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의 바다에는 원산도를 비롯해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호도, 녹도, 외연도 등 많은 유인도가 떠 있어 섬을 그리워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여행지를 제공한다. 원산도와 삽시도는 차량을 갖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이들 섬으로 주말나들이를 떠나려면 대천항의 여객선터미널을 일단 찾아가야 한다.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불과 2시간30여분 만에 닿는다.보령시에 속한 섬들 가운데 원산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인 삽시도는 대천항을 떠난 지 40분 만에 만날 수 있는 섬이다. 대천항에서 삽시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3㎞ 떨어져 있다.섬의 모양이 화살을 꽂아놓은 모양 같다고 해서 삽시도라고 불리지만 지도상으로 보면 잘 이해 되지는 않는다. 섬에는 선착장이 두 개 있어 물때에 따라 이용장소가 다르다. 섬의 북쪽에 있는 선착장은 술뚱선착장, 남쪽에 있는 것은 밤섬선착장으로 부른다.남북의 길이는 약 4㎞ 정도의 거리. 배편은 하루 세 번 정도 운항하고 있다(피서철에는 증편 운항). 아침 첫배로 들어가서 오후 마지막 배로 나오면 당일치기로 섬여행을 마칠 수 있지만 1박 정도 하고 오는 것이 제대로 된 섬여행.삽시도 여행은 세 가지 패턴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차량을 갖고 들어가지 않으면서 당일로 여행을 마친다면 선착장 인근의 해변에서 소일하다 나오는 수밖에 없다.술뚱선착장과 가까운 곳에는 거멀너머해수욕장, 당너머(집너머)해수욕장이 있고 밤섬선착장 부근에는 밤섬해수욕장이 있다. 차량을 가져가지 않고 1박을 계획해서 민박을 예약했다면 배 출항시간에 맞춰 선착장까지 승합차나 경운기로 마중 나올 것을 요청한다.작은 섬이라서 트레킹을 즐기기에 큰 무리는 없지만 땡볕 아래 마냥 걸어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차량을 가져간다면 완전한 도보여행보다 편하게 섬여행을 즐길 수 있다.1박 후 다음날 아침 첫배를 이용하면 대천항으로 다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면도의 영목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문제는 피서철. 7월25일부터 8월5일까지가 피크시즌. 섬 안의 도로는 뱀의 허리처럼 구불구불하고 노폭이 좁아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삽시도에는 마을이 세 개 있다. 웃말, 아랫말, 밤섬마을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웃말에는 삽시초등학교, 발전소, 보건소, 경찰초소 등의 공공기관과 정미소, 교회, 민박업소, 상점 등의 건물이 몰려 있다.식당은 네댓 개 정도가 영업 중이며 대부분의 민박집에서 백반을 해준다. 섬 트레킹에 나설 때는 반드시 식수와 간식거리를 준비하도록 한다. 마을주민들의 선외기(엔진이 배의 뒷부분에 걸려 있는 날렵한 배)를 빌리면 30분 정도 소요되는 섬 일주여행도 즐기게 된다.3개의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괜찮은 곳은 당너머(집너머)해수욕장. 태창민박 마당을 가로질러 해안으로 내려서면 맑은 바닷물과 시원한 파도소리를 만난다. 해안의 양쪽 끝은 갯바위지대. 여행객들이 재미삼아 굴 따고 바지락조개며 해삼을 줍는 곳이다.특히 남쪽 갯바위지대에서는 썰물 때마다 삽시도와 이어지는 무인도 ‘면삽지’가 나타난다. 북쪽 갯바위지대를 넘어가면 곧바로 거멀너머해수욕장 해변이다. 일부 여행가이드북에서는 ‘집너머’를 ‘진너머’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면삽지는 주민들의 배를 빌려갈 수도 있다. 아침에 가서 저녁에 빠져나오면 무인도에서 천국 같은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해변은 조약돌로 뒤덮여 있고 수직 절벽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절경을 선사한다. 그러나 수영은 위험하다.당너머와 거멀너머 두 해변은 인위적으로 파헤쳐지고 방파제도로가 만들어진 동쪽 해변과는 달리 자연미가 비교적 온전히 간직돼 있다. 이들 해변은 모두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낙조를 감상하기에도 좋다.물이 어찌나 맑은지 밀물 때면 바로 코앞에서 노니는 복어새끼들의 눈동자까지도 마주볼 수 있다. 거멀너머해변의 경우 소나무숲이 발달해 있어 야영지로 적당하다.이에 비해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밤섬해수욕장은 규모가 넓은 대신 서쪽 갯바위지대에 각진 돌들이 많아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로 앞에 떠 있는 섬은 불모도라고 하는 무인도이고 멀리 호도와 녹도도 눈에 들어온다.아주 조용한 시간이면 검은머리 물떼새 몇 마리가 해변의 주인인 양 산책을 즐기는 모습도 목격된다. 당너머해변의 길이는 500m, 거멀너머는 600m, 밤섬은 1㎞ 정도이고 썰물 때의 백사장은 폭이 각 300m로 늘어난다.여행객들은 주민들의 양식장을 제외한 삽시도의 해변에서 게나 낙지, 바지락조개 등을 잡을 수 있다. 해삼이나 전복채취도 가능하나 현장에서 먹을 수는 있어도 해변 밖으로 가져나가지 못한다.손가락마디보다 작은 해삼까지 마구 잡아 민박집으로 몰래 가져갔다가 결국 먹지도 못하고 버리면서 어족자원만 고갈시키는 외지인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함이다.바다낚시도 삽시도여행 중 체험해 보도록 한다. 7~16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배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35만~50만원선. 40~50분 정도 서쪽바다로 나가서 우럭, 놀래미 등을 낚는다.삽시도에 거주하는 인구는 143가구에 430여명. 전체 가구 중에서 약 40% 정도가 민박을 받으며 수입을 보태고 있다. 어민들이 잡는 어종을 보면 3~4월 젓새우와 실치, 4월 중순~5월 중순 꽃게, 4월 중순~6월 초 아구, 5월 중순~6월 초 꽃새우, 7~11월 멸치, 11월 꽃게, 12월~1월 초 김장용 새우 등이다.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는 금어기, 2~3월은 휴어기. 삽시도에서 잡힌 생선들은 당연히 대천항으로 수집된다.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