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지역이든 관광을 가면 여행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일명 ‘팩토리 스토어’(Factory Store)라 불리는 아웃렛매장 밀집지역이다.아웃렛이란 재고나 다소 흠집 있는 신상품, 또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을 얻지 못한 제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싸게 판매하는 유통 형태. 즉 잔품처리를 목적으로 염가판매하는 게 본래 아웃렛의 기본 컨셉이다. 미국에서는 생산공장의 직영점이란 뜻에서 흔히 팩토리 스토어, 팩토리 아웃렛 등으로 불린다. 아웃렛은 대량구매를 통해 여러 제품을 싼 가격에 파는 할인점과는 또 다른 개념의 업태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아웃렛이 인기를 얻으며 유통의 주요 형태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 품목에 걸쳐 보편화된 미국과 달리 패션품목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현대백화점 반포점은 지난 88년 수영장ㆍ볼링장 등의 시설과 패션잡화 등을 갖춘 스포츠레저타운으로 개점했다. 하지만 97년 3월 이후 패션아웃렛으로 새롭게 출발했는데 가전, 생활용품은 찾아볼 수 없어 백화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그대신 국내외 100여개 해외유명브랜드의 의류와 패션잡화 등 이월ㆍ재고상품을 40%에서 70%까지 싸게 판매해 명실상부한 아웃렛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대백화점 반포점의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매출실적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이 점포를 애용한다는 회사원 김지원씨(27)는 “유명 브랜드 상품을 싸게 살 수 있어 들를 때마다 무척 만족스럽다”며 “특히 중년여성들이 좋아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아서 어머니는 아예 단골이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그녀는 “수선이나 지방배달 같은 서비스도 일반 백화점과 다를 바 없어 유행에 민감하지 않는 제품을 고른다면 만족할 만한 쇼핑이 될 수 있다”고 경험을 토대로 한 쇼핑노하우까지 덧붙였다.제2의 전성시대를 맞으며 주목받고 있는 이랜드의 재기요소 중 하나 역시 ‘아웃렛’이다. 서울ㆍ경인지역에 7개 매장을 두고 있는 ‘2001아울렛’은 지난해 4,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하반기까지 3~4개 정도의 매장을 더 마련해 6,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2001아울렛측은 업태의 선두주자임을 자청하며 아웃렛붐 속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랜드그룹 패션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자사 브랜드(PB)의 경쟁력이 2001아울렛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아웃렛바람은 온라인에서도 거세다. 하프클럽닷컴(www.halfclub.com)이나 데무몰(www.demoomall.com) 등은 패션아웃렛을 표방한 인터넷쇼핑몰이다. 하프클럽닷컴을 운영하는 트라이씨클은 2001년 성도, 데코, 쌈지 등 의류제조업체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회사다. 따라서 이들 회사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아웃렛매장이다.아웃렛을 타이틀로 건 쇼핑몰 이외에 기존 인터넷쇼핑몰에도 아웃렛매장이 개설되기도 한다. SK디투디(www.skdtod.com)는 지난 2월부터 ‘디스카운트숍’을 열었다. 포장상의 문제나 성능과 무관한 약간의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코너다. 이들 제품을 최고 50%까지 할인판매하는 디스카운트숍은 특히 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이 같은 아웃렛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부 패션브랜드에서는 아예 할인점 전용 세컨드 브랜드를 내놓기도 한다.제화업체 소다는 인터넷 전용 브랜드였던 ‘넷소다’의 판매경로를 지난해 9월부터 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 소다 브랜드의 절반 가격대에서 팔리고 있는 넷소다 제품은 현재 2001아웃렛 중계점 등 12개 아웃렛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20~25개 매장으로 판매경로를 확대해 확실한 아웃렛 전용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다.윤영노 넷소다 영업팀장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넷소다는 연말까지 25%정도로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아예 명품전용 아웃렛도 등장했다.현재 분양 중인 서울 명동 하이티파니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위 명품이라는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쇼핑몰이다.이탈리아와 미국 등지의 명품 아웃렛을 공급처로 삼아 현재 시중 매장에서 팔리는 가격의 절반 정도 가격에 명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오는 7월에 착공해 2005년 10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처럼 불황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아웃렛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아웃렛은 미국 등지의 전형적인 아웃렛과는 다소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아웃렛이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써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위축이라는 경기영향 때문에 유행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또 “아웃렛은 기본적으로 재고처리 유통채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따라서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아웃렛이 성공하려면 재고회전율을 빠르게 하고 우수한 품질의 비브랜드 제품을 다루는 등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집중 분석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分權)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얼핏 들으면 지방분권화가 진행될수록 국가가 균형 있게 발전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될수록 지역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그러나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경제력이 서울과 수도권 등 특정지역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질 경우 지역의 불균등을 오히려 고착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대구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제시했다. 지방화를 통해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다.노대통령은 구체적으로 245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방의 연구개발(R&D) 예산 배정비율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농어촌 등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대책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옮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그럴 만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경기도의 반발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국가균형발전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지자체의 반발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중앙정부는 과표현실화율이 30%에 불과한 재산세를 인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자체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 단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세금을 올릴 이유가 없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지역 등은 재정자립도가 높아 재산세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지방분권화가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어볼 만하다. 세계 역사는 여러 지역으로 분산됐던 지방정부가 단일정부(중앙정부)로 통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의 소련연방공화국과(USSR)과 미합중국(USA), 독일연방공화국(FRG) 등은 여러 지역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군사, 외교, 경제정책 등의 권한이 중앙정부로 집중됐다.지방정부는 자치행정을 펴는 역할을 맡았다. 다민족국가에서는 민족갈등으로 인해 지방이 독립국으로까지 발전한 사례도 많지만 중앙정부가 인위적으로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이 중앙정부를 견제하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공무원들이 원천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당의 지역기반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것도 사실이다.노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주창한 이후 낙후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미 확보한 부와 기득권을 절대로 빼앗길 수 없다는 지자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대통령이 제시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가 어떤 그림을 그려가면서 제자리를 잡아갈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