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피크림, 팀호톤 지난해 각 38.7%, 20% 매출 증가

#1. 전형적인 미국 사무실. 늦은 오후 직원 두세 명이 도넛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동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직원들 앞 테이블에는 도넛과 커피가 가득 놓여 있다.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게 한 회사의 배려다.#2. 뉴욕 거리의 경찰차. 길가에 서 있는 경찰차 안에서 경찰관 두 명이 나란히 앉아 도넛을 먹고 있다. 일 때문에 점심을 놓친 경찰관들이 도넛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있는 것. 미국인들 사이에 경찰관과 도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3. 밤 12시, 대학의 빈 강의실. 서넛 명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서로 모르는 것을 묻고 답하며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이 둘러앉은 책상 한가운데 빈 도넛상자 두 개가 놓여 있다.경기침체, 자동차문화가 ‘한몫’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도넛 비즈니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외식 비즈니스가 전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도넛 비즈니스는 특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도넛시장 규모는 37억달러.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미국 100대 레스토랑체인 평균성장률 4.7%의 2배에 가깝다.뉴욕주 버펄로시에 있는 도넛체인 크리스피크림 대리점은 매주 6만~6만5,000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0년 10월 문을 열었을 때 첫째 주 매상은 20만5,000달러, 둘째 주는 19만7,000달러에 달할 만큼 인기였다.크리스피크림 버펄로지점 매니저인 제임스 애너블씨는 “초기에는 버펄로지역에 크리스피크림이 처음 생겨 매상이 매우 높았다”며 “지금은 정착단계에 접어들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국인들은 도넛을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한다”며 “도넛은 건강식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애너블씨는 “한 여성고객은 매일 오후 5시에 상점에 들러 도넛 5개를 사갈 정도”라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도넛 비즈니스의 가파른 성장세가 역설적이지만 경기침체 덕분이라고 말한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은 싼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도넛의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던킨도넛의 보브 피츠씨도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도넛판매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도넛 12개들이 한 상자는 5달러 내외. 다른 것과 비교해 매우 저렴하다. 일부 가정에서는 가격이 저렴해서 아침에 도넛을 먹기도 한다.미국의 자동차문화도 도넛 비즈니스에 한몫 하고 있다. 국토가 광활한 미국에서 운전은 생활이다.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은 셈.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는 드라이브인 식당이 일반화돼 있다.여기에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생활패턴이 겹치면서 운전을 하면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늘었다. 도넛은 다른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전하면서 먹기 편하다. 그 결과 도넛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일부에서는 도넛시장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넛은 칼로리가 높고 설탕과 지방이 많은 음식이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학자인 로빈 플립스씨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 대신 도넛을 먹는데 영양학적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던킨도넛 지난해 30억달러어치 팔아도넛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가운데 하나. 미국에서 도넛은 한국의 김밥이나 순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대중적인 식품이다. 한 가지 차이점은 도넛시장은 대형체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 주요체인들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대리점을 운영한다. 던킨도넛, 크리스피크림, 팀호톤 등이 대표적이다.크리스피크림은 지난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6억2,200만달러. 전년 대비 무려 38.7%가 늘었다. 크리스피크림은 올해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분기 매출은 1억4,87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향상됐다.크리스피크림은 지난 1933년 설립된 도넛체인이다. 던킨도넛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사는 더 길다. 전국에 218개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하루 500만개의 도넛을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피크림은 오직 도넛에만 주력하고 있다.전체매출에서 도넛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다. 던킨도넛과 팀호톤은 도넛과 머핀, 샌드위치, 커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제임스 애너블씨는 “크리스피크림의 경쟁력은 신선함”이라며 “도넛에만 주력해 신선하고 따뜻한 도넛을 만들어 파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크리스피크림은 실제로 매장에 설치된 기계에서 바로 도넛을 구워 판매한다. 크리스피크림대리점은 대개 24시간 문을 연다. 버펄로지역 대리점의 경우 직원 40명으로 3교대로 근무한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직원 대부분이 정직원이라는 사실.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체인은 파트파임을 많이 쓰지만 회사에 대한 기여와 애사심을 고려할 때 정규직원을 채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덕분에 이직률도 매우 낮은 편이다. 애너블씨는 “과반수의 직원들이 개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며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팀호톤은 캐나다에 본사가 있는 도넛체인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크다. 지난 1964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해 매출은 1억1,500만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성장률은 20%였다.전체 2,200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으며 미국에 160개가 있다. 팀호톤은 향후 미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미국 내 40개 신규 대리점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던킨도넛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넛체인이다. 지난 1950년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이 무려 27억달러였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3억달러를 벌어들여 총매출 3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8.1%.크리스피크림과 팀호톤보다 낮지만 외식 비즈니스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고객이 200만명에 달한다. 하루 도넛 판매량은 630만개. 전세계에 5,300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다.끝나지 않은 도넛신화도넛 비즈니스 성장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형도넛체인들이 경쟁적으로 대리점을 늘리고 있다. 크리스피크림은 내년에 77개를 새로 열 예정이다. 특히 영국과 호주에 진출, 글로벌회사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영국에는 향후 5년 내에 25개 이상 대리점을 세울 계획이다. 던킨도넛은 내년에 미국에서만 300개의 대리점을 새로 연다.애너블씨는 “미국인들의 취향이 바뀌지 않는 이상 도넛 비즈니스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