코스닥을 묶어 3대 시장 통합론으로 발전하게 됐다.또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때문인지 통합시장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결론을 내리면서 다시 시끌벅적한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그런지 모르지만 통합거래소를 부산에 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당국은 부산에 두나 서울에 두나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라도 굳이 부산으로 끌어갈 이유가 없다. 3대 시장 통합론 자체도 웃기는 결론이다. 선물, 현물, 코스닥을 통합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경쟁체제가 좋다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코스닥과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의 성격이 다르고 지수선물은 더구나 성격이 판이하다. 이를 굳이 한 울타리에 밀어넣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