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회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요일간 매출 격차, 정확히 말해 요일별 이용건수 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행락용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는 주문이 폭주하지만 평일은 ‘아니올시다’이다. 고객을 찾지 못해 주차장에 발이 묶인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니다.일본 렌터카업계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용건수의 70% 이상이 주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고객의 발길이 뜸한 평일마저도 렌터카 수요는 주간에 편중돼 있다. 기업들이 업무를 마치는 저녁시간대면 렌터카는 주차장만 차지하고 경비를 축내는 애물단지가 돼버린다.일본의 대형 렌터카업체 중 하나인 ‘자파렌’은 이 같은 취약점을 신수요 개척의 발판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회사다. 버스, 전철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끊긴 심야시간에 귀가를 서둘러야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바로 이 회사가 선보인 핵심 전략상품이다.‘비즈니스 나이트 팩’으로 이름을 붙인 이 심야 렌터카서비스의 이용방식과 요금체계는 다소 독특하다. 오후 6~8시까지 이용수속을 마친 고객은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자동차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요금은 1회 3,700엔. 배기량 1,500㏄ 이하의 소형차만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정규요금보다 5,000엔 이상 싸니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20분 정도의 거리만 승차해도 4,000~5,000엔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하는 일본의 택시 사정을 감안한다면 장거리 이용고객에게는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택시요금이 부담스러워 비좁은 캡슐호텔에서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샐러리맨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비즈니스 나이트 팩’ 인기만점이 회사가 지난 4월 처음으로 문을 연 심야서비스 전문영업소는 오피스 밀집지역인 도쿄 도심의 오테마치에 자리잡고 있다. 감원태풍으로 일손이 줄어들면서 잔업 때문에 귀가시간이 늦춰진 샐러리맨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판단에서다.최근까지의 영업실적은 이 회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테마치영업소의 경우 비즈니스 나이트 팩을 이용하는 고객이 전체의 25%를 넘고 있으며 주1회 정도 찾아오는 단골고객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현재는 자신의 호주머니 돈으로 요금을 내는 개인고객이 대다수이지만 자파렌의 속내는 기업들까지 잠재고객으로 겨냥하고 있다. 잔업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직원의 안전을 걱정하는 기업들이 보다 싼값에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만 인식한다면 대형 거래처가 상당수 확보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오테마치영업소의 나가토모 마사히로 소장은 “영업소를 개설하기 전에 주변의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잠재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고 자신하고 있다.택시비로 나가는 돈 대신 렌터카요금을 경비로 인정해주는 기업이 늘어나기만 한다면 대박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장기불황과 소비부진의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 타 업종들처럼 일본 렌터카업계도 영업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주말 행락객이 줄고 렌터카를 이용하던 고객이 전철과 버스로 옮아가면서 업체들은 구멍 난 매출을 메우기 위해 아이디어싸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기본요금을 내려서 받거나 차량운행정보 안내장치의 요금을 별도로 받지 않는 등 가격파괴 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나이트 팩은 심야시간대라는 틈새를 겨냥, 택시를 경쟁상대로 선보인 신종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렌터카로 퇴근한 고객들은 출근시 다시 차를 몰고 와 반납하면 되니 만원 전철에 시달리지 않아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나가모토 소장은 “기다리기만 해도 고객이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며 “새로운 니즈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렌터카업계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