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100일의 성적표라고 하면 아마도 정권 담당자들은 펄쩍 뛸 것이다. 물론 최근의 경기가 참여정부의 잘못된 경기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지금의 경기가 장래에 대한 예측을 일정부분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정부는 투정부리는 듯하고, 때로는 어리광도 부리는 듯하다. 생산의 양대 요소, 다시 말해 자본과 노동을 다루는 데 있어 정부는 심각한 애꾸 상태다. 이대로 간다면 경기는 냉각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경제를 거들내고 결딴내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갈지도 모른다. 부자 다루기를 정적 다루듯 하고, 기업인 다루기를 만고의 역적처럼 다루면서 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한마디로 편협하기 짝이 없는 노동부 장관과 바람 빠진 재경부총리 체제가 유지되는 한 경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경제는 더욱 파탄 상황으로 나아갈 뿐이다. 권기홍 장관의 정책범위에 오로지 대기업 조직노동자들과의 정치적 게임만이 포함될 뿐이라면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이요, 국민의 슬픔이다.노동부 장관의 시각범위에 실업자는 영영 관심 밖이라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 장관이 조직노동자를 등에 업고 대기업 경영자들을 거칠게 다루고 있는 자신에 대해 적잖은 정치적 쾌감마저 느끼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경제는 장래가 없다.화물연대 파업문제를 놓고 ‘영화 장관’이 장광설을 늘어놓고, 정당한 요구라면 불법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일부 각료의 주장에 이르면 이들이 정말 머리를 가진 사람인지가 걱정될 정도다.세상의 다급한 요구 중에 정당성이 없는 주장이 어디 있기나 한지 한 번 들어봤으면 한다. 절차적 정의라는 개념을 갖지 않은 자들에게 국가의 운영을 맡겨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절차를 무시하기로 든다면 사회는 주장과 주장이 대결을 벌이는 하나의 무질서일 뿐이다.경제는 어차피 이익의 조정이고, 현재 이익과 장래 이익의 조정이며, 지속가능한 이익의 창출이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기는 했는지, 다시 말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궁금하기 짝이 없다.모든 갈등은 오직 부자들과 가진 자들이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저차원의 사고수준에서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다.그 때문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그것이 지금의 경기조차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구나 당장의 경기하강을 가진 자들의 조직적 반발식으로 간주하는 데 이르면 실로 가슴이 답답하다. “경제가 나쁘다”는 보도를 보수언론들의 참여정부 흠집내기식으로 해석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아니, 처음부터 “경제가 조금 나빠지더라도…”를 외쳤던 대통령이었으니 경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경제는 누가 공짜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달려가야 하는 것이고, 달려가지 않으면 후퇴하는 것이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참여정부의 국무위원들은 인정하는 것인지 궁금하다.참여정부의 구성원과 응원세력들을 보고 있노라면 ‘착한 사람들의 동맹’처럼 보일 때가 많다. 문제는 도덕적 인간이 거의 필연적으로 비도덕적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점을 부인한다면 그는 시장경제론자가 아니다.도덕적 인간이 만드는, 또는 지향하는 사회의 대표적인 모델로 사회주의가 있다고 할 만하지만 아마도 이런 말을 들으면 펄쩍 뛸 것이다. 모든 종류의 선한 인간들이 궁극적으로는 악한 사회를 만들 개연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성숙한 정신이라고 불수 없다. 정권의 성격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