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몰디브는 잊을 수 없는 인디고 블루의 바다와 하얀 해변 그 자체다. 그것은 몰디브를 만났던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저 몇 장의 사진만으로 몰디브를 꿈꿔보는 이들은 종종 그 사진 속 섬의 이름이 몰디브인지를 묻곤 한다.사실 몰디브가 엄연히 한 나라의 이름, 그것도 공화국이라는 구체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수도가 말레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섬임을 알고 있을까.작은 것이 주는 친근한 느낌, 말레몰디브는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든다. 1,000개 이상이라는 불분명한 수치만 나와 있을 뿐 아직껏 이 나라를 이루고 있는 작은 섬들의 정확한 수를 선뜻 대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곳.그래서 활주로 하나가 섬을 온통 차지하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 공항을 비롯해 수도와 꽤 규모가 큰 종합병원들마저도 작은 섬에 따로따로 하나씩 지어져 있다. 물론 몰디브를 유명하게 한 많은 리조트들은 섬 하나에 하나씩 둥지를 틀고 있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안겨다 줄 한적함과 해방감을 맛보기에 그만이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적잖은 불편함이 있을 듯한 느낌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몰디브인들에게 도니(Dhoni)라 불리는 배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너무나 익숙한 버스 같은 존재이기까지 하다. 공항섬에서 배로 5분여 거리에 있는 섬이 수도 말레이다. 먼 바다에서 이곳 말레를 바라보면 마치 바다 위에 높은 건물들 몇 채와 낮은 건물들만이 우뚝 솟아 있는 수상도시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항구에 내린 이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사로잡는 것이 널찍한 잔디광장과 그곳에 세워진 대형 국기가 해풍을 맞으며 펄럭이고 있는 광경인데, 여기가 퍼블릭 스퀘어(Public Square)로 불리는 말레, 아니 몰디브 최대의 광장이다.이곳을 중심으로 모든 주요 관공서들과 공공기관, 쇼핑센터들이 자리한다. 바다빛깔을 닮은 벽돌건물 구 대통령궁과 현 대통령 집무실, 그리고 군사령부를 비롯한 건물들이 그야말로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자동차 두 대가 겨우 마주 오갈 수 있을 만큼의 좁은 도로가 나 있다.간혹 이 도로 곳곳의 신호등들에서는 골목길 정도의 길임에도 몇 대의 차들이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동안에도 사람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이들과 얘기를 나누곤 한다.이슬람문화의 향기 그대로몰디브는 이슬람국가인 만큼 많은 문화들이 이와 관련이 있다. 종교의 중심지이기도 한 말레는 관광객들에게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퍼블릭 스퀘어 뒤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만나는 곳이 화사한 꽃들이 가꿔진 정원의 풍경이 아늑한 옛 성금요일 사원(Old Friday Mosque).국가적 영웅들과 성직자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 물리아제와 나란히 있는 이곳은 오랜 몰디브 전통 건축 스타일이 잘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말레 풍경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5,000명이 넘는 신자들을 수용하는 성금요일 사원(Friday Mosque)이다.금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대한 돔과 뾰족한 첨탑이 매력적인 이곳은 말레의 유일한 분수광장 앞에 세워져 있는 몰디브 무슬림들의 자존심과도 같다. 말레항구를 통해 이 도시를 드나들 때 저 멀리서부터 이 금빛 돔의 모습을 볼 수 있다.지도만 들고 있으면 가이드 없이 나선 길이라고 해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는 말레관광.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을 들라면 단연 수산시장이다.말레항을 통해 들어오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이곳에서 경매에 부쳐지고 상인들의 손을 거친다. 길 어귀에서부터 비릿한 냄새로 수산시장이 가까웠음을 알게 될 만큼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맑은 인도양에서 잡은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들이 능숙한 손길로 다듬어져 아낙네의 바구니에 담겨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한창 바쁘게 일을 하다가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생선을 들어 보이는 미소와 함께.당연히 이곳 수산시장은 항구와 가까이 있어 배 위를 분주히 오가거나 낚시도구들을 손질하는 어부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데, 누구하나 거부감이나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는 무척이나 따듯한 느낌이다. 누구나 어부이고, 바다의 아들인 듯 고된 노동의 표정보다 바다에서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는 여유는 그 어떤 곳에서도 만나기 힘든 모습이다.◆여행메모1. 찾아가는 길 :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하면 싱가포르를 경유, 말레로 들어간다. 매일 2편, 화ㆍ금ㆍ일요일은 4편이 마련돼 있다.출발시간에 따라 몰디브로 향하는 일정이 달라지는데, 싱가포르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35분 한 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에 서울을 출발할 경우 약 6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오후 혹은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편을 이용하게 되면 싱가포르에서 1박을 해야 한다.주5회 콸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를 경유하는 말레이시아항공편이나 도쿄를 경유해 몰디브로 향하는 에어랑카항공편도 이용할 수 있다.2. 관광안내 : 몰디브의 기후는 평균 27도 정도로 연중 따듯한 편. 5~10월에는 남서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 환율은 1루피아가 108원 정도이지만 보통 미 달러로 환전한 후 현지에서 몰디브 루피아로 다시 환전해 쓴다.엄격한 이슬람 규칙 때문에 수도인 말레에서는 어깨가 모두 드러나는 옷을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