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인생 13년… 노인용 침대 등 신규아이템 추가로 100억원 매출목표

경기도 평택시 송탄공단에 있는 루튼침대의 오채형 사장(58)은 올해 어버이날 뜻밖의 선물을 한아름 받았다. 다름 아닌 서른 송이의 카네이션. 이날 직원들은 오사장의 가슴에 사랑이 담긴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직원들을 혼내기만 했지 잘 해준 게 없는데….” 오사장은 가슴이 벅찬 듯 말을 잇지 못했다.루튼침대의 직원들은 오사장을 아버지, 삼촌, 형님처럼 생각한다. 오사장은 직원들을 ‘인격’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장이 솔선하고 직원들의 아픔을 다독거려 줘야 한다는 것. 오사장은 양복을 입지 않는다.청바지에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직원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점심을 함께한다. 직원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허물없이 터놓고 얘기한다. 오사장은 “직원들이 알아서 해 신경 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 해라, 저것 해라’는 식의 잔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모두 집안일 돌보듯 회사일을 챙긴다.1,500여평이나 되는 공장은 휴지하나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주문물량이 늘면 직원들이 알아서 야근을 하며 납기를 맞춘다. 오사장은 “이러한 회사분위기가 최근의 불경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오사장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지난 90년 지인의 소개로 침대회사에 들어간다. 침대와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침대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임원 노릇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침대를 알기 위해 미친 듯 뛰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침대를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제작하는 법을 익혔다. 임원이라도 침대를 만드는 기술을 알아야 한다고 믿었다.오사장이 침대에 미쳐 있을 때 국내 침대시장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회사도 무리하게 공장을 확장하는 등 과다 투자로 자금압박에 빠지면서 끝내 97년 초 부도를 내고 말았다.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된 오사장은 직접 침대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침대회사에서 익힌 노하우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시장여건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침대를 만들고 싶었어요.”그가 자금을 모아 부도난 공장을 인수하자 뜻밖의 행운이 찾아들었다. 세계 최대 침대업체인 미국의 씰리침대와 기술협약을 맺는 기회를 잡은 것. 추후 합작투자를 한다는 더없는 조건이었다.오사장은 직원 2명과 함께 98년 초 미국에 있는 씰리침대에서 한 달 남짓 기술을 전수받았다. 매트리스 생산기술을 전수받고 귀국한 오사장은 생산설비를 갖추고 98년 12월 회사명패를 달았다. 첫출발은 직원 9명. 매트리스만 생산해 판매했다.‘씰리’ 브랜드로 판 매트리스는 이중열처리를 해 스프링이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는데다 얇은 봉합선으로 디자인이 예뻐 인기가 좋았다. “첫달에 200개를 팔았는데 매월 급증, 지금은 월 2,500개 이상을 팔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가구업체인 한샘, 보루네오가구, 까사미아 등에서도 가져다 판매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오사장은 제품에 대한 욕심이 남들보다 많았다. ‘좀더 좋은, 좀더 편리한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늘 생각했다. 그 같은 연유에서 그는 매트리스에만 머물지 않고 침대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평범한 제품은 싫었다.오사장이 먼저 관심을 둔 부분은 매트리스를 받쳐주는 프레임. 기존의 침대 프레임은 나무 등으로 만들어 무겁기 때문에 혼자서 운반ㆍ설치하는 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혼자서도 운반ㆍ조립이 쉬운 프레임을 만들어냈다.프레임은 헤드를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고 다리에는 바퀴를 달아 조립 후 이동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오사장은 “매트리스는 봉합선이 없고 최대 20만번의 충격시험(KS 기준 8만번)에도 끄떡없다”고 강조했다.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윌리’라는 브랜드로 출시됐다. “아직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지만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게 오사장의 설명이다.루튼침대는 최근 특수 음향기능을 넣은 ‘디지털침대’를 내놓았다. 오사장은 “이 침대는 학생과 전문직 종사자들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침대는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와 1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내놓은 야심작이다.디지털침대는 헤드부분에 뇌파조절장치를 부착해 숙면을 유도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명상을 통해 머리를 맑게 해주는 기능성 침대다. “수험생들의 부족한 잠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개발하게 됐습니다.”오사장은 개발을 위해 연구실에서 밤을 샜고 쉰이 넘은 나이에 디자인대학교에도 다녔다. 그는 “최근 대전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루튼침대는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가구전에 디지털침대(브랜드 윌리)를 출품했다. 행사기간에 최대의 인파가 몰리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3일 동안 무려 1,500명 이상 방문했습니다.직원, 도우미 모두 목이 쉬었어요.” 오사장은 “디지털침대의 성공을 예감했다”며 기뻐했다. 외국인들도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디지털침대는 오는 8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2004년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루튼침대가 만든 매트리스는 특급호텔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화 한 토막. 지난 2000년 센트럴시티 메리어트호텔에서 매트리스 입찰을 붙인 적이 있다. 물량은 700조원.국내 대표적인 침대업체와의 경쟁을 벌여 상대회사가 제안한 가격보다도 8,000만원을 더 받고 납품했다. 경쟁업체는 수개월 전부터 전시관까지 운영하며 납품을 자신했지만 최종 승자는 루튼침대였다. 오사장은 스프링을 직접 끊어 보이는 등 완성도를 경쟁업체 제품과 비교하면서 설명했다.이후 일본 도쿄 프라자호텔에도 똑같은 매트리스를 공급했다. 한국 출장길에 메리어트호텔에서 숙박한 도쿄 프라자호텔 사장이 “침대가 너무 편안하다”며 회사를 직접 찾아와 제품을 구입해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조선호텔, 리베라, 노보텔 등에 납품하는 등 호텔납품이 잇따르고 있다.루튼침대는 ‘리시온’이라는 브랜드로 기능성을 강조한 노인용 침대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오사장은 지난해 고객한테 “루튼침대처럼 편안한 침대는 처음이었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받았다. 오사장은 “고객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침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031-668-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