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면 유비는 야인이었던 제갈량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아가는 ‘삼고초려’를 통해 명재상을 얻는다. 그의 지략을 빌려 향후 삼국구도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를 얻는다. 한 명의 인재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큰 인재를 얻기 위해 자신을 끝없이 낮추는 리더로서의 자세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신뢰경영의 다섯 가지 범주 중 두 번째는 존중(Respect)이다. 이는 구성원을 대하는 회사나 경영진의 시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ㆍGWP)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회사가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점이다.구성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파트너로 생각한다. 회사와 구성원을 대립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로 보는 신념이 확고하다.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나아가 구성원의 가족까지도 준구성원으로 대우한다. 회사와 가정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갖춰주려는 노력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될까. 그 하나는 전문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성장에 대한 지원은 대체로 교육 형태를 띤다. 아동교육 관련업체인 브라이트호리전스는 ‘CDA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직원이 정식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직원들의 역량과 사기를 높이며 이러한 높은 구성원들의 수준이 고객들에게 대한 보다 높은 질의 서비스로 나타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는 ‘SunU’라는 사내 대학프로그램이 있다. 방대한 교육과정을 제공, 구성원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개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물론 훌륭한 일터로 알려진 포천 100대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그것이 구성원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배려를 기울이는 회사는 흔치 않다.포천 100대 기업 중에서도 톱10에 드는 컨테이너스토어는 실제로 업계 평균보다 10배 이상 직원들의 교육시간을 의무화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얽매여 자기계발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또 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정책과 제도에 반영시키는 노력을 통해서 표출된다. 제약회사 릴리에서는 어깨동무(Ride-along)라는 프로그램이 있다.임원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영업사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서비스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이것을 정책에 반영한다. 한 로펌에서는 라이프세이버(Lifesaver Award)라는 인정제도를 통해서 비서나 문서담당자에게 열심히 일한 동료를 표창하도록 한다. 지원부서의 경우 그 업무성과의 가시성이 떨어져 인정받는 것이 어렵지만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인격을 존중해주는 것이다.격려와 인정, 제안을 넘어 업무에 대한 권한을 명확히 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노력도 존중의 표현 형태 중 하나다. 건설회사인 그랜니터록은 각각의 구성원에게 직무권한(Job Ownership)을 문서로 알려주고 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업계 최고와 경쟁하도록 지원한다.구성원의 가정에 대한 배려는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주요 행사를 가족단위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고, 아이들과 함께 프로야구경기 관람을 하도록 하거나 야유회를 가는 등 여러 가지 행사로 전개된다.제약회사 파이저는 오후에 반찬거리를 사내식당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스트앨라배마병원은 지원 프로그램으로 구성원의 사망시 유가족에게 학비보조나 불우사우를 위한 주택공급 등이 이뤄진다. 애질런트테크놀로지는 EFAP(Employee and Family Assistance Program)를 통해 직원들에게 법률, 세무,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공급자 중심의 대량생산에 기반한 산업구조가 고객중심의 소량 다품종 산업구조로 넘어감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력은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나오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성은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에서 나오게 된다.포천 100대 기업들은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곧 고객에 대한 구성원들의 존중과 배려로 이어지게 됨으로써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의 문화(Culture of Heart)로 유명한 시노버스파이낸셜의 터너 회장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 대해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 이익은 저절로 발생한다’고 간단명료하게 정의를 내린다.국내외를 불문하고 많은 기업들의 사훈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인재 제일’이라는 단어다. 그러나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는 최고경영자는 분명히 많지만 ‘내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흔치 않다. 일반적으로 급여를 많이 주고 복리후생을 좋게 하는 것이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물론 구성원을 존중하고 아낀다면 당연히 복리후생 등의 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자세다.아무리 돈을 주고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을 직원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해 그들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생각을 공고히 해야 한다.좋은 구성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좋은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좋은 구성원들은 밖에서 스카우트해 오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잘 키워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좋은 구성원을 키워내고 이러한 구성원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생활의 어려움이 없도록 회사는 관심과 배려를 보여야 한다.“누가 우리의 돈, 건물, 브랜드는 남겨놓고 직원들을 데리고 떠난다면 이 회사는 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갖고 가더라도 직원들을 남겨둔다면 우리는 10년 내에 모든 것을 재건할 수 있습니다”는 리처드 듀프리 P&G 사장의 얘기에서 진정으로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