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만 100여개 성업 중… 미국 일식 메뉴 일본에 역수출되기도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일식집 에인절셰어. 오후 6시가 넘으면서 손님들이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한다. 손님들이 많아지는 만큼 종업원들의 손길도 분주해진다. 오후 7시.걸어 다니기 불편할 만큼 빼곡히 테이블이 놓여 있지만 전혀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웃는 손님들의 유쾌한 소음이 가득 넘친다. 오후 8시. 입구 쪽에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금요일 저녁이면 보통 40분을 기다려야 겨우 자리가 날 정도다. 그렇지만 손님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자리를 기다린다.이런 광경은 에인절셰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일식집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마찬가지다. 맨해튼에 있는 일식집들은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미국이 일식집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스시(초밥)로 대표되는 일본음식은 미국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일식집은 가격이 비싸지만 색다른 음식을 즐기려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사를 겸한 비즈니스 모임에서도 일식집이 많이 이용되는 추세다.일식집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뉴욕대학에서 멀지 않은 세인트마르크스거리. 100m쯤 되는 거리에 일식집만 5개가 들어서 있다. 맨해튼 전체에는 100여개의 일식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맨해튼을 벗어나는 한적한 지역에도 어김없이 한두 개가 있다.대형 슈퍼마켓에 스시코너 등장일식집이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맛이다.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깔끔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일본음식은 다른 아시아음식과 달리 향이 강하지 않아 미국인들에게 부담이 적은 편이다.스시는 이제 인기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스시코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처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테이크아웃 방식의 저렴한 스시전문점도 늘고 있다.뉴욕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로버트 스콧씨는 일식집을 자주 찾는 이유를 “맛있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또 “일식집은 이국적이고 분위기가 세련돼 친구모임이나 데이트할 때 많이 간다” 며 “일본음식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맛이 담백해 좋다”고 말했다.일식집의 인기이유가 단순히 일본음식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일식 요리사들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 일본음식이 깔끔하고 담백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인 입맛에 완전히 맞을 수는 없다.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식 요리사들이 미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개발, 지금의 일식집 전성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식집 메뉴 가운데 상당수는 현지 개발된 것이다. 일부 메뉴는 거꾸로 일본으로 들어가 인기를 끄는 역수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일식집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망하다. 일본음식은 고급음식으로 인식돼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수익이 높다. 일식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스시는 1개에 비싼 경우 2달러가 넘는다. 맨해튼에 있는 일식집 스시로즈는 스시 10개가 들어 있는 세트메뉴를 30달러에 팔고 있다.일반적으로 일식집은 재료비가 1달러일 때 음식가격은 최소 10달러, 최대 20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뉴욕 업스테이트에 일식집 미치를 연 이영길 사장은 “일식집은 이르면 1년, 늦어도 3년이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일식집을 차릴 때 드는 비용, 운영비, 일식집을 할 때 주의할 점 등을 이영길 사장의 창업 스토리를 따라가며 하나씩 살펴본다.이사장은 뉴욕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일식집 미치를 인수했다. 인수비용과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해 29만달러가 들었다. 9만달러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사장이 인수를 선택한 것은 초기비용이 적게 들고 이미 고객층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만약 완전히 새롭게 차릴 경우 비용은 40만달러 정도가 들어간다. 새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크다. 맨해튼 지역은 인구가 많아 장사가 되지만 물가가 비싸 적어도 100만달러가 필요해 시장성이 있는 외곽지역을 골랐다.창업시 시장조사가 필수일식집을 열 때는 일반적으로 15만달러 정도의 운영비를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종업원들의 임금, 재료비, 전기 및 가스료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사장의 경우 초기비용이 원래 계획보다 많이 들어 장사를 하면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할 처지다. 그는 “이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던 곳이라 첫날부터 장사가 그럭저럭 돼 운영비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일식집 운영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인건비. 미치는 직원이 8명으로 한 달 인건비로 2만4,000달러가 들어간다. 건물임대료는 5,300달러다. 그외 전기 및 수도, 주차장관리비, 쓰레기처리비 등을 합하면 3만달러가 넘는다.이제 막 한 달이 지난 미치의 하루 매출은 1,000달러 수준. 아직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정도다. 이사장은 “평일 매상이 2,000달러, 주말에 3,000달러가 되면 1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며 “현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열심히 홍보를 해 조만간 하루 매상을 3,00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일식집을 차릴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 시장조사. 이사장은 “그 지역의 인구, 일식집에 대한 주민들의 취향과 소득수준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에 필요한 시간은 3개월에서 6개월.그동안 지역상황을 최대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사장도 사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는 “미치를 차릴 때 나름대로 열심히 시장조사를 했지만 주민들의 소득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음식가격을 너무 높게 잡았다”며 “3주쯤 손님이 많이 몰리다 가격 때문에 약간 주춤해졌다”고 평가했다.그는 조만간 다시 메뉴를 조절할 계획이다. 이사장은 “일식집이 성공하려면 처음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손님을 끌어야 한다”며 “요즘 오전에는 직접 전단지와 메뉴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쿠폰을 나눠주고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 간단한 이벤트와 공짜 요리를 제공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일식집을 운영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재료다. 일식에 주로 사용되는 생선의 보관기간이 길어야 3~4일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한식은 대량으로 구매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지만 일식은 곧바로 써야 한다. 따라서 적절한 재고를 맞추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신선한 생선일수록 가격이 높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이사장은 일식집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본음식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일식집을 차리려면 직접 요리할 줄은 몰라도 일본요리에 대해 90%를 알아야 한다”며 “자신이 일식에 대해 알지 못하면 사람을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사장은 “일식집은 경기침체에도 큰 타격은 받지 않는 비즈니스”라며 “앞으로 경기가 풀리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